‘썰전’ 유시민·전원책, 국민 분노 이유 거침없이 건드렸다

[엔터미디어=정덕현] <뉴스룸>에 이어 이젠 <썰전>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JTBC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이 약진을 거듭 하고 있다. <뉴스룸>의 시청률이 8%를 훌쩍 넘긴데 이어, 지난 3일 방영된 <썰전>은 무려 9.287%(닐슨 코리아 기준)라는 종편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대박을 쳤다. 물론 집계방식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동시간대 지상파에서 방영된 KBS <해피투게더> 4.7%, SBS <백년손님 자기야> 6.7%, MBC <미래일기> 1.7%를 훌쩍 상회하는 수치다.

<썰전>의 대박은 이미 예견된 대로였다. 지난 주 초미의 관심사가 된 ‘최순실 게이트’ 특집을 부랴부랴 마련했던 <썰전>이지만, 이전에 잡혀 있던 해외 일정 때문에 유시민, 전원책이 동영상으로 대체하며 남긴 아쉬움이 있었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들이 출연할 이번 주 방송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지난 주 살짝 맛보기로 했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내용만으로도 6%를 넘겼으니 이번 주 방송이 9%를 넘긴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썰전>은 ‘최순실 게이트’를 다루면서도 역시 <썰전>다웠다. 최순실의 존재를 알면서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그 청와대와 정치권의 상황을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와 비교하고, 키맨으로 불리는 고영태라는 인물을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묘사해냈다. 그들은 이번 상황을 보면 막장드라마가 비현실적인 게 아니라 ‘리얼리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순실이 귀국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유시민은 “사전에 검찰과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고 예견하면서도 “최순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유리한 결정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것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여겼지만 들끓는 국민여론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됐다는 것. 여기서도 유시민은 위트 있는 비유를 통해 상황을 쉽게 설명했다. 즉 드라마의 주인공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게 이제는 시청자들이라는 것.



유시민과 전원책은 모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들을 조목조목 도마 위에 올려놓고 ‘썰어’내면서 이것이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는 것에 입을 모았다. 유시민은 “일국의 대통령에게 중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어떤 면을 봐도 인정할 수 없는 사람에게 조언자 역할을 맡긴 대통령의 책임 아니냐.”고 일갈했고, 전원책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인사 이런 것까지 쥐어줬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최순실과 정윤회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포위되고 의지하고 있었다”며 “대선 후보 시절에도 외부에서 전화가 오면 참모들과 정한 것을 바꿨다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썰전> 특유의 시사, 정치적 사안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써는’ 그 특징은 지금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깊은 분노와 상실감에 빠져버린 시청자들에게는 사이다가 아닐 수 없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온 후 삶의 회의감이 들 정도로 허탈해하던 대중들이 아닌가. <썰전>은 그 대중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거침없이 그 감정들을 드러냈다. 전원책이 말하는 ‘올단두대’는 어찌 보면 지금 사안을 보는 대중들의 격한 정서를 반영해냈다.



이 시국에 그저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올 리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진지한 척 하며 어떤 면에서는 사안을 더 복잡하게 만들거나 타깃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 물 타기를 하는 시사 프로그램들에도 시선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썰전>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안에 있어서 준비된 프로그램이었다. 진지하면서도 서민들의 언어들로 사안들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에둘러 말하기보다는 대놓고 핵심을 건드리는 속 시원함이라니. 그 어느 때보다 사이다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썰전>은 제대로 읽고 방송으로 담아냈다.

<뉴스룸>이 그 대상이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것들을 피하지 않고 증거를 통해 제대로 지적해낸 국내 유일의 뉴스라면, <썰전>은 그 사안들을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속 시원히 풀어내는 이 시대에 걸맞는 시사 프로그램이 아닐까. <뉴스룸>에 이어 <썰전>에 모인 관심에는 그런 의미가 들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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