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조정석, 가슴으로 웃기더니 가슴으로 울리네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이화신 역할을 연기하는 조정석 얘기다. 유방암에 걸린 남자주인공이라니. 드라마에서 그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이 여자 저 여자에게 가슴을 내주는(?) 통에 민망했을 법한 그 연기를 참으로 천연덕스럽게 해내는 조정석은 역시 코미디 연기에 있어서 놀라운 섬세함을 보여줬다. 여성 전문과를 기웃대는 이화신이라는 캐릭터의 그 창피함을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면서도 동시에 처절하기도 하며 때로는 아이처럼 떼를 쓰는 그 면면들을 조정석은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자연스럽게 연기해냈다.

그래서 <질투의 화신>이 초반부 그려내던 그 포복절도의 코미디는 다름 아닌 이 조정석의 디테일한 연기에 상당한 지분을 빚지게 되었다. 여성 전문과에서 이화신과 나란히 수술을 받고 같은 병동에 누운 표나리(공효진)가 남녀의 차이를 뛰어넘어 같은 암 동지로서 동병상련의 공감대를 갖게 되는 장면들은 이 드라마 특유의 웃음을 주면서 또 조금씩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 초반의 유방암 설정이 웃음에서 자연스럽게 멜로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만의 비밀로 싹트게 된 친밀감.

하지만 이미 절친인 고정원(고경표)과 가깝게 된 표나리를 멀찍이서 바라보며 가슴앓이만 하는 이화신은 ‘짠 내’나는 캐릭터가 된다. 유방암으로 아픈 가슴보다 멀리서 바라보는 가슴앓이가 더 아픈 캐릭터.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친구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이화신을 연기하는 조정석은 그러나 그저 눈물 짜는 캐릭터로 이화신을 만들지 않는다. 마치 아이처럼 투정부리고 찌질하게 구는 그 캐릭터는 본인은 슬프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묘한 인물이 된다. 조정석의 연기가 코미디와 짠 내가 결합된 지점에서 가장 돋보인다는 걸 이화신이라는 캐릭터는 제대로 증명해낸다.



가슴으로 웃기고 가슴으로 설레게 만들던 조정석의 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자 표나리가 자신 때문에 유방암이라는 사실이 방송국에 알려지고 그것이 그녀의 정규직 전환에 영향을 끼치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된 그는 자신이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방송을 통해 커밍아웃한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도 유방암 환자입니다.”

그는 남성 유방암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고 그러나 그들이 겪는 편견들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털어놓는다. “암 투병만으로도 힘든데 남성성에 대한 편견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지 않도록 반드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소수도 행복한 나라가 우리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어찌 보면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랑하는 여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또 나아가 자신 같은 소수의 남성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그 불편할 수 있는 커밍아웃을 하는 것. 그의 유방암 이야기는 이제 사회적 의제가 된다.

물론 캐릭터가 좋아서 조정석이라는 연기자가 <질투의 화신>을 통해 훨훨 날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이 드라마의 이화신이라는 코미디부터 멜로 나아가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때론 짠하고 때론 참을 수 없이 웃긴 이 캐릭터를 200% 연기할 연기자도 조정석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그는 ‘가슴 연기’의 대가라 불러도 좋을 듯싶다. 가슴으로 웃기고 가슴을 설레게 하고 나아가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연기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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