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여에스더·홍혜걸, 모처럼 굵직한 스타가 나타났지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MBC 예능 프로그램 <마리텔>을 이끌어갈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의학 박사 커플 여에스더·홍혜걸 부부는 지난 5일 방송된 <마리텔> ‘MLT-37’에서 두 번째 출연 만에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6일 ‘MLT-38’ 생방송에서도 티격태격하는 박사 부부의 입담이 연이어 통했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예능 방송에 가져온 주제다. 지난주 방송에서는 장과 소화를 주제로 우승했고, 이번 생방송에서는 술을 주제 삼아 숙취에서 안주, 해장에 관련한 의학지식을 풀어냈는데 마찬가지로 전반전 1위를 기록했다.

의학 박사 부부가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는 장면을 보면서 <마리텔>의 몇 가지 성공 조건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게끔 한다. 첫 번째는 차별화된 확실한 콘텐츠다. 여에스더와 홍혜걸은 방송인인 동시에 의학전문가다. ‘노잼’으로 낙인찍힌 정신과 전문의가 김구라와 함께한 적은 있지만 <마리텔>에서 본격 등장한 전문 의학 지식 채널은 처음이다. 반면 아이돌과 기존 예능인들, 혹은 취미반은 유독 기를 못 쓰거나 단명했다. 확실한 자기 콘텐츠가 기본 중의 기본이란 뜻이다. 애초에 1인 인터넷방송이 지향하는 소통 밑에는 정서적이든, 정보적이든 효용성이 재미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경규나 여러 피트니스 여강사들이 그랬듯 인물의 매력을 앞세우거나 소통 능력으로 각광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겨우 영광은 대부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두 번째는 캐릭터다. TV 예능을 시청하는 개념과 경험을 확장한 <마리텔>은 그 어떤 예능보다 친밀감 형성이 중요하다. 소통은 사실상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캐릭터에서 발현된다. 채팅창을 보고 시청자들과 주고받는 ‘센스’도 매우 중요하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이후 영향력을 발휘하는, 즉 세 번째 조건 정도다.

<마리텔>에서 캐릭터를 갖추지 못한다는 것은 퇴출을 의미한다. 사실, 여에스더와 홍혜걸은 낯선 인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흥미로운 인물도 아니다. 오랫동안 종편 토크쇼나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 뉴스 코멘터로 활약을 해왔던 방송인으로 젊은 세대가 대다수인 <마리텔>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구석은 별달리 없었다. 그래서 라인업에 이 부부의 이름이 올랐을 때 이 방은 큰 기대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반전이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특히 여에스더는 빠르게 지나가는 채팅창을 보는 소통에도 능하고, 토크를 독식하는 에너지와 푼수 같으면서도 솔직한 매력으로 <마리텔>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뉴스에서 보던 것과 달리 허당끼가 있는 홍혜걸과 남편이 멘트 하는 순간들을 참지 못하고 끼어드는 여에스더는 톰과 제리와 같이 티격태격한다. 이럴 때마다 제작진은 여에스더의 머리 위에 CG로 깜빡이를 그려 넣어주면서 끼어들기는 그녀의 고유 캐릭터가 됐다. 여에스더·홍혜걸 부부의 입담과 에너지는 일종의 ‘발견’이었다. 그리고 이 발견이 바로 <마리텔>이 지난 2년간 이어온 성공 공식이었다.

기존 예능 문법과 다른 <마리텔>만의 정체성과 신선함은 인지도 대신 콘텐츠를 앞세운 새로운 인물들이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들이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프로그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방송가에 신선한 인물인 백종원에서 소통을 통해 캐릭터 변신에 성공한 이경규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의외의 매력으로 주목받으며 프로그램의 흥행을 이어왔다. 이런 다양한 출연자들의 성장스토리가 줄을 이으면서 더욱 더 휘발성이 높아진 오늘날 시청자들의 비싼 관심과 기호를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마리텔>의 흥행을 이끌어갈 새로운 스타가 <마리텔>만의 방식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뻐할 것도 잠시, 여기부터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된다. 여에스더·홍혜걸 부부는 모처럼 새롭게 내놓은 히트 상품이지만 충성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넘어서는 영향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그토록 바랐던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지만 프로그램의 하향곡선에는 변화가 없다. 이 말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인터넷 문화에 친숙한 소통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섭외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과 변화만으로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남은 충성 시청자들과의 소통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대중들의 관심을 살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신선함을 마련해야 한다.

<마리텔>은 새로운 시대의 예능 문법으로 시청자들을 흥분시켰다. 그리고 1년. 이제 첫 등장의 충격에 버금가는 또 다른 신선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 걸음 더 금기나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이거나 거국중립내각 구성 수준의 리뉴얼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된다. 모처럼 히트 상품을 내놓았음에도 프로그램을 주변에서는 흥겹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그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이 말은 1인 인터넷 방송과 예능이 함께하는 <마리텔>의 1단계 실험은 이제 일단락됐다는 뜻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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