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요리 실험 ‘냉장고를 부탁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훗날 한국 정치, 언론 역사의 이정표가 될 JTBC <뉴스룸>의 역사적인 보도가 나간 후 JTBC 월요 예능 블록인 <냉장고를 부탁해>와 <비정상회담>의 시청률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때 예능 대세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두 프로그램은 <뉴스룸>과 이어진 편성과 채널 브랜드 상승효과로 인해 그동안 멀어졌던 시청자들의 관심을 일시적으로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된 <냉장고를 부탁해>는 4.9%(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올렸다. 최근 3%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었던 것에서 1~2%p가량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사실 올해 접어들면서 쿡방의 인기는 급격하게 하락했다. 작년 한창 때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시청률 10%대를 넘겼고, 평균 5~6%대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니 수치상으로도 3분의 1이상 급감한 것이다. 이슈와 영향력의 감소는 물론 더욱더 심하다.

쿡방은 1년 만에 위축과 소멸을 거듭하며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콘텐츠가 됐다. 새로운 스타 셰프의 탄생은 끊겼고, 해외처럼 보다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 위주의 콘셉은 우리나라에서 통하지 않았다.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다는 슬로우 라이프 문화는 ‘혼밥’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그러는 사이 <삼시세끼>, 백종원 프로그램, 이런저런 레시피쇼 등이 2년째 쉼 없이 반복되면서, 요리 예능은 특별함이나 차별성보다는 흔한 일상 콘텐츠가 됐다.

이는 해석하자면 쿡방이 붐을 지나 예능의 한 장르로 안착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냉장고를 부탁해>도 열띤 쿡방 중계에서 보편적인 토크쇼 형태로 점점 변화하고 있다. 지난주 헨리와 잭슨이 나온 방송분과 차태현, 손연재가 출연한 이번 주 방송분을 보면 요리보다는 게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농을 주고받는 토크 분량이 과거에 비해 더욱 두드러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게스트 섭외 방식에서부터 드러난다. 마치 <라디오스타>나 <해피투게더>처럼 ‘국민 이상형’ 특집으로 차태현과 손연재를 묶는다. 바뀐 홍보자료에는 ‘평소 안방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는 게스트의 출연과 공감형 토크’라고 재규정한다.



예전에는 어떤 요리를 보여줄지, 누가 이길지 그 긴장감과 신선함이 시청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재미를 주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쳤다면, 이제는 캐릭터를 다진 최현석, 김풍을 중심으로 한 셰프 군단도 토크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가세한다. 쿡방의 보여주기와 버라이어티한 토크쇼의 비중이 점점 더 비등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라이프 스타일 차원에서 시작된 재미가 기존 예능의 법칙으로 수렴됨을 보여준다.

변화는 필연적이다. 쿡방 붐을 일으킨 다른 한 축이었던 <마리텔>에서 쿡방은 이미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했다. 이는 더 이상 새로운 요리법을 알려주는 것이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한다. 작년까지는 일상에 도움을 주는 요리법의 등장만으로도 히트였는데 이제는 이런 장면이 진부해졌고, 그렇기에 레시피쇼를 넘어선 다른 알파 오메가가 필요한 것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더 이상 특별한 예능이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현상과도 같은 흐름이 계속 뜨겁게 유지될 수는 없다. 특히, 쿡방과 같이 일상성을 많이 띤 콘텐츠들은 충격파의 감가삼각이 여타 예능 콘텐츠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비정상회담>은 인적자원 쇄신과 보다 심도 깊은 토론으로 자신의 영역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웃음의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성공 그다음 전략을 택했다. 쿡방의 시대를 이끌었던 제작진은 롱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작년과 같은 영광이 따르진 않겠지만 서바이벌쇼가 그랬고 음악예능이 그랬듯, 쿡방도 대세 이후 예능의 한 가지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필연적인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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