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답답한 현실 속 힐링 타임이 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나라 안팎을 시끌시끌하게 만든 현실이 못내 답답했던 걸까.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3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진다. 첫 회부터 11%대의 높은 시청률을 찍은 후 순항하고 있고 방송이 끝나고 나면 그 대단할 것 없는 이서진, 에릭, 윤균상의 득량도에서 먹은 몇 끼가 화제가 된다.

이런 행보는 이례적이다. 전체적으로 시사와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치솟은데 반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하긴 요즘 같은 시국에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허허롭게 웃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 물론 시사 풍자가 들어간 예능 프로그램들은 예외지만.

하지만 알다시피 <삼시세끼>에는 시사 풍자 같은 요소가 들어 있지 않고 또 들어갈 여지도 별로 없다. 사실 하는 일도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득량도에 들어간 이서진, 에릭, 윤균상이 세 끼 밥을 해먹는 것이 고작이니까.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요즘 같은 시국에 특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고 있다. 세상이 복잡하고 갑갑하고 화가 나니 이들과는 동 떨어진 곳에서 잠시 멈춰서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일이 그 자체로 힐링과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느리지만 정성에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어내는 에릭, 투덜대면서도 뒤에서 그를 도우며 무엇보다 그가 만들어낸 음식을 맛나게 먹는 이서진 그리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안 시켜도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자발적인 노예’ 윤균상. 이들이 득량도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나 단순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삶의 본질 같은 걸 드러낸다.



결국 하루 세 끼 챙겨먹으며 사는 건 누구나 다 같다는 것. TV 뉴스에서는 입만 열면 수십 억 수 백 억이 옆집 개 이름처럼 나오고, 그걸 좀 더 갖겠다고 갖가지 부정과 청탁과 갑질을 한 정황들이 서민들의 마음을 스산하게 만들지만, <삼시세끼>는 정반대로 그런 사람들의 행태가 삶의 본질에서는 한참 벗어난 것이라는 걸 에둘러 보여준다.

이순신 장군이 양식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을 가진 ‘득량도’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넉넉한 가슴을 내어준다. 에릭이나 윤균상처럼 바다가 낯선 그들에게도 때 되면 갯벌을 열어 누구나 쉽게 채취해갈 수 있는 양식을 내놓는다. ‘키조개의 법칙’ 따위는 없을 정도로 어디서나 쉽게 키조개를 채취할 수 있고, 운 좋은 날에는 갯벌 여기저기서 그저 주우면 될 정도로 많은 백합을 얻을 수도 있다.

그걸 주워다가 뚝딱 뚝딱 관자삼합을 만들어 먹는 이 섬의 세 사람을 보다보면 그 단순하고 소박한 한 끼가 그토록 넉넉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단순하고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삼시세끼>는 전혀 의도하지 않고 있지만 그 자체로 현실에 대한 만만찮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래봐야 다 똑같은 ‘삼시세끼’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