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90분 간의 질문만으로도 충분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편은 방송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것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추적을 담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 시간 역시 현재 국민을 들끓게 만든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 역시 이번 특별편성 방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만든 이유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묻고 또 물었고 이에 대해 많은 제보자들이 증언을 했다. 2010년 한 바이오 회사에서 일했다는 제보자는 이미 대통령 당선 이전에도 현 박근혜 대통령이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그 회사에서 “VIP들의 예약을 받아 정맥 시술 얼굴에 시술하는 일을 했었다.”며 “지금 대통령으로 계신 분 또한 예약을 잡아드린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제보자의 이야기대로라면 그 자체가 심각한 불법이었다. 당시 회사 측에서 한나라당에 로비를 많이 했으며, 따라서 국회의원이나 연예인들도 많이 와서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이 받은 시술은 “자가지방줄기세포 주사로, 지방에서 자가 세포를 채취해서 배양해 정맥이나 얼굴에 주사를 맞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은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장 이희영 의사가 말하는 것처럼 명백한 불법이다. “줄기세포 수여나 판매는 법적으로 동일하게 여겨진다. 공짜로 줘도 법으로 금지돼있다. 명확한 불법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 바이오 업체의 이야기가 중요한 건, 그 업체가 2011년 사망사고를 내면서 문을 닫은 후 개원한 병원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차움 병원이라는 사실 때문이고, 세월호 7시간의 미스터리에서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 병원과의 관련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증언들에 대해 청와대 측이나 병원 측에서는 무응답이거나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터뷰를 한 차움 병원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병원에 내방한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참사 앞뒤로 열흘 정도는 그와 관련된 인물이 병원을 찾은 기록이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병원의 숨은 제보자들의 증언들과는 엇갈렸다. 제보자들은 “병원 측이 보도가 시작된 이후 기록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즉 증거 인멸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속 시원한 해명을 청와대 측에서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당시의 행적을 얘기하지 않았고 김기춘 당시 비서관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당시 일 분 일 초까지 알려고 하는 게 잘못됐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대통령의 행적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는 늘 상 대통령의 행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었고, 국가적 재난 상황 같은 것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그 1분 1초까지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기록하고 공개한다고 했다.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정부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무려 90분 간 <그것이 알고 싶다>는 끊임없이 추적하고 여러 제보자들을 인터뷰하고 청와대와 관계자들에게 질문했다.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한 질문이지만 그것은 나아가 우리네 국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그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못했다. 결국 “대통령 스스로가 답할 때”만이 그 의혹은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그 질문 속에 이미 현 국정운영의 잘못된 면면들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거나 회피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답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의혹에 대한 질문만으로도 충분한 언론의 가치. <그것이 알고 싶다>는 90분간의 질문을 통해 그걸 보여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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