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한류의 사면초가 만든 건 바로 정책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중국의 광전총국에서 한류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제재할 지침이 곧 내려진다는 이야기 하나만으로 국내의 엔터업계들은 술렁였다. 그 진원지는 중국 웨이보, 즉 중국판 트위터다. 중국 연예가 소식에 정통한 웨이스관차성이란 아이디를 가진 트위터리안이 “장쑤(江蘇)성 방송국 책임자가 한국 스타가 출연하는 모든 광고 방송을 금지하라는 상부 통지를 받았다. 사태가 긴급하다. 방송사 모두 행동에 들어갔다.”는 내용을 올린 것. 이후 중국의 매체들이 이 소식을 다뤘고 그 소식은 외신을 타고 우리네 매체에도 보도되었다.

이후 중국의 인터넷 연예 뉴스들은 일제히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전면 업그레이드’란 제목으로 그 내용을 보도했다. 그 내용에는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과 한국 작품을 리메이크한 콘텐츠가 모두 방송 금지된다. 단 이미 심의를 통과한 작품이나 방송 포맷을 정식으로 구입한 예능 작품은 예외”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또한 이 조치가 지방 31개 성, 시 위성방송은 물론 지방 방송과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에까지 적용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 충격과 파장이 적지 않을 거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건 공식 문건으로 전달된 것이 아니다. 광전총국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한 트위터리언이 올린 글에서 확대 재생산된 내용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공식 발표가 아니라고 해도 이미 지난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이후 중국에서 계속 타전되어 오던 한류의 먹구름을 느끼게 하는 소식들은 비공식적으로 이미 중국 내 한류 제재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만든다.

한중 합작드라마 <상애천사천년2>에서 유인나는 출연 분량이 모두 삭제된 채 다른 중국 배우에 의해 대체되었고,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팬 미팅은 갑작스레 취소되었으며, 중국에서 인기를 끌던 황치열이 출연한 중국판 <아빠 어디가>에서도 분량이 편집되더니 결국 최종 하차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송중기가 중국산 스마트폰 광고 모델에서 하차했다는 소식은 사실상 이런 중국의 한류 제재를 가장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공식 문건도 아니고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 중국의 인터넷 뉴스에 게재되면서 생겨난 파장만으로도 국내 엔터업계의 주가가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는 건 이 사안이 얼마나 민감하고 국내 업계에 충격을 줄 수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물론 이러한 국가 외교적 사안들에 대해 중국 측이 취하는 문화적 장벽이 옳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드 배치라는 정책적 결정이 그만큼 중국 대중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면이 분명하고, 이런 정서가 중국 측의 한류 제재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한중 문화 교류의 흐름이 사드 배치라는 정책 결정 하나에 의해 역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드 배치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이런 부작용들은 감수할 수도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드 배치는 우리보다는 미국 측에 이익을 주는 결정이고, 나아가 현재 촛불정국 속에서 국민적 합의 없이 진행되고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역시 이 사드배치 결정의 후속적인 작업으로서 우리보다는 일본 측에 이익을 주는 결정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적인 공감대 없이 이뤄진 정책 결정이 그 자체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한류 같은 문화 흐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건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이미 혐한류로 인해 일본 내에서 우리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방영이 줄고 있는 상황에 중국까지 ‘한한령’을 맞게 되면 사실상 우리네 한류는 사면초가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급박한 현실이지만 현재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발칵 뒤집어진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 부처들은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융성을 외쳤지만 현실은 한 마디로 내우외환인 셈. 아직 공식적인 ‘한한령’ 발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또 그렇게 공식발표를 할 것 같지도 않다. 그러지 않아도 알아서 비공식적인 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니.) 이미 한류는 최대의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VIVO 광고, 중국판 <아빠 어디가4> 스틸]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