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 빛나는 참가자와 익숙한 문법 그리고 불안한 심사위원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K팝, 밴드, 힙합에 이어 이젠 남성 4중창단이다. JTBC가 새로 선보인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는 최종 4인으로 남성 4중창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프로그램이다.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불협화음과 파열음, 절규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시기에 하모니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한 건 시의적절한 편성처럼 보인다. 편성의 천시(天時)는 그렇다 치고, 과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의 인화(人和)는 어떨까? 본격적인 본선 경쟁을 앞두고 세 평론가가 살펴보았다. 정석희 평론가와 김선영 평론가는 심사위원들에게서, 이승한 평론가는 프로그램의 문법에서 아쉬움을 찾았다.



◆ 느낌표인 참가자, 물음표인 프로듀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남성 4중창단 결성이 목표라는 JTBC <팬텀싱어>. 남성 4중창단이라는 소리에 바로 연식이 나오지 뭔가. 대번에 1960년대를 풍미했던 블루벨스며 봉봉4중창단, 쟈니 브라더스가 생각나니 말이다. 전통 가요도 아니요, 그렇다고 딱히 클래식도 아닌 애매한 장르였지만 그럼에도 건강하고 밝은 느낌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따라서 긍정적인 기운이 절실히 필요한 이때, 시의적절한 출발이지 싶은데 사실 <팬텀싱어>가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아직은 미지수다.



프로에서 아마추어까지, 다양한 구성의 실력파 참가자들. 그들은 느낌표 잔치였지 물음표는 아니었다. 뭘 어떻게 할 거냐고 묻고 싶은 건 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6인의 프로듀서 군단이다. 누군가는 획일화되지 않은 스타성, 즉 고유의 매력이 중요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하모니가 중요하다고 하고. 숱한 심사위원 경험이 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 자체가 처음이고. 또 대뜸 ‘얘. 너’를 일삼아 빈축을 산 이가 있는 반면 아들 같은 나이의 참가자에게도 깍듯이 존대를 하는 이도 있었지 않나. 틀린 방향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 필요하겠지만 부디 존중과 격려를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라며 여타 프로그램에서 늘 중재를 맡아온 윤종신 씨가 이번에도 분위기를 잘 아우르리라 기대를 해본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영리한 하모니 속 심사위원들의 불협화음

모창능력자를 내세운 <히든싱어>, 걸그룹의 보컬능력을 강조한 <걸스피릿> 등 개성적 콘셉트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틈새시장을 개척해온 JTBC가 또 하나의 신작을 내놨다. 이번엔 남성4중창이다. 가뜩이나 남초예능이 지배적인 시대에 굳이 ‘남성’으로 제한한 점은 불편하지만, ‘4중창’에 초점을 놓고 본다면 꽤 영리한 전략임에는 틀림없다. 단순히 최고의 보컬리스트를 뽑는 게 아니라 그룹의 조화를 고려해야 하는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기존 프로그램에 질린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하모니’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출연진, 심사단, 포맷 등 각각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이 여러 요소들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느냐 하는 문제가 시청의 재미를 좌우한다. 먼저 출연진의 안정된 실력과 다양한 개성은 이 방송의 가장 큰 힘이다. 성악, 뮤지컬, K팝까지 아우르는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이라는 점과 4중창 선발이라는 점을 어필한 덕에 정통 성악가에서부터 고른 기량은 부족해도 한 분야의 확실한 장기를 지닌 이들이 고루 등장했다. 가령 마이클 리 심사위원 앞에서 용감하게 그의 대표작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겟세마네’를 선곡해 경이로운 하이톤과 엇갈린 박자를 동시에 보여준 김세훈이나, 쟁쟁한 테너 사이에서 따뜻한 저음으로 감동을 안겨준 베이스 손태진 등의 무대는 결과에 상관없이 <팬텀싱어>가 재미있는 이유를 잘 보여준 사례다.

오히려 삐걱거리는 쪽은 심사위원이다. 음악감독 김문정, 성악가 손혜수,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처럼 신선한 얼굴의 전문가들이 포진한 점은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언이 특정 심사위원에 집중되는 점이나 장르에 위계를 나누는 듯한 태도, 여성 심사위원들을 ‘여심 공략’ 대상으로 강조하는 발언 등 위태로운 부분도 노출된다. 심사위원 논란이 프로그램의 결정적인 진입장벽이 된 <걸스피릿>의 전례도 있는 만큼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심사위원 또한 시청자들의 평가 대상이라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소재가 새로운 만큼 새로운 문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새롭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찾지 않던 4중창의 영역을 다룬다는 점에서 <팬텀싱어>는 매우 새롭고, 돋보이는 한 명의 스타를 찾는 게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춰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팀 플레이어를 찾는다는 목표도 주목할 만 하다. 그런데 좀 물린다. 소재와 목표는 기존의 오디션들과 사뭇 다른 데에 비해, 심사위원들의 개인적인 대화나 심사 과정에서의 격론에 주목하는 편집 방식, 본선에 들어갈 때에야 비로소 등장하는 메인 진행자, 예상치 못한 추가합격자의 등장, 참가자들의 예측을 깨는 본선 심사 방식 등의 등장 같은 문법은 Mnet <슈퍼스타 K>나 SBS [K팝 스타]의 문법과 거의 고스란히 일치한다.



물론 이것을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쩔 수 없이 공유하는 문법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문법 자체가 지니는 소구력이 서서히 그 수명을 다 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예전과 같지 않은 건 단순히 소재의 반복 때문만은 아니다. 끊임없이 긴장을 조성하고 반전을 꾀하는 문법 자체가 고착이 되면서,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고 반전도 예측 가능해지는 역설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K팝 스타], <히든싱어>의 메인 진행자와 <슈퍼스타 K>를 상징하던 심사위원, MBC <위대한 탄생>의 멘토가 등장해 기시감이 강한 와중에, 2회가 되도록 쇼의 문법을 변주해보려는 노력이 없어 보이는 건 썩 좋은 신호는 아니다. 새로운 소재와 회당 1시간 반이라는 편성시간에서 엿보이는 야심의 크기는 작지 않으나, 그게 소재의 새로움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목표인지는 미지수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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