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이 지속가능한 예능 장르로 살아남기 위해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화요일 백종원의 <집밥 백선생2>가 36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에 앞선 월요일에는 <냉장고를 부탁해>가 대대적인 2주년 특집 방송을 기획했다. 시청자 100명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스타 셰프들의 15분 요리 대결을 함께 즐기고 맛봤다. 하루 사이 쿡방의 상징과 같은 프로그램과의 고별과 2주년 행사가 연이어 벌어진 셈이다.

연말 시즌에 하루 차로 날아든 관련 이벤트는 쿡방의 현재를 돌아보게끔 한다. 쿡방의 인기가 빠졌다지만, 막상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률 수치는 생각보다 좋은 편이다. <집밥 백선생>은 최고 7%를 육박하던 시즌1의 폭발력만큼은 안 돼도 평균 3%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요일 케이블 시청률 수위를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경우 <뉴스룸>의 날선 행진에 발맞춰 최근 한 달간 시청률 4%대에 다시 진입하며 이른바 역주행 중이다.

그런데 짚어야 할 이면이 있다. 백종원과 <냉장고를 부탁해>는 휘몰아쳤던 쿡방 열풍 이후 유이하게 살아남은 콘텐츠라는 점이다. 쿡방이 예능의 한 장르로 정착했다지만, 이 둘의 영향력을 벗어난 대안은 아직 존재한 적이 없다. 그리고 이마저도 고군분투 중이다. 셰프들의 대결구도와 예능화, 화려한 포퍼먼스에 집중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2주년의 화려한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이슈의 확장성은 크림 거품처럼 가라앉았다. 추앙받는 레시피나, 스타 셰프의 탄생이 끊긴 지 오래다.

백종원의 존재는 더욱 절대적이다. <한식대첩>은 3번째 시즌까지 평균 2~3%대를 기록하던 인기 시리즈였지만 백종원이 빠진 4번째 시즌은 시청률이 집계가 되는 게 고마울 수준으로 대폭락했다. 맛집 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 천왕>은 올해 초 금요일 밤에서 토요일 저녁 프라임시간대로 옮기고 콘셉트를 대대적으로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꼴찌에 머물며 고전 중이다.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결방되기도 일쑤다. 올해 새로 시작한 쿡방도 백종원을 앞세운 3부작의 <먹고 자고 먹고> 시리즈 외에 전무한 실정이다.



이처럼 쿡방이 겉보기와 달리 사상누각의 위기에 놓였다고 보는 이유는 쿡방이 가진 재미의 특성에 있다. 쿡방을 이루는 여러 재미 요소 중 가장 신선하고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이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팁과 정보라는 일상성이었다. 백종원의 간소화한 레시피는 요리를 친숙하게 만들었다. 이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촉구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덕분에 요리는 살림이 아니라 문화의 지위를 갖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레시피가 따라하는 재미를 넘어설 정도로 계속 쌓이면서 신선했던 자극은 지극히 일상이 되고 말았다. 일종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정보와 팁이 지닌 예능 차원의 재미가 감가상각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쿡방은 EBS <최고의 요리비결>과 같은 기존의 교양 차원 요리정보 프로그램과 뚜렷한 차별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쿡방이 3년째를 넘어서서 지속가능한 예능 장르로 살아남기 위해선 정보와 요리 팁 전달 이외의 다른 예능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생활 밀착형 레시피라는 확실한 콘셉트를 가진 <집밥 백선생>도 <냉장고를 부탁해>가 보다 더 토크쇼의 비중을 높이고 셰프들 간의 전적으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간 것 이상으로 백종원의 매력을 뒷받침해줄 예능적 보완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요리 못하는 남자 연예인들이 요리를 배운다는 콘셉트는 더 이상 관심을 끌 볼거리가 아니다. 성장 스토리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몇 번씩 느껴본 재미이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가에서 캐릭터가 콘텐츠가 되는 유일한 인물이 백종원이다. 하지만 그에게 열광하던 시절은 지났다. 우리 사회는 스스로 해먹는 밥에 열광하는 것을 지나, 혼자 밥을 먹는다는 변화에 집중하고 이를 더 신선하게 바라보고 있다. 요리를 척척해내는 스타들보다 혼자 밥을 어떻게든 섭취하는 모습에 더 재미를 느끼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런 이때 쿡방의 조리대 앞으로 여전히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선 레시피가 가진 유용성을 뒷받침해줄 재미요소의 발굴이 절실하다.

쿡방의 본질인 요리를 지켜보게 만들기 위해 호객을 할 수 있는 색다른 재미, 식당과 식탁이 아닌 주방으로 다시 시청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예능 차원의 콘셉트를 어떻게 마련해내는지가 레시피나 퍼포먼스만큼이나 중요해졌다. 이 숙제를 어느 정도로 해결해내는지에 따라 내년 이맘때 쿡방은 백종원의 콘텐츠로 종속될지, 독자적인 예능 장르로 생명력을 부여받을지 그 평가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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