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 제작진 바람대로 조기 귀대가 가능할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만큼 안티가 꾸준한 예능도 없었다. 2013년 4월 시작해 지난 27일까지 3년 6개월 동안 이어진 <진사> 시리즈는 혜리, 샘 해밍턴, 헨리, 박형식, 이시영 등 여러 스타들을 탄생시킨 한편 군을 미화한다는 비판 여론도 늘 함께했다.

첫 시작은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했다. 어느 날 갑자기 연예인을 실제로 군에 입대시킨다는 설정은 몹쓸 상상이나 악몽에서나 등장할법했다. 당시 시작된 관찰형 예능 붐과 맞물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방부의 시계는 예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수로, 서경석 등 당시 멤버들이 어느 정도 진급하자 매너리즘이 찾아왔다. 그러자 성장 스토리의 토대였던 병영생활과 예능이 분리가 되기 시작했고, 재미가 사라진 자리에 군대라는 배경에 대한 거부감이 모여들었다. <진사> 속에서 반복되는 장기자랑, 짬밥 먹방 등 활기차고 긍정적이고 화기애애한 병영 문화는 실제 병영 문화와 동떨어졌다는 반감이 더욱 깊어졌다.

<진사>가 큰 인기를 끈 이유는 명백히 군대가 가진 특성 덕분이었다. 병역 의무를 마친 예비역들에겐 추억과 함께 오늘날 군대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냈고, 군대의 실제 모습을 볼 일 없는 시청자들에게 병영 생활은 흥미로운 볼거리 그 자체였다. 여기에 새로운 예능 트렌드였던 관찰형 예능에 대한 기대가 더해졌다. 군대는 관찰형 예능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선택지였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트렌드를 이끌던 좀비물의 세계관처럼 <진사>도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다른 세상에 떨어진 연예인을 지켜보는 ‘리셋’의 재미가 있었다.

이런 신선함과 함께 익숙한 성장 스토리가 깔리면서 시청자들은 쉽게 빠져들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이후 대부분의 예능이 시청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모양새를 취하는데, 훈련소에 입대해 자대 배치를 받고 진급하는 과정은 예능의 성장 스토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출연자들이 이내 군 생활에 적응하면서 성장 곡선은 완만해졌다. 마치 재방송을 보는 것처럼 훈련소, 제식훈련, 먹방, 화생방 훈련, 유격, 점호 등 볼거리가 반복됐다. 그러자 흥미는 반감됐다. 긴장감을 자아낼 것으로 기대했던 내무 생활은 웬일인지 화목하기만 했다.



그때 이미 명운이 다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군인정신에 입각해 포기하지 않았다. 대대적으로 인적쇄신을 한 시즌2로 돌아왔다. 시즌2 출연자들은 실제로 입대하는 병사들처럼 삭발을 했고, 해병대, SSU 등의 특수부대에 도전하면서 볼거리를 확장했다. 김영철, 정겨운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부각되면서 다시 한 번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까지 섬멸할 순 없었다. 성장스토리는 더욱 일찍 끝났고, 만능키였던 여군 특집도 몇 차례 반복하자 먹히지 않았다. 결국, 전우애가 무르익는 군 생활보다는 한 템포 빠르게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는 캐스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동반입대특집’ ‘중년특집’ ‘해군부사관특집’ 등 특집 형태로 전환하면서 <진사2>는 더 이상 군생활을 들여다보는 관찰형 예능이 아니라 군대를 배경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가깝게 변화했다. 마지막 특집에선 의리를 부르짖지만 많은 손길이 필요한 김보성이 그 주인공이었다. 군대에 연예인이 던져진 것이 신선했는데 이제 군대는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의 배경에 지나지 않게 됐다.



이런 변화의 증거는 시즌 초반 많은 관심을 끌었던 교관과 사병들의 현저히 낮아진 존재감에서 찾을 수 있다. 같은 부대원으로서 인터뷰도 하던 그들은 어느덧 배경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불가피한 변화였지만 한층 가벼워진 접근은 군 홍보성 볼거리에 대한 불만과 사회적 문제로 야기된 여러 병영 사건들과 만나 꺼지지 않는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우게 됐다.

3년 6개월간 <진사>는 많은 감동과 재미를 남겼지만 리얼 입대 프로젝트의 흥미는 확실히 반감됐다. 군대에 연예인이 들어갔다는 처음의 신선함은 사라졌고, 병영도 더 이상 흥미로운 공간이 아니다. 물론, 이시영, 솔비, 박찬호 등 말미에 붐업시킨 스타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단발성 캐스팅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 스토리를 담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막을 내리게 됐는데 제작진의 표현에 따르면 종영이 아니라 휴지기다. 군대식으로 말하자면 전역이 아닌 휴가인 셈이다.



그런데 과연 바람대로 조기 귀대가 가능할까. 군대라는 익숙한 볼거리와 빠르게 캐릭터를 순환하는 캐스팅, 근본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군 홍보에 대한 비난을 넘어선 새로운 볼거리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시즌1이 군대였고, 시즌2가 캐스팅이었다면, 시즌3은 무엇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지 막 자대 배치를 받은 신병처럼 캄캄하다. 가장 유력한 것은 새로운 캐릭터의 발굴일텐데 이 방식으로는 시즌2보다 더 빨리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려움도 느껴지고, 비판 여론에도 일정부분 동감하면서도 막상 정말 그만둔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과연 어떻게 살아 돌아올 것인지 기대를 품게 된다. 이것이 지난 3년 반 동안 시청자와 한 예능이 맺어온 정인가 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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