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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남자배우 성범죄 공모, 우리나라라고 예외일까
기사입력 :[ 2016-12-06 13:28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강간 논란, 단순한 예술가의 문제가 아니다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지금까지 우리가 섹스를 그린 예술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스너프 필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악명 높은 버터 섹스신이 당사자인 여자배우 마리아 슈나이더의 동의 없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남자배우 말론 브랜도의 공모 하에 연출된 진짜 강간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 사실은 지난 2013년 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인터뷰가 <엘르>에 의해 뒤늦게 떠오르면서 밝혀졌다.

2013년? 왜 감독이 그렇게 공공연하게 강간 사실을 밝혔는데도 그게 그렇게 늦게 알려졌을까? 사실 우린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 2007년, 마리아 슈나이더 자신이 <데일리 메일>에서 한 인터뷰에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현장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자신이 얼마나 강간당했다고 느꼈는지 직접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2016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공론화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된 것이다. 이미 당사자인 배우 자신이 그 사실을 밝혔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듣지 않고 흔한 영화계의 가십으로 소비했다. 감독 자신이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없는 분명한 표현으로 그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 인터뷰를 하고 방송에 나간 뒤에도 이것이 예술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강간이었음을 이해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 인터뷰를 3년 뒤에 발견한 언론에서 이를 강간이라고 말한 뒤에야 사람들이 눈치 채고 뒤늦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감독과 남자배우가 강간을 모의하고 스태프들이 강간을 위한 소품을 만들고 촬영감독이 그 장면을 찍을 준비를 하는 동안에 아무도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 현장을 상상해보라. 19살의 풋내기 배우가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자신의 강간을 모의하고 있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이 똑똑한 사람들은 왜 자기들이 무얼 잘못하고 있는지 몰랐을까. 아마 예술가여서, 예술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어이없는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베르톨루치 자신도 그 인터뷰에서 "구상하던 장면을 실제로 얻기 위해선 완전히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자신의 행위를 변호한다. 감독 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맘에 드는 리액션을 얻어내기 위해 별별 미친 짓을 하는 배우들이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은 스스로에게 쓸데없이 관대하고 그 피해는 주변 사람들과 동료들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우린 그걸 예술가의 특권쯤으로,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예술가의 문제가 아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이야기에서 가장 소름이 끼치는 건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 강간마저도 불사한 예술가들의 집착이 아니라, 이 현장이 흔해빠진 역학관계의 흔해빠진 반영이라는 것이다. 권력과 명성이 있는 나이 든 남자들이 찍 소리 못할 것을 알고 있는 19살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영화계의 악명 높은 기행은 늘 이 방향으로만 진행된다. 마리아 슈라이더가 말론 브랜도의 사전 동의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묵인하고 꿈에 부푼 새 희생자가 함정 속으로 들어온다. 이게 고상한 예술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마리아 슈라이더는 2011년 죽었다. 평생 마약 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베르톨루치와 브랜도가 자신을 강간하는 영화가 걸작 취급을 받는 걸 봐야 했다. 그리고 슈나이더는 영화계의 강간 문화에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까. 우린 이미 나이 들고 저명한 감독들이 나름 평판 좋은 영화들을 만들기 위해 젊은 여자배우들에게 무슨 일들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더 이상 소문도 아니고 배우들 자신의 입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그리고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아마 과거의 일만도 아닐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건 당사자들이 늦기 전에 정당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것 아닐까.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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