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시네마, ‘통증’으로 3연속 홈런 날리나

[엔터미디어=오동진의 영화일기] 여름 극장가를 지나면서 국내 영화계가 조용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국내 대기업 3사 영화사, 곧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롯데시네마 간의 세력 균형에 변화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신흥 투자배급사의 부상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장기 침체를 겪던 국내 영화산업에 다소 청신호가 들어 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국내 극장가는 7월과 8월 각각 2,000만에 이르는 관객이 들어 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여름 극장가의 최종 결산은 1강 1중 2약으로 요약되며 그 같은 세력 편성은 곧바로 이어질 추석 시즌으로까지 동일하게 적용될 공산이 크다. 여기서 1강은 롯데엔터테인먼트다. 1중은 신흥 투자배급사 격인 N.E.W.이며 2약은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다. 롯데는 크게 웃고 있으며, N.E.W.는 살며시 미소짓고 있고, CJ와 쇼박스는 인상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여름의 최후 승자가 롯데가 되리라고 쉽게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종병기 활>은 숨겨진 병기였다. 여름철 막바지에 개봉 일정을 잡았고, 사전 입소문도 그리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7광구> <퀵> 등 CJ의 영화에 실망하고 당황한 평자들의 눈길이 대거 쏠렸다. 단박에 올 여름 유일한 ‘대박’ 영화라는 반응들이 나돌았다. 그 같은 호응때문인지 이 영화는 개봉 18일만에 전국 400만 관객의 고지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매우 빠른 속도다. 만약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추석 대목 시즌까지 더해져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관객을 모으는데 성공할 것이다. 롯데 관계자들은 실로 오랜만에 표정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최종병기 활>만을 가지고 롯데가 올 여름의 유일한 ‘1강’이라 불리는 것은 다소 부당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롯데에게는 숨은 병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초기 70만 관객을 모으더니 현재 200만에 근접하고 있다. 명필름이 제작한 작품으로 롯데가 배급을 맡았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이 정도까지 흥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는 큰 작품으로도, 이색적인 장르의 작품으로도 올 여름 연이어 기록을 깬 셈이 됐다. 롯데가 패자(覇者)가 됐다고 하는 건 그때문이다.

추석 시즌에는 곽경택 감독의 신작으로 권상우와 정려원이 주연을 맡은 <통증>을 내놓는다. <통증>마저 일정 수준 이상의 관객을 모으면 롯데는 <활>과 함께 쌍두마차를 거머쥐게 되는 셈이다. 롯데가 현재 <통증>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때문이다.

‘1중’에 해당하는 N.E.W.의 ‘스텝 바이 스텝’ 전법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N.E.W.는 한걸음 한걸음, 메이저급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번 여름 시즌엔 공포영화 <블라인드>로 나름,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의 누적 관객 수는 190만 정도. 공포영화가 이 정도까지 관객을 모으기는 최근 몇 년 사이 <블라인드>가 처음이다.

하지만 N.E.W.로서는 <블라인드>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N.E.W.는 지난 해 연말부터 <헬로 고스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크고 작은 영화로 알게 모르게 빅 히트를 쳐왔다. 손해 본 영화가 거의 없다. 착실하게 성공해 왔으며 이 상태대로라면 메이저로의 등극은 떼놓은 당상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에 N.E.W.가 배급할 영화는 <가문의 수난>이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영화미학적으로는 숱한 비판을 받아 온 영화지만 반면에 대중적으로는 꽤나 성공을 거둬 온 작품이다. N.E.W.는 이 영화의 배급을 통해 계속적으로 성공의 열쇠를 거머쥐려는 심산이다. <가문의 수난>마저 성공한다면 N.E.W.의 성공가도는 한동안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CJ엔터테인먼트가 올 여름 이렇게 무너진 것에 대해서는 CJ 내부든 CJ 외부든 아직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CJ의 올 여름 신작은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아 왔다. 국내 최초 격 3D 블록버스터 <7광구>는 소재면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국내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해저 괴물이 나온다고 했다. 스피드 액션영화 <퀵>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운대> 등 휴먼 코미디에 능한 윤제균 감독이 모두 프로듀서, 곧 제작을 맡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물이 나왔다. 당연히 그 같은 반응은 흥행전선으로까지 이어졌으며 <7광구>는 개봉 거의 한 달만에 조기종영되는 운명이 됐다. 누적 관객 300만에 다다르지 못했다. <퀵>도 비슷한 운명을 겪고 있다. 이 영화의 경우 300만은 넘겼지만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350만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CJ는 두 영화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이를 해외 마켓 등에서 보전할 계획이다. 다행스럽게도 <7광구>의 경우 아시아권을 포함해 40여개국에 선판매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우석 감독은 두 작품의 실패에 대해 “윤제균 감독에게는 독보다 약이 될 것”이라며 “그가 직접 연출을 맡는 <템플 스테이>는 그래서, 더욱더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또 그만큼 성공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의 추석 대작은 송강호, 신세경 주연의 <푸른 소금>이다. 이현승 감독이 십수년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추석 영화 가운데 캐스팅이 가장 ‘센’ 작품으로 분류된다. CJ가 <푸른 소금>으로 얼마만큼 실추된 권력을 만회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쇼박스의 <고지전>은 다소 ‘빈 수레’ 격이었다는 반응을 얻는데 그쳤다. 장훈 감독의 신작으로 급속히 눈길을 모았던 이 영화는 그래서 당초에는 강제규 감독의 예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마냥 초대박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심지어 평단 일부에서는 미국 테렌스 맬릭 감독의 <씬 레드 라인>과 비교되기도 했다.

하지만 평단과 저널 모두 다소 호들갑을 떨었다는 것이 일반 개봉과정에서 드러났다. <고지전>은 개봉 한달 반 동안 290만 정도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으며 이 영화 역시 손익분기점에는 다다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쇼박스는 현재 추석연휴 영화로 <챔프>를 준비중이다. <각설탕>의 후속작처럼 여겨지는 이 영화가 어느 정도 호응을 얻게 될지야말로 쇼박스가 ‘1약’에서 벗어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국내 영화계가 점점 재미있는 형국이 돼가고 있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사진=영화 ‘통증’, ‘최종병기 활’]


저작권자ⓒ'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