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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이민호, 헝그리 정신을 기대한 건 역시 무리였나
기사입력 :[ 2016-12-07 17:42 ]


‘푸른 바다’, 아무리 전지현·이민호라고 한들 최면이 안 걸린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별에서 온 그대>를 떠올리기란 쉬운 일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 것과 전지현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외계인과 인어라는 판타지적 인물이 연인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에필로그로 숨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동일한 패턴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푸른 바다의 전설>은 <별에서 온 그대>와는 좀 다르게 다가온다. 인어 심청(전지현)은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이 캐릭터는 박제된 인어에 불과하다. 인어의 동선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해서 김이 빠지기 십상이다. 인어의 순진함을 보여주기 위해 동원된 유머코드들은 종종 뻔하고 심심한 느낌이다. 텔레비전 속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믿는다거나, 그 외에 지극히 단순하고 철지난 감각의 헛소동들. 외계인이지만 대중들이 짐작하는 외계인 이상의 매력과 감정선을 보여준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을 떠올리면 더더욱 아쉬움이 크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오히려 전지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와 더 닮아 보인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만들어진 후속작 같지만 그저 전지현에 기대었던 게으른 그 영화와 이 드라마는 더 닮아 있다.

물론 <별에서 온 그대>에서 톱스타 천송이를 연기한 전지현이 심청에서 그대로 그 연기를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전작이 전지현의 장점을 최고로 뽑아낸 캐릭터였다면 후자는 전지현이 지닌 매력에만 기대 만들어진 안일한 캐릭터다. 긴 머리의 전지현, 사랑에 빠진 인어, 엽기적이고 귀엽지만 또 어찌 보면 시크한 이 여배우 특유의 캐릭터.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이 삼위일체가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거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어의 클리세에 갇힌 심청은 전지현이 보여줄 수 있는 동적인 매력이란 아가미로 겨우 숨을 쉰다.

하지만 심청보다 더 안타까운 캐릭터는 최면 기술을 보여주는 사기꾼 허준재(이민호)다. 이민호는 잘생긴 이목구비의 생김 자체가 이미 사기인 배우인 건 틀림없다. 다만 이 배우는 없는 매력을 뻔뻔하게 연기해 낼 줄 아는 배우는 아니다. 더구나 오로지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기 위해 만들어진 남친 인형 같은 허준재는 고유의 매력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최근 히트한 드라마에서 흔히 접한 남자주인공들의 면면을 따와 만들어진 인물 같다. 거기에 최면술을 쓸 줄 안다는 설정을 추가했지만 글쎄…… 지금 시대가 최태민 교주가 최면으로 사람들을 홀리던 그때 그 시절은 아니지 않은가?



상황이 이러하니 이민호의 허준재는 <시티 헌터>의 이윤성처럼 멋있지도 <신의>의 최영처럼 묵묵하고 듬직한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취향>의 전진호처럼 이민호가 가진 매력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캐릭터 역시 아니다. 제국고 도도남 김탄처럼 대중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는 캐릭터와는 당연히 거리가 멀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또한 일부 시청자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최소한 허준재만큼 무미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남녀주인공 캐릭터가 심심한 상황에서 이야기 자체도 특별한 매력은 없다. 인어 심청의 원맨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그 순간순간에만 흥미로울 뿐 다음 순간이 궁금해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이 이 드라마에서는 유달리 낡고 무디게 여겨진다. 깨알 재미를 선사하려 만들어졌을 법한 장면들이 깨알처럼 흩어지기 일쑤여서 이야기는 종종 김이 빠진다.



오히려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인상적인 인물은 주인공이 아닌 카메오급의 강남거지(홍진경)다. 버려진 옷가지를 챙겨서 패션을 완성하는 그녀는 이 드라마에서 거의 유일하게 독보적이고 흥미로운 캐릭터다. 그리고 작가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강남거지는 <푸른 바다의 전설>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해낸다.

“우리가 걱정할 건 딱 세 개뿐이야. 냉기, 열기, 허기.” (강남거지)

<푸른 바다의 전설>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냉정하게 맺고 끊는 판단력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드라마 속 사건들은 종종 느슨해지거나 맥없이 끝나 버린다. 캐릭터를 꼼꼼하게 만들어내는 치열한 열기 또한 부족하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는 배고픔이 없다. 대신 흥행이 보장된 두 명의 한류 스타를 세워놓았으니 어떻게든 그림이 될 거라는 안일함이 가득하다. 물론 그럭저럭 심심풀이의 재미는 있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푸른 바다의 전설>은 칭찬하고 아껴주고 기억하고 싶은 작품은 아니다. 전지현, 이민호가 주인공이더라도 칠푼이가 아닌 이상 이 인어 이야기에 빠져들어 최면까지 걸리기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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