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비판과 여혐 사이, DJ DOC의 ‘수취인 분명’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뮤직스토리] 오는 10일 DJ DOC가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다. 지난달 25일 시국을 비판한 ‘수취인 분명’을 발표하고 애초에 26일 촛불집회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가사 내용 중 일부 가사들의 표현이 여성혐오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무산됐다. 비판이 지목한 가사들은 ‘미쓰박’, ‘쎄뇨리땅’, ‘얼굴이 빵빵’,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같은 대목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DJ DOC가 촛불집회 무대에 오르게 된 건 이 노래가 궁극적으로 가진 비판의 칼날이 여성혐오보다는 박근혜 정부에 맞춰져 있다는 걸 어느 정도는 수용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렇다고 ‘수취인 분명’의 가사들이 갖고 있다는 여성 혐오에 대한 비판이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분명 지적한대로 ‘미쓰박’이라는 표현에는 ‘미스’라는 지칭에 여성을 낮게 바라보는 시선이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고 ‘얼굴이 빵빵’이나 ‘널 데리러 가’ 같은 표현 속에도 ‘여성은 그렇다’는 식의 편견이 들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시국을 비판하는 노래 속에 굳이 여성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들이 들어간다는 건 그 노래를 여성들이 편하게 듣기가 불편해지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표현들이 여성 혐오가 의도된 것이라기보다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란 입장도 만만찮다. 즉 ‘미쓰박’이라는 표현은 단지 ‘미스’로 낮춰보는 여성의 시선이 들어가 있다기보다는 ‘미스(테이크)’ 박의 중의적 의미로 힙합에서 자주 쓰이듯 미스와 미스테이크를 언어유희한 측면이 있다. 또 ‘쎄뇨리땅’ 역시 새누리당을 지칭해 비하할 뿐 여성 비하와는 상관이 없고, ‘얼굴이 빵빵’이라는 표현도 대통령의 불법 시술 의혹을 담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널 데리러 가’라는 가사는 ‘오빠차’라는 노래의 가사에서 가져와 사실은 ‘구속하러 간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즉 ‘수취인 분명’이라는 노래는 여성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분명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여혐으로도 해석이 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특정인과 현 시국을 비판하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여혐과는 상관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게 된 것은 현재 우리가 젠더에 대한 감수성이 변화하고 있는 지점에 서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과거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던 말들이 사실은 민감한 젠더 문제들을 담고 있는 표현들이었다는 게 지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DJ DOC의 ‘수취인 분명’은 그래서 의도했다기보다는 과거부터 해왔던 표현들을 그저 이번 시국비판에 끌어왔던 것으로 보이며, 그렇기 때문에 젠더 문제에 있어서는 그만큼 민감하지 못했던 탓에 이런 문제의 소지들이 가사에도 담기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 DJ DOC 측은 이번 촛불집회에서 여혐 논란을 우회하기 위해‘수취인 분명’의 가사를 바꿔 부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바라보면 ‘수취인 분명’이라는 곡이 이번 촛불집회 무대에 오르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그 하나는 뮤지션들의 사회참여의 의미다. 표현에 있어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취인 분명’처럼 분명하게 시국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음악인들의 사회참여가 특별한 일이라기보다는 당연한 일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 물론 음악인들은 이미 사회참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던 게 사실이다. 다만 우리네 음악 소비가 거대 기획사 중심으로만 흐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참여적 노래들이 조명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봐도 DJ DOC의 ‘수취인 분명’ 같은 노래의 의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갖고 있는 잘못된 젠더 의식에 대한 문제 역시 ‘수취인 분명’은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곡이 무의식적으로라도 갖고 있는 여성 혐오적 뉘앙스는 시국 비판에 대한 환호와 함께 동시에 잊지 말아야할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수취인 분명’은 현재 변화하고 있는 젠더 감수성을 비판적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런 경우 ‘비판적 수용’이라는 측면은 중요하다. 비판할 지점은 비판하면서 수용할 지점은 수용하는 자세. 그것이 뮤지션들의 사회참여의 길을 열면서도 동시에 놓치기 쉬운 비판적 관점 역시 챙기는 일이 될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고발뉴스, 모모콘커뮤니케이션]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