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구르미’처럼 꽃길 걸을까 ‘달의 연인’처럼 몰락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성공을 이을 것인가 아니면 기대와 달리 <달의 연인>처럼 소소해질 것인가. 이제 첫 방영을 앞두고 있는 KBS 월화드라마 <화랑>에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얹어져 있다. 100% 사전 제작되어 벌써 일찍부터 매스컴을 통해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까지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100% 사전 제작된 드라마들이 겪은 힘겨움을 경험한 현재라서 그 불안감 또한 떨칠 수 없는 것. 어떤 것들이 <화랑>이 기대 요소이고 불안 요소일까.

<화랑>이 주는 기대 요소는 이 작품이 깔고 있는 현실적인 지점들이다. 즉 1,500년 전 신라시대의 이야기지만 당시 골품제라는 금수저 흙수저를 나누는 신분사회의 틀과 그 안에서 현실적 어려움을 겪었던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작금의 사정들과 조우하는 면이 있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무명(박서준)은 천인의 신분으로 앞길이 막혀 있는 청춘이다. 그가 신분을 속인 채 화랑이 되어가는 그 과정은 그래서 작금의 시청자들에게도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여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로(고아라) 역시 마찬가지다. 진골 아버지와 천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이도 저도 아닌 신분의 존재로 살아가는 그녀가 궁인 시험에 합격해 궁에 들어가려는 모습은 마치 작금의 공시생들을 떠올리게 한다. 후대가 반쪽 신분을 갖는 게 싫어 결혼도 꿈꾸지 않은 채 살아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삼포세대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아로가 무명과 또 그녀 앞에 나타날 성골 왕위 계승자 지뒤(박형식) 사이에서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의 이면에는 그래서 신분제의 족쇄라는 현실적인 그림자가 깔려 있다.



만일 이 무명과 아로가 갖고 있는 이러한 현실적인 지점들이 시청자들을 공감시킨다면 그 바탕 위에서 이 꽃미남 화랑들이 펼치는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가 훨씬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바닥을 딛고 있는 무명을 중심으로 그에게서 어떤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되는 화랑들의 이야기. 그건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판타지들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구르미 그린 달빛>의 청춘들의 이야기처럼 반짝반짝 빛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위험 요소 또한 상존한다. 역시 사전 제작되었던 SBS 드라마 <달의 연인>의 패인이라면 그 많은 꽃미남들을 내세웠지만 황궁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그 이상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하지 못한 데서부터 비롯됐다. 결국 <화랑>도 마찬가지다. 일단 포진은 꽃미남 화랑들 속에 뛰어 들어가게 된 여자주인공의 로맨스 판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은 그래서 이 작품이 가진 유인이면서 동시에 발목을 잡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적당히 활용하면 드라마에 윤활유가 되지만 이걸 전면에 내세우면 드라마는 소소해져 버린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여기 출연하는 배우들이 박서준이나 박형식 정도를 빼고 나면 연기력에 있어서 확실히 검증되는 면들이 없었다는 점이다. <달의 연인>이 문제가 됐던 건 그 많은 꽃미남들이 등장하지만 몇몇 주인공 빼놓고는 연기가 몰입을 깰 정도로 부족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달의 연인>의 여주인공 이지은이 내내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 반면 <구르미 그린 달빛>의 김유정은 생애 첫 성인 주연을 호평으로 마무리하며 드라마 성패에 일조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연기력 논란 꼬리표를 확실하게 뗀 <응답하라 1994>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고아라에게는 <화랑>이 확실한 캐릭터 소화력을 다시 보여줄 기회이면서 한편으로는 부담이 될 것이다. 만일 <화랑>이 초반부터 연기력과 관련된 문제가 대두된다면 작품은 의외로 쉽게 가라앉을 수 있다.

물론 <선덕여왕>에서 화랑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처럼 본격적으로 화랑의 세계를 소재로 갖고 온 사극은 처음이다. 소재는 확실히 주목되는 면이 있고 그래서 기대감도 큰 것이 사실이다. <화랑>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 첫 회에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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