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이 신인배우 발굴? 이게 과연 상식적인 일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성장 가능성 높은 배우를 캐스팅해 그 역량이 드라마에 반영되도록 하고 이를 독려하는 것은 총괄책임자로서 드라마본부장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정윤회 씨의 아들 배우 정우식의 드라마 출연에 있어서 제기된 외압 의혹에 대해 MBC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은 그렇게 부인했다. 그는 “배우 정우식은 MBC 오디션에 지원하기 전 이미 SBS <결혼의 여신>(2013년)과 tvN <로맨스가 필요해>(2014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배우입니다. 그는 정상적인 오디션에 참가해 여타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연기력이 평가돼 발탁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들의 추천도 있었습니다. 이는 통상적인 캐스팅 방식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MBC 드라마국 김민식 PD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1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장근수) 본부장님께서는 때로는 제작사 대표를 통해서, 때로는 연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특정 남자 배우를 반드시 드라마에 출연시키라고 종용하셨습니다.”라고 했고, “대본을 보고 극중 주인공 남동생 역할을 지정하여 캐스팅을 주문하신 일도 있고, 비중이 없는 신인치고 너무 높은 출연료를 불러 제작진이 난색을 표했을 때는 ‘출연료를 올려서라도 반드시 캐스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드라마 본부장이 그 직권을 이용해 제작진들에게 캐스팅에 있어서 압력을 행사한 것이 된다. 게다가 높은 출연료까지 챙기게 해줬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김민식 PD는 이를 ‘비선 실세 농단’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물론 배우 정우식은 장근수 본부장이 말한 것처럼 SBS <결혼의 여신>과 tvN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하며 데뷔했지만, 2014년 4월부터는 <개과천선>, <야경꾼일지>, <오만과 편견>, <빛나거나 미치거나>, <딱 너같은 딸>, <화려한 유혹>, <옥중화>까지 MBC 드라마에만 연속해서 출연했다. 이에 대해 김민식 PD는 “‘MBC 드라마를 위해 애쓴’ 본부장님의 흔적이 엿보였다”며 “그래서 더 부끄럽고 슬펐습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민식 PD의 글에서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대목은 “언제부터 드라마 신인 배우 발굴이 본부장의 일상적 관리행위였습니까?”라는 주장이다. 사실 캐스팅에 관한 한 해당 드라마의 제작진의 고유권한이라고 볼 수 있다. 본부장이라는 위치에서 주인공급의 캐스팅에 대한 것도 아니고 신인 배우에 대해 일일이 챙기는 건 그 자체로 압력처럼 다가올 수 있다. 장근수 본부장이 얘기한 “총괄책임자로서 드라마 본부장의 역할”로서 “성장 가능성 높은 배우를 캐스팅해 그 역량이 드라마에 반영되도록 하고 이를 독려하는 것”은 그래서 그 자체로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이 중대한 사안에 대한 진위 여부는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런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 자체가 현재 MBC 드라마가 처한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때 ‘드라마 왕국’이라고까지 불렸던 MBC가 지난 몇 년 사이 ‘막장 드라마’ 논란에 연거푸 휘말리고, 그러면서도 작품 보다는 시청률에 경도되는 경향을 보인 건 분명 사실이다.

이번 특혜 의혹의 조사가 더 면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만일 MBC 드라마의 현재가, 심지어 김민식 PD가 ‘비선 실세 농단’이라고까지 표현한 드라마국 내부적인 문제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그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상식적인 선에서 본부장이 직접 신인 배우 발굴을 독려하는 일은 당연하다기보다는 민감한 사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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