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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이 도깨비에 설득되는 건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기사입력 :[ 2016-12-22 14:26 ]


‘도깨비’, 판타지의 힘으로 따스하고 유쾌한 위로를 공유한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는 판타지의 힘이 무엇인지 안다. 판타지는 밑도 끝도 없는 거짓말이 아니다. 우리를 위로하고 다독이고 숨 쉬게 하는 힘이다. 판타지가 답답한 당신의 숨 막히는 현실에 계속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한순간의 달콤한 산소호흡기는 될 수 있다. 그리고 <도깨비>는 그런 판타지의 힘에 충실하다.

<도깨비>는 우리가 아는 설화 속 그 도깨비를 남자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도깨비>의 주인공 김신(공유)은 우리의 설화 속 도깨비와는 좀 다르다. 뿔이 나 있지도 않고 원시인 같은 헐벗은 옷차림도 아니다. 그는 긴 롱코트를 입었고 방망이 대신 멋진 칼을 휘두른다. 숲속의 흙탕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게 아니라 분위기 있게 도깨비의 음료 카누를 마신다.

다만 이렇듯 멋진 분위기를 풍기지만 배우 공유는 도깨비라는 존재를 설득시키기에 충분하다. 그의 살짝 처진 듯 커다란 눈이나, 광대뼈, 특유의 턱선, 까무잡잡한 피부가 어우러진 얼굴은 희한하게도 도깨비의 얼굴형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 배우 강동원이 미끌미끌한 액체성 요괴와 잘 어울리는 요괴미남상이라면 공유는 바위처럼 단단한 광물성 요괴와 잘 어울리는 요괴미남상이라 할 수 있겠다. 저승사자를 연기하는 배우 이동욱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창백한 피부와 너무 깊어 퀭해 보이는 눈은 저승사자와 최적의 조합을 자랑한다. 그리고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드라마를 종횡무진 누비며 인간과 다른 불사의 존재가 지닌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불사의 존재, 특히 쓸쓸하고 찬란한 신인 도깨비 김신의 차별화가 멋진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김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설화 속 도깨비보다 복잡한 존재다.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살고 있으며 언젠가 그를 사랑해줄 도깨비 신부가 칼을 뽑으면 그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유한한 인간과 다른 무한한 힘을 가진 존재지만, 유한한 인간의 삶과 같아지는 순간에야 불멸의 인생을 끝낼 수 있는 존재다. 도깨비지만 신에 가깝고, 신에 가깝지만 인간과 운명을 공유하는 지점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찬란하고 쓸쓸하다.



<도깨비>는 도깨비 김신과 여주인공 지은탁(김고은)의 인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도깨비신부인 지은탁은 출생자체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니다. 지은탁의 엄마는 만삭의 몸으로 교통사고를 당했고 뱃속의 아이와 더불어 죽어야할 운명이었다. 마침 그를 지켜본 도깨비 김신의 도움으로 죽음을 면한다. 원래 죽어야 했던 인간이 도깨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셈이다. 하지만 비록 목숨은 얻었으되 그녀는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 수는 없었다. 죽음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던 엄마는 일찍 그녀 곁을 떠난다. 이승과 저승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여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계속 귀신을 본다. 어느덧 여고생이 된 지은탁은 친인척에겐 핍박, 담임교사에겐 구박덩이 찬밥 신세다.

“불행해서요. 이젠 감기 같아요. 내 불행이.” (지은탁)

불행을 감기처럼 달고 살고 귀신을 이웃집 언니처럼 보는 지은탁에게 어느 날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다. 그녀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목숨을 구해주었던 도깨비 김신이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면서부터다.

지은탁은 촛불을 켰다 끄면 언제든 도깨비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처음에는 자신을 신이 아닌 이웃집 아저씨처럼 대하는 지은탁에 당황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불행한 소녀에게 도깨비는 남다른 감정을 지니게 된다.



“네 그지 같은 상황을 10원어치 정도 걱정하는 사람.” (김신)

지은탁이 자신이 도깨비신부라는 운명을 깨달으면서 이후 두 사람의 로맨스는 점점 더 속도가 붙는다. 도깨비는 지은탁을 위해, 그녀의 못된 친척을 벌주고, 단풍잎을 코팅해 선물로 준 그녀를 데리고 문 하나만 열면 단풍국 캐나다로 훌쩍 넘어간다. 뒤에서 도움을 주는 키다리아저씨가 아니라 그녀를 데리고 어디든 갈 수 있는 키다리도깨비인 셈이다.

그런데 이 판타지 속 로맨스는 희한하게 현실의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선사한다. 어쩌면 지금 이곳의 우리들은 지은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회에서 만난 인간관계는 나를 옥죄고, 나쁜 일은 감기처럼 찾아오며, 가끔 나란 존재는 날 때부터 어차피 이 세상에 기입될 수 없는 이름 없는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마음이 들 때 우리에겐 문을 열면 깜짝 놀랄 순간을 보여줄 <도깨비>가 필요하다. 어차피 진짜 도깨비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렇다면 추운 겨울 <도깨비>의 도깨비 김신에게 기대어 잠시 위안 받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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