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KBS 연예대상 수상이 갖는 흥미로운 의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변이라기보다 고심이 묻어난 수상이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밤 펼쳐진 <2016 KBS 연예대상>에서 유재석, 김준호, 이휘재, 신동엽을 제치고 김종민이 대상을 품에 안았다. 코미디언 출신도 아니고, 메인 진행자도 아니며,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앵커테넌트가 아닌 게스트와 롤플레이어로 활약하는 예능선수가 대상을 받은 첫 번째 사례다. 무엇보다 우선해 김종민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낸다. 요즘 같이 회전률이 높은 시기에 한 프로그램에 9년째, 같은 캐릭터로 예능계에 십여 년 동안 건실히 활약했다는 점은 충분히 보답을 받아 마땅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김종민이 연예대상의 영예를 안게 된 의미와 경위다. 김종민은 “제가 대상 후보에 올라온다는 게 너무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수상소감의 첫 운을 뗐다. 그럴 법도 한 것이 그다음 날 펼쳐진 <2016 SBS 연예대상>에서 신동엽의 대상의 영예를 거머쥔 것과 ‘버전’ 자체가 다르다. 신동엽도 26년 만에 친정에서 대상을 받아 화제가 됐지만 그리 어색하지 않은 그림이었다.

그동안 연예대상은 거의 대부분 코미디언 출신이면서 본인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기획 구성하는 메인MC들의 전유물이었다. 유재석, 강호동 체제로 접어든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은 국민MC 반열에 오른 신동엽을 포함해 단 몇 사람이 돌아가며 방송 3사의 대상을 차지했다. 예외적인 경우가 2007년 KBS의 탁재훈과 2012년 MBC의 박명수, 2015년 KBS 이휘재 정도인데, 탁재훈은 가수 출신이지만 당시 이미 톱MC였으며, 박명수도 홀로서기를 못했을 뿐 캐릭터 브랜드와 꾸준함 측면에선 이견이 없는 최고 선수다.



이런 점에서 메인MC도 아니고 예능판에서 서브 캐릭터나 게스트로 주로 활약하는 김종민의 대상 수상은 공중파 방송 3사의 연예대상이 그동안 가져온 의미, 위상, 선정 시스템의 변화와 해체가 더 이상 불가피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건이다. 더 이상 방송사 내부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성과 톱MC와 방송사 간에 맺은 공고한 기득권으로는 연예대상 시상식의 의미와 위상과 시스템이 버틸 수 없음을 인정하고 변화 혹은 고육지책을 택한 지혜라 여겨진다.

공중파 방송3사의 연말 시상식의 위상과 의미는 지난 10여 년째 퇴색일로다. 주말판 신문에서 방송 편성표를 보며 각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 스케줄을 확인해놓고, 지난 한 해를 추억하며 누가 대상을 받게 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응답하라’ 시절은 한참 전에 지나갔다. 다 매체 시대로 접어들면서 위태해진 공중파 예능이 각자 벌이는 잔치에 시청자들이 부여하던 권위는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공중파 3사 모두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거나 예능계에서 지분을 점유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각 방송사별 연말 시상식은 사내 공로상 정도로 위상이 점차 낮아졌다.



예능 콘텐츠가 메인진행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포맷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도 기존 연예대상 시스템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근본 요인이다. 관련해서 프로그램 자체에 상을 주거나, 공동 수상을 하는 등의 변칙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상을 건넸던 인기 프로그램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데 새로운 흥행작은 나타나지 않으면서 매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올드해지는 브랜드, 나타나지 않는 트렌드, 새로운 도전의 새드엔드가 몇 년째 반복 중이다. 김종민이 속한 <1박2일>의 경우 2011년에 프로그램 자체가 대상을 받았고, 멤버인 김준호는 2013년에 이미 대상을 안은 바 있다. 그리고 올해도 생방송 중에 시청자 투표 점수를 반영해 선정한 ‘시청자들이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김종민의 대상 수상은 개인에겐 큰 영예이지만, 방송사 입장에선 큰 고심의 산물이라 느껴지는 이유다. 그리고 가장 변화가 느린 것으로 알려진 KBS가 가장 전향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물론 어쩌면 고육지책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발전적인 한걸음을 내딛은 것이라 생각한다. 공중파 방송사의 위상이 절대적이던 시절에 정립된 고전적인 방송 시상식의 문법이 점점 변화되는 방송환경과 트렌드와의 간극을 어떻게 따라잡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바라보는 새로운 재미를 기대하게 한다. 이번 <2016 KBS 연예대상 시상식>은 늘 몇 발은 뒤쳐져 따라가던 공중파 방송사의 낡은 제도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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