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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캐릭터의 참을 수 없는 밋밋함에 대하여
기사입력 :[ 2016-12-28 15:06 ]


‘마스터’ 이병헌·강동원·김우빈, 왜 매력 발산에 실패했을까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종종 영화 제목도 유행을 타는데, 한동안 <...자들>이란 제목이 그랬었다. 맨 처음엔 <감시자들>이 있었고 그 다음엔 <기술자들>이 있었고 마지막으로는 <내부자들>이 나왔다. 마지막 영화는 동명의 원작이 있었으니 일부러 유행을 따른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흐름이라는 게 있다.

이 영화들에 대해서는 이미 한 번 이상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감시자들>은 한국 장르 영화들이 쉽게 빠지기 쉬운 위험을 영리하게 피해 간 준수한 장르영화였다. <기술자들>은 자신의 영리함을 과대평가한 게으른 영화였다. <내부자들>을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결코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며 이 영화의 비판적 기능은 과대평가되었다고 본다.

얼마 전에 개봉한 <마스터>는 이 세 편의 영화를 합친 것 같은 영화다. 내용면에서도 그렇지만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만 봐도 그렇다. 감독인 조의석은 <감시자들>의 공동감독이고 각색자이다. 출연배우인 이병헌과 김우빈은 각각 <내부자들>과 <기술자들>의 주연이었다.

영화의 내용 역시 이 세 작품을 섞은 것 같다. 일단 <감시자들>처럼 지능적인 범죄자와 엘리트 경찰들의 대결을 다룬다. <내부자들>처럼 정경유착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기술자들>처럼 이중삼중의 사기가 개입된다. 특히 김우빈의 캐릭터는 <기술자들>이나 <마스터>이나 그냥 똑같은 것 같다.

이 자체는 좋다는 말도 아니고, 나쁘다는 말도 아니다. <기술자들>의 재료를 갖고 왔다고 해서 그 영화가 나빠진다는 말은 아니다. <기술자들>의 문제는 기존 재료를 게으르게 썼다는 데에 있지, 그 재료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우빈의 캐릭터는 <기술자들>보다는 <마스터>에서 훨씬 잘 쓰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영화는 실망스럽다. 분명 <기술자들>보다는 나은 영화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감시자들>의 후속작이 아니던가. <내부자들>과 <기술자들>의 재료가 들어간다고 해도 <감시자들>의 기본은 유지하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마스터>는 그게 안 되어 있다.

얼핏 보면 <마스터>는 <감시자들>의 길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범죄자와 경찰은 모두 영리하고 자기 일에 대해 잘 아는 프로페셔널들이다. 기술적인 면도 준수하다. 하지만 영화는 <감시자들>의 재미는 결코 따라잡지 못한다. 영화 내내 거기까지 간다고 발동만 걸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이다. 꼭 영화에서 캐릭터가 우선할 필요가 없다. 좋은 플롯이 적절한 페이스로 흘러준다면 캐릭터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 하지만 <감시자들>의 매력 절반은 캐릭터에 있었다. 우린 이 캐릭터들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고 영화도 이들의 사연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지만 우린 이들이 우리가 모르는 흥미로운 전사가 있고 그것이 그들의 드러난 행동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프로페셔널한 범죄와 수사과정만 그려도 여분의 재미가 늘 뒤에 깔린다.



하지만 <마스터>는 비슷한 캐릭터들을 가져와 이 모든 것을 평면화시킨다. 강동원의 캐릭터는 그냥 똑똑한 경찰이고 이병헌의 캐릭터는 그냥 똑똑한 악당이다. 김우빈은 그냥 김우빈. 배우들이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불어넣어도 이들이 입체성을 얻지는 못한다. 그 결과 그들은 자기의 의지 없이 각본가가 배배 꼬아 영화 속에 집어넣은 플롯에 끌려 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플롯은 흐르지 못하고 미리 파놓은 수로에 고이게 된다.

여기서 <감시자들>이 홍콩 영화 <천공의 눈>의 리메이크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개인적으로 <감시자들>이 <천공의 눈>보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액션 신은 훨씬 잘 짜여졌고 한효주와 진경의 캐릭터는 훨씬 매력적이고 다른 인물들도 원작과 분리된 장점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페셔널리즘을 다루는 방식,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 하드보일드한 분위기는 원작에서 빚을 지고 있다. <마스터>의 밋밋함은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감시자들>을 거치면서도 이 중요한 장점들을 완전히 체화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마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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