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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로그 원’ 보이콧 시도에 대하여
기사입력 :[ 2017-01-06 12:21 ]


‘스타워즈’ 시리즈를 계속 지켜봐야 할 또다른 이유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가 개봉되기 전에 인터넷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보이콧 시도가 있었다. 익숙한 이야기다. 이미 전에 나온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깨어난 포스>의 보이콧을 주도한 자들은 주인공이 앵글로색슨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앵글로색슨인 주인공이 여자이고 이들의 팀이 라틴계, 페르시아계, 중국계로 구성된 <로그 원>의 경우도 비슷했다. 단지 이 보이콧을 주도한 사람들은 디즈니가 이 영화의 일부를 재촬영하면서 반트럼프 메시지를 숨겨놨다고 믿는다. 어느 경우건 그 보이콧은 실패로 끝났다. 대부분 관객들은 주인공이 앵글로색슨 백인 남자가 아니라도 그 영화를 봤고 좋아했다.

이 시도는 어처구니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스타워즈>의 악당인 제국과 황제는 백인우월주의자이고 성차별적인 나치들이 아니었던가? 반란군은 이들에 대항하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사람들이 모인 연합군이 아니었던가?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전 <스타워즈> 영화를 참고 봤지?

그런데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일단 첫 번째 영화인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을 보자. 이 영화에서도 제국은 나치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양성만 따진다면 반란군도 특별히 다를 게 없다. 이 영화의 반란군은 레아 공주를 제외하면 모두 백인 남자들이고 다른 인종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백인 남자아이들의 싸움인 것이다.

그리고 삭제된 클립들을 보면 루카스가 꼭 대놓고 나치를 의도했던 것 같지도 않다. 루크의 삼촌이 제국의 '농장 국유화'를 걱정하는 장면 같은 걸 보면 제국은 냉전시대 소련 같기도 하고 독립전쟁 전의 대영제국 같기도 하다. 물론 제국군이 대부분 영국식 영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다시 말해 지금 <로그 원>을 보이콧한 인종차별/성차별주의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봤을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자 제국과 다양한 인종의 반란군이라는 익숙한 그림은 이후 영화들에서 조금씩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을 보면 조금씩 반란군이 다양성을 갖추기 시작하는 게 보인다. 흑인인 랜도 칼리시안, 아크바 제독과 같은 외계인, 몬 모스마와 같은 여성들이 조금씩 반란군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구출받는 역할이었던 레아 공주의 캐릭터 역시 성장하며 역할을 넓혀간다. 이후에 나온 프리퀄 삼부작에서 등장인물은 훨씬 다양해졌고 지금도 그 발전 과정에 있다. <스타워즈>의 역사는 시대에 맞추어 영화가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걸 하나의 고정된 역사를 다룬 시리즈로 본다면 까다로워진다. 프리퀄에 더 많은 인종이 등장하고 여성의 비중이 조금 높은 것은 제국이 지배하던 20여년 동안 은하계가 퇴보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아마 심지어 반란군 역시 그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희망> 직전이 배경인 <로그 원>만 해도 어느 정도 다양성을 유지하던 반란군이 <새로운 희망> 때는 백인남자애들의 놀이터가 된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까?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스타워즈>의 세계를 완벽하게 아귀에 맞게 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이보다 더 역사가 더 오래된 시리즈인 <스타 트렉>이,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아시모프의 미래사 연작들이 증명한다. 과거의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는 과거의 산물이고 언제나 발전하는 현재의 영향을 받는다. <로그 원>만 해도 썩 그럴싸하게 <새로운 희망>과 연결되긴 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 결국 이런 미래사를 쓰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역사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

<깨어난 포스>와 <로그원>은 아직 발전 중인 작품이다. 확실히 다양성은 이전보다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걸리는 것은 많다. 예를 들어 아직도 <스타워즈>의 작가들은 ‘여자’가 ‘흑인’이나 ‘외계인’과 같은 독립된 분류이며 다른 분류와 겹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까지 <스타워즈>의 감독들은 모두 백인 남성들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이전 <스타워즈>의 반란군이 그런 것처럼 자신만의 편견을 갖고 있고 충분히 다양하지 못한 사람들의 집단인 셈이다. 이들의 발전에 대한 기대는 앞으로도 <스타워즈> 시리즈를 지켜봐야 할 또다른 이유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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