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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감독이 트라우마를 풀어내는 방식
기사입력 :[ 2017-01-08 13:36 ]


왜 그토록 ‘너의 이름은.’의 공감에 간절해졌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에 대한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겨우 개봉한 지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앞두고 있다. 애니메이션이고 그것도 우리 대중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런 흥행은 이례적인 느낌이다. 물론 대중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있어서 국가 간의 정서가 앞세워질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이런 국가 간의 정서를 떼놓고 오로지 작품만으로 들여다보면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꿈을 통해 타인의 몸과 자신의 몸이 바뀐다는 판타지 설정은 사실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스위치> 같은 영화가 그런 소재를 다룬 바 있고, 우리에게도 <시크릿 가든>으로 익숙해진 소재가 아닌가.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해온 일련의 작품들이 가진 극도로 현실적이고 섬세한 감정들이 심지어 문학적으로까지 느껴지던 전작들을 염두에 놓고 보면 이런 판타지 설정은 조금은 과하게 다가온다. 몸과 몸이, 그것도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이 바뀌는 그 상황은 유머러스하게 전개되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으로 보면 너무 복잡하고 장황하다.

물론 그런 변화는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만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 중 <언어의 정원>이나 <초속5센티미터>를 본 관객이라면 너무나 스펙터클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게다. <언어의 정원> 같은 작품이 놀라웠던 건 사실 그 안에 담겨진 스토리가 지나치게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거기 있는 인물들의 감정표현이 그 어떤 스펙터클보다 더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초속5센티미터>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는 같은 학교에서 지내던 두 아이가 어쩌다 서로 떨어져 멀리 전학을 가게 되고 서로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다 어느 눈 오는 날 그 먼 거리를 달려가 서로 만나는 이야기가 전부다. 하지만 그 단순한 이야기 속에 여자 아이를 만나러 가는 남자 아이의 감정은 마치 문학작품 속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깊게 요동친다. 이런 내적인 감정 표현들이 ‘빛의 마술사’라고도 불리고 ‘배경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섬세한 붓놀림에 의해 완성된다. 그의 작품은 실로 인물이 내면을 직접 말하기보다는 그 인물이 서 있는 배경을 통해 말하는 것으로 놀라운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이런 점을 두고 보면 <너의 이름은.>은 이런 내면의 이야기보다는 훨씬 행동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이건 아마도 단편과 장편의 차이일 수 있지만 그래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문학적인 그림들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너의 이름은.>이 우리네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건 그 나마 이 작품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지점으로써, ‘타인에 대한 공감’이라는 주제의식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로의 몸이 바뀌어진 것을 알게 된 남녀가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그 과정은 사실 이 애니메이션이 그리고 있는 스펙터클의 스토리보다 더 우리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이 서로에 대한 공감은 작품 후반부에 이르러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 앞에서 사적인 차원을 넘어 공적인 차원으로까지 나아간다. 세월호 참사 같은 아픈 기억을 가진 우리에게 바로 이 부분은 특별히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타인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는 그 마지막 장면의 간절함은 그래서 우리에게는 사적인 사랑의 차원을 뛰어넘어 공적인 마음으로까지 간절하게 읊조리는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우리 안의 말들을 끄집어내기에 충분하다.



공감에 대한 간절한 마음. 아마도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에게 이만큼 큰 건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지워버리려 하고 또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지울 수 없고 기억 하겠다 다짐하게 되는 그 간절한 공감의 마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도호쿠 대지진을 겪으며 갖게 된 트라우마를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내려 했다고 한다. 그건 그가 자신의 작품들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지금껏 들여다봤던 바로 그 방식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들도 알고 있다. 바로 이 트라우마 역시 공감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통해 겨우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너의 이름은>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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