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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원, 밋밋하고 뻣뻣한 연기에도 매력적인 까닭
기사입력 :[ 2017-01-11 13:29 ]


호불호 연기 갑 이요원, 독특한 캐릭터와 대중성 부족 사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긴 생머리와 하얀 피부, 가녀린 몸매 탓에 이요원은 지극히 여성스러운 배우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이 배우의 타고난 베이스는 오히려 뚱한 얼굴로 운동장 트랙을 도는 긴 팔 다리의 초등부 여자육상선수 분위기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앙다문 입술과 싸늘한 눈빛에서 느껴지는 무뚝뚝한 분위기, 감정 없어 보이는 목소리를 통해 그런 특유의 스타일은 더더욱 굳어진다. 물론 한껏 웃으면 삼십대 중반임에도 개구진 초등학생 얼굴로 변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요원은 특이하리만큼 그녀의 연기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가 강하다. 이요원의 연기가 밋밋하고 뻣뻣하며 지루하다는 평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란하고, 과장되고, 감정이 격한 연기와 궁합이 잘 맞는 편은 아니다. 표정이 다양하지 않으며 동적인 것도 아니다. 대사에 감정을 힘껏 싣는 편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요원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드라마의 인물들을 연기할 때 살짝 싱거워지는 감이 있다.

어색하고 뻣뻣하게 느껴지는 이요원의 움직임 또한 그녀의 연기를 불호하는 이들에겐 거슬릴지 모르겠다. 팔짱을 낀다, 뻣뻣하게 주먹을 쥐었다가 편다, 마리오네뜨 인형처럼 둥실둥실 걷는다 등등 그녀의 움직임마다 특유의 뻣뻣함이 있다. 물론 그녀의 팬들에게 이런 뻣뻣함은 오히려 구체관절인형의 동작처럼 사랑스럽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뻣뻣하고 밋밋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배우 이요원에게는 다른 여배우들이 지니지 않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다만 그 매력을 보여주기에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로 흘러가는 평범한 드라마가 그다지 맞지 않을 따름이다. 화제성 면에서 이요원의 가장 큰 히트작은 MBC <선덕여왕>이겠지만 그녀가 매력 있는 여배우라는 걸 보여준 작품은 바로 다음 작품인 SBS <49일>이었다.

드라마 <49일>에서 이요원은 연인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송이경을 연기한다. 그런데 송이경에게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신지현(남규리)의 영혼이 빙의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신지현이 살기 위해서는 세 방울의 진실한 눈물이 필요하고 신지현에 빙의된 송이경은 그 눈물을 흘려줄 사람을 찾기 위해 돌아다닌다.



<49일>은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차분하고 정서적인 드라마다. 이 작품에서 이요원은 연인의 죽음으로 공허함만 남은 송이경과 밝은 성격의 신지현이 빙의된 송이경을 제각각 다른 느낌으로 연기한다. 표정은 많지 않지만 미묘한 눈빛의 변화와 말투들로 아예 다른 사람은 아니더라도 미묘하게 느낌이 달라 보이는 지점들을 잘 잡아냈다. 특히 송이경을 통해 이요원의 연기는 에너지 넘치는 인물일 때보다 에너지가 가라앉은 인물을 그릴 때 더 빛이 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혹은 수도꼭지 터지듯 모든 감정을 다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습식 연기가 아닌 내내 감정 없는 표정을 보여주다 눈물 한 방울만 똑 흘리는 건식 연기에 방점이 찍혀 있거나.

이후 이요원은 박경수 작가의 <황금의 제국>에서 재벌가의 까칠하고 냉정한 상속녀 최서윤을 연기하면서 본인의 달라진 이미지를 확실하게 어필한다. 특히 이요원은 까칠한 여성 인물을 그리면서 동시에 상투적인 여성스러움을 지워내는 데 재능이 있다. 그 때문에 이요원이 연기하는 걸크러쉬 인물들은 특유의 여성스러운 옷맵시 덕에 외양은 지극히 여성스러우나 분위기는 냉철한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지난 해 화제를 모은 JTBC <욱씨 남정기>의 옥다정의 경우에는 여기에 코믹함과 ‘츤데레’한 사랑스러움을 살짝 가미했다.



한편 시청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MBC <불야성>의 서이경은 이요원이 최근에 그려온 캐릭터의 완성판이 아닌가 싶다. 이 드라마에서 서이경은 성공을 위해 자비라고는 없는 삶을 산다. 더구나 서이경은 이런 종류의 드라마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눈을 부라리며 음모를 꾸미는 여주인공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서이경은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모든 걸 분석하고 단숨에 결정을 내리는 지능적인 냉혈한이다. 당연히 서이경은 모든 인물에게 공평하게 냉정하다. 그녀의 아버지뻘 되는 인물들에게도 조금의 굽힘이 없다.

그런데 이 서이경의 무표정에 애틋함이 감도는 표정을 슬그머니 그려 넣는 유일한 인물이 한 사람 있다. 남자주인공이 아닌 해바라기처럼 서이경만을 바라보는 연약한 여성인물 이세진(유이)이다. <불야성>에서 서이경과 이세진의 관계는 단순한 자매애나 워맨스로 단정하기에는 조금 핀트가 어긋난 느낌이 있다. 그보다는 더 긴장과 설렘이 오가는 관계에 가깝다. 할리퀸에 등장하는 냉정하고 강한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끌리는 여주인공의 미묘한 사이를 떠올리면 쉽겠다(의외로 할리퀸을 BL로 바꿔도 그 느낌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를 ‘덕질’해본 서태지 열혈팬 출신답게 이요원은 여배우이면서도 동성인 상대 여성인물을 탁월하게 조련시키는 매니악한 재능을 보여준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이요원은 대중들에게 골고루 사랑받거나 어느 드라마에서든 다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는 아니다. 그녀의 연기에는 분명 반지르르한 대중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녀 특유의 까끌까끌한 연기톤이나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만들어낸 걸크러쉬 캐릭터로 충성하는 ‘여덕’들을 모으기에는 충분하다.

더구나 <욱씨 남정기>와 <불야성>을 통해 이요원이 그려낸 여성 캐릭터는 지금까지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낯선 인물들이다. 남자와의 사랑 없이 충분히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인 것이다. 이 낯선 여성 캐릭터들과 배우 이요원의 조합은 지금부터 시작이고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면이 있다. 물론 이 배우의 약점인 겉보기에 단조로운 연기를 다채롭게 변주하는 방법들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본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S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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