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유연석과 강동주의 평행이론

[엔터미디어=정덕현] 잘 되는 드라마에는 좋은 캐릭터들이 많기 마련이고, 좋은 캐릭터들은 그걸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잠재력을 깨워준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동주라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유연석이 그렇다. 드라마 속에서 강동주의 성장이 놀라운 것처럼, 그걸 연기해내는 유연석이란 연기자의 성장 또한 놀랍다.

아버지가 수술을 받지 못한 채 돌아가신 것에 대해 울분을 터트리던 강동주라는 아이는 어느 새 훌쩍 자라 의사가 되었고, 힘이 있어야 진실도 밝힐 수 있다며 성공을 꿈꾸었다. 하지만 기회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한 수술의 실패로 인해, 거대병원에서 돌담병원으로 좌천된 그는 김사부(한석규)를 만나게 되면서 의사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게 된다.

이 <낭만닥터 김사부>가 갖고 있는 강동주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연기자 유연석이 걸어온 길과 맞닿는 면들이 있다. 유연석은 여러 작품을 해왔지만 그다지 빛을 보지는 못했었다. 그러다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 역할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로도 <꽃보다 청춘> 같은 예능에서는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지만, <맨도롱또똣>에서는 그리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유연석에게서 느껴지는 건 연기자로서의 욕심과 야심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지는 못했다. 그러던 그가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동주 역할을 하게 되면서 조금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껏 잘 보이지 않던 훨씬 복합적인 내면의 연기를 훨씬 자연스럽게 해나갔던 것.



그가 연기하는 강동주라는 인물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야심이 가득했던 자신이 돌담병원 같은 작은 병원에서 일한다는 것을 못내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지만, 김사부가 과거 자신이 의사의 길을 걷게 만들어준 계기를 주었던 부용주라는 걸 알고는 그의 밑에서 배우기로 결심한다. 물론 그 시작은 의술을 배우겠다는 욕망이 더 컸지만 차츰 강동주는 단지 의술이 아닌 진짜 의사의 길을 배워나간다.

그토록 인정욕구가 강하던 강동주가 신 회장(주현)의 수술을 앞두고 라이벌로 생각해 왔던 도인범(양세종)에게 함께 수술을 하자고 제안하는 대목은 이 인물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거대병원과 싸워 이기기 위해 의사가 됐던 그가 온전히 환자의 생명을 우선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

또한 그는 자신이 넘어야 할 마지막 산으로서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 또한 의사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받아들이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이 VIP 환자에게 밀려 수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복수하려는 마음이 깃들어 있었지만, 그 수술 결정이 김사부가 내렸던 것이고 그것은 또한 VIP 환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로서의 당연한 결정이라는 걸 의사가 된 그 역시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의사가 된 입장에서 김사부의 결정이 옳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아버지의 죽음이 야기하는 억울한 감정과 증오 같은 걸 어쩔 수 없어 하는 강동주의 복합적인 심리는 유연석의 연기를 통해 제대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그 아픔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그의 성장이 느껴졌다. 그는 드디어 진정한 의사로서 서게 되었던 것이다.

강동주가 김사부를 만나 진정한 의사가 되어가는 드라마 속 이야기는, 마치 유연석이 한석규라는 대선배를 만나 진정한 연기자가 되어가는 그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의 연기에서 어떤 안정감이 느껴지는 건 이 성장 과정을 제대로 거쳐 온 연기자가 얻은 결실일 게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래서 연기자 강동주에게는 진짜 사부 같은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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