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새 정치토크쇼 ‘외부자들’, 첫 3회 관전평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그래도 <썰전>과 비교해보고 써야 하는 것 아닐까요.” 노골적으로 JTBC <썰전>을 레퍼런스 삼은 채널A 신규 정치토크쇼 <외부자들>을 리뷰하며, [TV삼분지계]의 세 사람은 굳이 <썰전>이 방영되는 목요일 밤까지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원래 누군가의 라이벌을 자처한 이를 평가할 때는 격차가 어떻든간에 그 라이벌과 함께 놓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거니까.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와, 나훈아는 남진과, 갤럭시는 아이폰과 함께 이야기하듯이. 막상 세 사람의 원고를 한 곳에 모아놓고 보니, 굳이 기다릴 이유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썰전>의 우위다. 다음은 세 사람이 <썰전>과 비교해가며 본 <외부자들> 관전평이다. 아, TV조선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강적들>은 미처 떠올리지도 못했다. 그러게, 잘 좀 하지.



◆ ‘권력’이 아닌 ‘세계’로 시야를 넓혀라

다른 종편채널들이 책임지지 못할 뜬소문을 들고 와서 ‘아니면 말고’ 식의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골적인 편향성을 숨기지 못한 보수일변도의 뉴스쇼를 만들어놓고는 5070 시청자층을 추수할 때, JTBC <썰전>은 한국사회를 양분한 보수진영과 개혁진영을 대변할 패널을 한 명씩 앉혀놓고 양쪽의 말을 번갈아 경청하는 것 하나만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어지간한 종편채널의 정치토크쇼로는 <썰전>이 쌓아온 아성을 위협하기 어렵다.



후발주자인 TV조선 <강적들>이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썰전>을 더 오래 꼼꼼히 관찰한 흔적이 보이는 채널A <외부자들>이 등장했다. 전여옥-안형환, 진중권-정봉주라는 걸출한 입들을 섭외해 양 진영의 밸런스를 맞추고 섭외된 이들의 유명세로 초반 흥행을 유도하는 구도 설계나, 시사문제에 조예가 깊은 남희석을 MC로 앉혀 프로그램의 무게중심을 잡는 기술은 <썰전>을 벤치마킹한 흔적이 역력하다.

문제는 제작진이 이 좋은 구슬들을 가지고도 꿰어서 보배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썰전>은 박근혜 게이트의 한 가운데에서도 기내 난동 승객 갑질 논란이나 조류 인플루엔자, 엘시티 비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트럼프 미 대선 승리, 소녀상 철거, 사드 배치와 한한령 등의 이슈를 다뤘다. 각기 다른 정치철학을 가진 이들이 세계관에 따라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는가를 다양한 이슈를 아우르며 보여준 셈이다. 반면 <외부자들>의 시선은 아직 철저히 여의도와 세종로에만 집중되어 있다. 쇼의 시야가 ‘세계’가 아닌 ‘권력’에 집중되어 있으니, 썩 나쁘지 않은 진용을 갖추고도 3회만에 쇼가 물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차피 TV 토크쇼의 한계 상 권력의 문제에 정말 깊게 들어갈 수도 없으면서, 그렇다면 넓게라도 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 ‘외부자들’에는 외부자가 필요하다

<썰전> 독주시대에 <외부자들>의 등장은 우선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다. 콘셉트와 인적구성에서부터 <썰전>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야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 <썰전>의 주요한 매력이 진보와 보수라는 뚜렷한 이념 대립구도를 통해 시사적 이슈 분석의 기초인 양면적 시선을 제공하는 데 있다면, 그에 따른 다양한 시각 부족이라는 한계는 ‘외부’의 시선을 택한 <외부자들>이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로 <외부자들> 출연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 패널인 전여옥의 역할을 들 수 있다. 3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과오 중 하나로, ‘여성지도자로서 후배 여성정치인들을 키우지 못한 책임’을 언급한 전여옥의 여성주의적 시각은 <썰전>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을 정확히 짚어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는 게 문제다. 이러한 외부자적 시선을 깊이 있게 밀어붙이는 논의가 아직은 부족하다. 유의미한 비판이 제기되어도 다른 출연자들이 이어받아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그저 산발적인 토크에 그치게 될 뿐이다. 실제로 3회의 전여옥 발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여왕벌’, ‘메두사’ 등의 선정적 단어만 부각된 것도 이러한 한계의 결과다. ‘예능’을 겨냥한 효과들도 지나치게 ‘튄다.’ 정봉주와 전여옥의 미묘한 긴장관계를 두고 ‘정치판 <우리 결혼했어요>?’라고 표현한 자막이나 출연자들의 발언에 “애써 태연”, “저런”과 같은 추측, 감탄을 덧붙인 자막 등은 토론에 몰입하는 데 장애가 될 뿐이다. 시사예능을 표방한다고 해서 가볍게 가야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외부자들>에 필요한 건 제목에 걸맞는 ‘외부자’의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각이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진행자 남희석에게 슬쩍 걸어보는 기대감

손석희 진행의 MBC <100분 토론> 시절, 적이 되면 큰일이겠다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어찌나 날선 공방이 오가던지 자칫 잘못해 유탄이라도 하나 맞았다가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던 독한 혀들. 적이 되고 싶지도 그렇다고 친해지고 싶지도 않은, 전원책, 유시민, 전여옥, 진중권. 이들이 각기 JTBC <썰전>과 채널A <외부자>들로 나뉘어 정치 토크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신선해서 이 두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루 온종일 종합편성 채널들에서 펼쳐지는 정치공방들과 내용 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까. 차별 점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발언을 무차별로 쏟아내는 여느 종편 출연진들과는 다른 신뢰감이 가는 몇몇 패널들, 그리고 JTBC <신년토론>을 통해 입증된 편집이라는 장치가 아니겠나. 사실 <100분 토론> 당시의 ‘썰전’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이라면 왜 저리 독기가 다 빠졌는지 아연할 수도 있는데 이른바 ‘편집신공’ 덕이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만약 <썰전>과 <외부자>들이 같은 시간에 방송된다면? 이미 200회를 넘어선 <썰전>과 이제 막 발을 뗀 <외부자>들을 어찌 비교하겠는가. 따라서 아직 선택은 <썰전>이다. 그러나 얼마나 새롭고 제대로 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들려주느냐에 따라 <외부자>들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내가 <외부자>들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진행자 남희석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고 무엇보다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진행자. 그의 2017년이 기대가 된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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