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가 어려울 거라 걱정한 사실에 자괴감이 들 정도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주 ‘너의 이름은’ 특집은 최근 <무한도전> 방송 중 가장 소소하고 개인적인 기획이었다. 대부분 십여 년 이상 방송가의 중심에서 활약한 멤버들이 자기를 못 알아보는 시민을 찾아 거리로 나선다는 역발상의 인지도 확인 미션은 7주간의 휴방만큼이나 권태에 접어든 지 오래된 <무도>에 적절한 침술이 되었다.

지난 몇 달간 <무한도전>에 대해 할 말이 없었다. 한숨 섞인 푸념이 아니라 정말 별다른 할 말이 없었다. 지난해 <무한도전>은 대형 특집이 유난히 많았다. 여름 이후만 보더라도 김혜수, 이재훈, GD 등의 특급스타와 배우, 스텝을 동원해 ‘무한상사’의 스케일을 키우며 큰 관심을 모았고,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북극곰을 만나러 캐나다를 다녀왔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맞아 <무도>다운 선행과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으며, 최근 시국과 맞물려 화제가 되는 역사 강의와 젊은 세대의 대표 코드로 자리 잡은 힙합을 결합한 대형 공연 프로젝트를 연말특집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계속 커지는 판에 비해 파급력, 감동의 온도, 공연 이벤트의 울림은 예전 같지 않았다. ‘위대한 유산’의 경우 연말이긴 했지만 하이라이트여야 할 공연 실황 편의 시청률이 가장 낮았다. 나오자마자 품절되는 ‘무도 달력’은 <무도> 팬덤의 위세를 드러내던 대표 아이템이었지만 이번에는 마트에 쌓여 있는 걸 줍다시피 가져오면 됐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위기설 논란은 이제 지겹다. 역시 <무도>라는 경배나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친구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도 그동안 충분히 표현했다. 7주간의 휴식을 드디어 얻어냈지만 이와 관련해서 ‘지쳐 보인다’는 말도 이미 1년 전 2016년 신년 특집에서 했던 이야기다. 그래서 정말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현재, <무도>의 문제이자 회복해야 할 지점은 시청자와 프로그램과 출연자가 ‘함께한다’는 캐릭터쇼의 근간이다. 함께 성장할 때까지는 신났지만 성공 이후, 새로운 목표 설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다 출연진의 이탈까지 겪으며 파고의 높이와 빈도는 더욱 거세졌다. 어떤 배든 정박할 수 있는 든든한 방파제였던 캐릭터쇼에 균열이 생겼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 게스트의 도움이나 해외 로케에 의존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빈도를 늘리게 됐다.



하하는 올해 초 방영한 한 다큐에서 체력 문제를 토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무도> 위기의 절대적 요인이라 보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힘이 부친 것은 맞겠지만, 캐릭터쇼가 늘 뛰고 달리고, 스포츠를 배워야 도드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지친 기색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동기부여의 문제와 밀접히 맞닿아 있다. 시청자들은 계속 함께 가길 원하는데 캐릭터쇼에 속한 출연자들은 그 요구가 부담스럽거나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이미 다른 상황과 위치에 놓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제작진도 출연진을 이끄는 데 예전보다 더욱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는 모양새다. 지난 연말, 광희가 떠나기 전까지 어떻게든 그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보여준 제작진과 유재석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그 덕분에 미디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캐릭터쇼를 다시 작동시킬 관계망 형성과는 관계가 없는 몸 개그 등으로 띄운 것이라 실제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가져다주진 못했다. 그런 과정에서 노출된 지친 기색은 지난 2년간 노홍철과 정형돈의 복귀 찬반 여론의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됐다(이와 관련한 손익분기 점검은 다음 기회에 별도로 하겠다).



그래서 2017년 첫 특집인 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를 보고 ‘우려’가 됐다. 내부적인 동기부여는 역시 요원해 보였다. 일종의 미션을 정준하를 비롯한 멤버들에게 내리면서 동기부여가 가능한 목표 제시와 2017년에 준비 중인 대형 이벤트 소개를 영리하게 엮어냈지만 나열됐던 이벤트의 대부분이 정준하가 그동안 쌓아온 캐릭터를 기반으로 도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 로케를 중심으로 한 대형 이벤트는 감동을 기반으로 단발성 이슈가 될 수는 있겠지만 과거 정형돈과 하하의 ‘친해지길 바래’나 박명수가 거성으로 자리매김하는 일련의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캐릭터쇼의 활기와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대형 이벤트들이 올해도 반복되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런데 제작진이 그렇게 원하던 휴식과 급물살을 탔던 멤버 복귀 논의 이후, 방영된 ‘너의 이름은’ 특집은 우려를 한 사실에 자괴감이 들 정도로 흥미로웠다.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에서 착안한 이름이지만 내용은 <라라랜드>의 마지막 시퀀스를 연상시켰다. 시민들 곁으로 다가가, 자신의 인지도를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은 가진 것은 지금과 비교하면 없지만 꿈을 키워가던 열정과 절실함만으로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반가운 얼굴 최민용은 추억의 해동을 돕는 열선이 됐고, KBS와 MBC 예능대상의 경중을 단박에 판정내린 할머니는 유재석의 입에서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라는 말을 이끌어냈다.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만으로도 즐거웠던 한때를 다시금 마주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흘렀고 변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위기설만큼이나 지겨운 초심이 몸 개그나 몸으로 익히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동기부여 차원에서 환기를 할 수 있는 이번 특집은 빅뱅도, 비와이도, 비행기도 없었지만 지난 9월 이후 찍어보지 못한 15%대로 치솟았다.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이 기획을 과거 촬영 중 흘러나온 말을 붙잡은 것이라고 소개했지만, 그 속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으리라 짐작해본다. 7주간의 휴식을 앞두고 방영한 ‘너의 이름은’ 특집은 <무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안감에서 재충전을 하고 돌아오길 바라는 기대감으로 바뀐 휴식만큼이나 달콤한 적절한 처방이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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