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나인’이 던진 밑밥들, 어떤 현실을 건져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세월호 연상 시키는 소재? 그럴 의도는 없다” MBC 새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의 최병길 PD는 그렇게 선을 그었다. 하필 이런 시기에 재난을 담는 소재 자체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린다는 의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전작이었던 <앵그리맘>을 할 때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하지만 “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특정 사고와 연결시키기 위해 만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나의 단서를 달아놓았다. 다만 “사고가 일어나면 그 경위를 파헤치려는 사람과 그걸 막으려는 사람은 늘 있어왔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를 정하지 않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뿐”이라며.

최 PD는 세월호 참사와의 선을 그었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미씽나인>의 소재 자체가 민감한 것이라는 걸 방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의도는 아니라고 해도 첫 회에 실종된 비행기에서 돌아오지 못한 스타들을 향해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문구가 달린 피켓을 들고 있는 장면은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의 단면을 환기시킬 수밖에 없다.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생존자를 향해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려는 그 간절함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이유도 우리가 갖게 된 트라우마와 무관할 수 없다.

물론 <미씽나인>은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재난 상황 그 자체보다는 무인도 생존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쟁과 생존이 삶의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서바이벌이란 코드는 그 울림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이유가 그것이고 실제로 정글 오지에 떨어져 생존기를 담아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시선을 잡아끄는 이유가 그것이다. <미씽나인>은 무인도 생존기를 드라마 형식으로 가져왔다.

많은 이들이 <로스트>를 떠올리지만 사실 <미씽나인>은 그 원안으로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를 가져왔다고 적시하고 있다. 물론 상황은 비슷하지만 이야기나 캐릭터는 완전히 다르다. <미씽나인>은 15소년이 아니고 9명의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이 무인도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그들 중에는 소속 연예인은 물론이고 매니저, 사장, 코디네이터도 있다.



첫 회를 보면 <미씽나인>이 일종의 추리와 스릴러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비행기가 추락하여 실종되었던 그들 중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코디네이터 라봉희(백진희). 그녀는 충격 때문인지 단기 기억 상실증을 갖게 되었다. 결국 혼자 살아 돌아온 그녀를 통해 무인도에서 그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추동력이 된다.

또한 <미씽나인>은 다양한 인물군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비밀스런 사건들과 그 속에서의 감정들로 얽혀진 관계들이 그 밑그림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관계를 갖고 있던 그들이 무인도라는 오로지 생존이 지상과제인 환경 속에서 어떤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처럼 재난과 재난에 대처하는 컨트롤 타워의 문제보다는 무인도 생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그것이 현실의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이미 첫 회부터 흥미를 자극하는 건 비행기를 타기 전 이미 보여진 대로 그 관계들이 갑과 을로 얽혀있거나 동료 연예인이면서도 누구는 잘 나가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고, 또 기획사 사장과 소속 연예인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은 물론이고 소속 아티스트인 드리머즈와 함께 음악작업을 하던 인물이 자살을 한 사건으로 팀원들끼리도 불화를 겪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런 우리네 현실의 부조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관계들은 무인도라는 극한 상황에 떨어뜨리면 그 본질을 드러내게 만들 수 있다. 결국 누군가의 진면목은 가장 극한 상황에서 드러난다고 하지 않던가. 그로 인해 갑을 관계가 역전되던가, 아니면 숨겨졌던 내연관계가 드러나던가, 겉으로는 갑질을 하던 인물이 사실은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던가 하는 그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흥미로운 순간들을 기대하게 한다.

결국 무인도 생존기를 통해 <미씽나인>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고 있는 관계들을 다시 들여다보려는 것일 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에서는 그 관계들이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무인도라는 리트머스지를 갖다 대는 순간 그 실체가 드러날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도 그 참사가 드러냈던 많은 부조리한 관계들과 권력의 문제들을 간접적으로 전해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그 스토리 구조는 익숙한 편이다. 중요한 건 그 그릇 안에 어떤 현실적인 것들을 환기시키는 이야기들을 포진시킬 것인가 하는 점일 게다. 첫 회 <미씽나인>이 던진 많은 밑밥들은 우리네 현실의 어떤 면들을 이 생존기를 통해 건져낼 수 있을까. 거기에 이 드라마의 관건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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