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이동욱, 이처럼 아름답게 눈물 흘리는 남자 본 적 있던가
기사입력 :[ 2017-01-20 15:53 ]


이동욱, 이제라도 저승사자를 만나서 참 다행이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배우 이동욱은 흔치않은 빈티지한 매력의 미남이다. 깊은 눈매와 창백할 만큼 하얀 피부는 이 남자를 빛바랜 분위기의 멜랑콜리한 남자로 만들어준다. 문제는 그가 시대의 유행과는 잘 맞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꽃미남이지만 슬플 때 힙합을 추는 <언플러그드 보이>의 현겸 같은 느낌은 아니다. 그보다 더 오래된 1980년대 순정만화 속에 등정하는 더 고전적이고 더 우울한, 특히 폐가 안 좋을 것 같은 미남자의 분위기다.

그렇다고 <비트>에서 오토바이를 탄 채 두 팔을 치켜드는 정우성의 민처럼 반항적이고 도시적인 매력을 지닌 건 아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KBS <학교>에 함께 출연했던 조인성이 도시 뒷골목 남자아이의 매력을 이어받은 것과는 크게 다르다. 그렇기에 조인성은 시대와 어울리는 반항적이면서 불안한 청춘을 연기하기 좋았다. 하지만 이동욱은 그가 지닌 우울하면서도 살짝 퇴폐적인 매력을 잡아줄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동욱은 데뷔 때부터 늘 잘생긴 남자친구 캐릭터였다. 잘생겼고 특유의 어눌한 말투 덕에 맹한 매력도 분명 있었으니까. 물론 그 캐릭터로 그에 걸맞은 인기를 누렸다. 김수현의 가족극 KBS <부모님 전상서>에서 막내아들을 연기했고 SBS <마이걸>에서는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 없는 남자친구 설공찬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서 이상윤이나 정준과 비슷한 맥락의 구김 없는 막내아들을 보여주기에 이동욱은 너무 슬픈 눈이었다. 로맨틱코미디의 잘생긴 남자친구만 연기하다보니 이 배우는 잘생겼지만 어리숙하게 다가올 뿐 특유의 멜랑콜리한 분위기는 쉽게 휘발되었다.



그런 면에서 MBC <달콤한 인생>은 이동욱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는 최고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낯선 일본의 북해도에서 연상의 여인에게 빠진 보잘 것 없는 남자 이준수는 기존의 작품과 달리 이 배우가 지닌 어둡고 쓸쓸한 매력들을 섬세하게 드러낸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동욱은 그를 드러내줄 특별한 작품들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다. 물론 KBS <아이언맨>의 칼이 돋는 남자 주홍빈은 꽤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하지만 매니악한 작품성향으로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는 못했다. 다만 등짝에 칼이 돋는 판타지적인 남자를 연기하면서 이동욱은 아마 그의 생애 최대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날 예행연습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tvN <도깨비>에서 이동욱은 “상스러운 갓”을 쓴 저승사자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 상스러운 갓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긴 코트의 이동욱은 <도깨비>에서 또 다른 서사의 한축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어간다. 마치 작가가 그간의 이동욱의 매력을 간파한 듯 <도깨비>는 저승사자 이동욱은 본인만이 지닌 매력을 하나하나 드러내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극 초반의 그는 그간 익숙하게 보여준 미남이지만 어리숙하고 싱거운 남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저승으로 망자를 끌고 가는 무서운 저승사자가 아니라 이승에서 사랑하게 된 여인 앞에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하고 우스꽝스러운 남자가 거기에 있다.

하지만 배우 이동욱의 진면목은 드라마 중반부에 이르러 저승사자(이동욱)와 써니(유인나) 간에 얽힌 전생이 드러나면서부터였다.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운명의 굴레 때문에 저승사자는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그간 발견되지 못한 배우 이동욱의 매력이 드러난다. 드라마에서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이토록 아름답게 처리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으니까. 한편 전생의 인물인 고려의 왕 왕여를 연기하는 이동욱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한 여인을 사랑했지만 평생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한 비참한 운명에 처한 퀭한 군주의 모습. 몇 마디 대사 없이 아련한 눈빛과 눈에 고이는 눈물만으로 그는 전생 속의 인물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 이 배우는 굳이 큰 소리로 통곡하거나 소리 높여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건 이동욱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에서 내뱉는 대사의 질감이나 폭발력이 다소 모자라는 듯 느껴져서만은 아니다. ‘찌질하게’ 우는 남자배우는 많고, 현실감 있게 우는 남자배우도 많다. 서럽게 우는 남자배우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이동욱처럼 남자가 우는 장면을 한순간의 정지된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는 남자배우는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정적인 눈물만으로 보는 이들은 요란한 통곡이나 목청 높이는 외침보다 더 섬세한 감정의 편린들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tvN, 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