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믿고 보는 배우 남궁민의 사이다 풍자극

[엔터미디어=정덕현] 왜 하필 경리과장일까. 드라마에서 경리라는 직책은 어떤 사건의 보조적인 인물 정도였던 게 사실이다. 드라마로서 그다지 판타지를 줄만한 요소가 없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KBS 새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아예 대놓고 TQ그룹 경리과장이 된 김성룡(남궁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그가 그 자리에 들어오게 된 건 그 자리를 지키던 경리과장이 자살을 기도했기 때문이다. TQ그룹의 회계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그는 협박을 받았고 결국 자신으로서 모든 걸 덮기 위해 자살을 결심한다. TQ그룹의 비리는 그래서 그 일개 경리과장의 사적 비리로 치부된다. 그가 떠나간 빈자리에 채용된 김성룡은 자신 역시 회사에서 이용되다 버려질 운명이라는 걸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하지만 TQ그룹 역시 이 새로 온 김과장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 있다. TQ그룹의 재무이사인 서율(준호)은 새로 올 김과장이 군산에서 조폭사장의 경리 일을 해주면서 적당히 삥땅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덴마크 이민을 준비하는 적당히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걸 간파하고 그 사실을 이용해 그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하지만 김과장은 그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그려내려는 속 시원한 사이다 풍자극의 핵심이니까.

결국 이 드라마가 경리과장을 주인공으로 세우려는 뜻은,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비리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기업의 돈이 오고가는 곳. 그 곳에서 빚어지는 많은 비리들과 그걸 몇몇 희생자를 만들어 덮으려는 기업의 음모. 우리네 현실의 많은 문제들은 결국 그 돈의 잘못된 흐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김과장>은 기업의 회계 비리를 파헤치고 진실을 드러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주인공이 검사가 아니라 그 자리에 오게 된 김성룡이라는 경리과장이다. 이 선택은 이 드라마가 사회 비리에 대항하는 사이다 드라마를 지향하면서도 그 방식으로서 유쾌하고 코믹한 풍자극을 지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무거울 수 있는 스토리는 그래서 김과장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코믹함으로 한껏 가벼워진다. 한편에서는 회사의 모든 비리를 한 몸에 떠안은 채 나무에 목을 매는 비정한 무게감이 드리워지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TQ그룹의 경리과장 자리에 들어오기 위해 면접관들 앞에서 눈물의 연기를 선보이는 김과장의 모습은 과장된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건 김과장의 진지함을 숨긴 채 한껏 무너지고 망가지며 가벼운 면면들을 드러내는 과장된 코믹함으로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남궁민의 연기다. 이미 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를 보여주고는 또 이와는 정반대 이미지의 코믹한 캐릭터를 SBS <미녀 공심이>에서 선보여 확실한 연기파 배우의 면면을 세운 그다.

이번 <김과장>의 과장된 코믹 캐릭터는 이제 남궁민이 다양한 연기의 결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믿고 보는 연기자가 됐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자칫 잘못하면 엉성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그는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기대하고 지지하게 만드는 캐릭터로 그려내고 있다. 그로 인해 <김과장>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속 시원히 건드려주는 풍자 사이다 드라마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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