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해투3’로 시행착오 없는 성공적인 지상파 복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춘추전국시대만큼이나 생존주기가 짧고, 여러 트렌드와 인물들이 바삐 흘러가는 예능 세상에서 ‘올드맨 스탠딩’ 현상이 눈에 띈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 수상 명단부터 살펴보자. KBS는 지난 10여 년간 예능 선수로 활약한 김종민에게 대상 자리를 마련했고, 신동엽은 친정에서 드디어 첫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남은 한 개의 트로피는 유재석이 가져갔다. 지난 20여 년간 방송가를 장악한 이들의 꾸준한 활약은 오늘날 예능의 개념 변화, 급변하는 트렌드를 무색하게 한다.

최근 활약하는 예능 선수들의 명단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올드스쿨 멤버인 이경규는 2015년부터 반등에 성공한 뒤 그 기세를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이어가는 중이다. 화수 심야 예능을 책임지는 김국진은 강수지를 얻었고, 무색무취의 장기근속 방송인 이미지의 박수홍은 엄마와 함께 예능에 나서면서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하이라이트는 강호동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추를 단 것처럼 하염없이 떨어지던 그는 힘 있는 예능, 천하장사 예능으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이 긴 명단의 끝자락에 김용만의 이름이 설핏 보인다. 최근 <뭉쳐야 뜬다>로 복귀한 김용만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있다. 이경규의 표현에 빌리자면 김용만은 지붕 아래에서 존재가치가 빛나는, 전형적인 진행자 유형의 스튜디오쇼의 MC다. 따라서 자숙기간이 아니더라도 리얼버라이어티 시대에 접어든 이후 어려움을 겪은 기존 예능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공백기까지 갖게 됐지만,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유형의 여행 예능으로 돌아오면서 본인 특유의 유한 캐릭터를 최근 예능 트렌드에 삽목하고 있다. 진행자가 아니라 캐릭터를 내세우는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그의 특장점이었던 진행 역할은 안정환과 김성주에게 맡겼다. 그 대신 착한 형, 가판대 앞에서 조르기 좋은 만수르, 철없는 형 등등 샌드백 역할을 맡으며 새로운 존재가치를 마련했다. 정형돈에게 기대했던 웃음의 상당 부분을 짊어지고, 출연자들의 관계망을 잇는 구심점이 되어 프로그램이 안착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설 연휴 전날 방영된 <해피투게더3>은 김용만의 존재를 더욱 더 부각시키는 방아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예인 생활을 알아가고 있는 ‘수드래곤’ 김수용과 대세 박수홍, 20살 때부터 함께한 지석진과 같은 든든한 링 파트너와 함께 27년 전 ‘빵셔틀’이었던 후배 유재석이 진행하는 <해피투게더3>에서 첫 지상파 복귀전을 치렀다. 오프닝을 시작도 전에 1시간 넘게 녹화가 진행되는 흥행 조짐을 보이며, <라디오스타>에서나 간간히 볼 수 있었던 2주 편성의 기염을 토했다.

27년간 보고 지낸 멤버들이 모였으니 당연히 ‘조동아리’, ‘감자골’ 등등 과거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문제는 게스트들이 모두 워낙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데다, 베테랑 방송꾼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유재석이 할 말의 70%만 하자고 할 정도로, 오디오가 물릴 정도로, 녹화가 풍부하게 진행됐다. 이런 상황 하에서 ‘유능한 진행자’였던 김용만의 캐릭터가 한층 더 두드러졌다.



이경규와 마찬가지로 녹화가 길어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그는 족쇄를 찬 늑대처럼 연신 답답해했다. 유재석이 게스트와 패널들의 이야기를 일일이 받아주는 것들을 지적하며 주변을 치고 앞으로 전력질주 해야지, 걸어가는 것 같다며 푸념을 했다. 급기야 녹화 중에 몇 끼를 먹느냐고, 식사를 하고 하자는 제안을 실제 식사 시간으로 이끌어냈다. 늘 비슷한 분위기와 그만큼의 재미가 반복됐던 <해투3>에서 거의 본 적 없는 장면이었다.

게스트로서 일회성 출연이지만 김용만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지상파 복귀다. 나름 트렌드를 타는 데 부침이 있었던 이경규, 강호동 등의 인물과 달리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 천천히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구관이 명관이란 옛말이 세삼 떠오르는 예능 판에서 유재석-강호동 체제로 접어들기 전 최고의 예능 진행자로 이름을 날렸던 김용만이 어떤 모습으로 시대와 조우할지, 올드보이들의 진격은 어디까지 이뤄질지, 급변하는 트렌드의 물결을 서핑하는 ‘아재’ 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는 올 한 해 예능을 흥미롭게 즐기는 또 한 가지 특별한 관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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