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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참신하거나 시대착오적이거나 아슬아슬하거나
기사입력 :[ 2017-01-31 15:19 ]


2017년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누가 잘하고 누가 못했나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얼핏 생각하면 푹 쉬며 재충전할 수 있는 기간처럼 느껴지지만, 한국의 양대 명절 설과 추석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사노동을 떠안은 이들은 내내 명절 음식과 뒷정리를 해야 하고, 젊은이들은 가족계획이나 경제상황에 관련한 곤란한 질문을 들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명절은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극장가는 한해 대목 장사를 노리는 이들의 경합으로 뜨거워지고, TV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아당길 파일럿 프로그램과 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여야 한다. 이렇게나 바쁜데 재충전이라니. 모두가 치열하게 달려온 연휴가 끝나고, 이제 정산할 시간이다.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는 연휴 동안 어떤 프로그램에 시선을 줬을까?



◆ <힐링다큐 - 나무야 나무야>, 그 숲에 가고 싶다.

그곳에 가고 싶다. 나무와 숲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3부작 KBS <힐링다큐-나무야 나무야>를 보며 간절해진 생각이다. 소나무 숲의 그윽한 향기와 사람을 홀린다는 자작나무의 찬란한 빛, 겨울 은행나무의 고즈넉한 자태와 마주하고 싶어졌다. 영상만으로도 속이 개운해지고 눈이 밝아지거늘 실제로 보고 느낀다면 오죽이나 좋을꼬. 새삼 이 나라 이 땅의 아름다움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우리나라 등산 인구가 무려 2천만이라지만 대부분 정상에 오르기에 몰두할 뿐 나무와 풀이며 꽃에는 관심들이 없지 않나. 우리가 이름을 아는 나무가 몇 종류나 되겠는가. <나무야 나무야>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는다면 적어도 나무 이름만큼은 많이 알게 되지 싶다.



<나무야 나무야>에 나무만 있는 건 아니다. 청설모를 비롯해 숲과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여러 동물들, 그리고 송화다식, 곤드레밥, 은행 약식 등 정성이 가득 담긴 먹거리들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돈과 권력에 굴복한 인간들에게 질릴 대로 질려버린 요즈음 숲과 더불어 사는 속 깊은 이들을 만난 건 뜻 밖의 선물이었다. “사람이 오래 살면 못 볼 것을 보고 사는 경우가 있거든요. 나무는 항상 저렇게 푸르게, 즐겁게 있는데 인생은 그렇지 못하구나 싶을 때도 있어요.” 늘 그 자리에 있는 소나무 숲을 바라보며 한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다.

한 가지 걱정거리도 있다. 임시방편이 아닌, 땜질용이 아닌,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깊이 있는 영상미가 돋보였는데 정규 방송이 된다면 과연 그 품질이 유지될까? 괜한 우려는 일단 접어두고 올해 첫 목표를 잡아본다. <나무야 나무야>에 소개된 숲들을 한 곳 한 곳 찾아가 보련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어머님이 누구니>, 발칙한 상상은 어디에?

<어머님이 누구니>는 지난해 SBS에서 선보였던 파일럿 예능 <엄마야>를 떠올리게 한다. 엄마들이 딸의 예비 신랑을 찾는 <엄마야> 포맷에서 엄마를 시어머니로 바꾸고 선택권을 며느리에게 부여한 것이 <어머님이 누구니>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신개념 커플 매칭쇼를 표방하지만, 실은 결혼을 당사자들이 아닌 집안 간의 결합이라 생각하는 기존 한국 고유의 가족주의를 재확인시켜줄 뿐이다. 만약 새로운 의의가 있다면, 결혼시장에서 부모세대가 직접 세일즈에 나서야 할 정도로 젊은 층의 결혼 기피현상이 심각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어머님이 누구니>는 기획의도와 반대로 젊은 여성층의 결혼 기피 원인을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고르는 발칙한 상상”이라면서도 막상 시어머니들이 내세우는 공약부터가 너무나 기본적인 상식 수준이어서 오히려 현실과의 괴리감을 강화한다. 요즘 시대에 ‘며느리의 소중한 사생활을 지켜주겠다’는 것이나 ‘아들이 바람을 피울 경우 무조건 며느리 편’이라는 등의 발언에 가산점을 줄 여성들이 몇이나 될까. 아들 방 공개로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 미션에서 지저분한 방을 그대로 내보이며 ‘인간미’로 포장하는 장면이나 거기에 “여자의 손길이 필요한 내 아들”이라는 자막을 덧붙이는 제작진의 태도는 더 가관이다. 지난해 최악의 파일럿 예능 중 하나였던 <잘 먹는 소녀들>에 이어 JTBC가 남긴 또 하나의 시대착오적 예능 사례로 남을 듯하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 합리적 의심과 음모론 사이의 담장을 걷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거쳐간 제작진이 선보인 파일럿 예능 SBS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은 그 장단점이 분명한 프로그램이다. 추리 예능의 형식을 빌려 의문투성이 사건에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다는 포맷은 의미와 형식 모두 각종 은폐와 정보 검열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시대적 공기에 근사하게 들어맞는다. 패널들이 직접 사건 현장을 재현해보고 각기 의견을 주고받으며 제 논리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최소한의 합의점에 도달하는 과정은 요즘 시대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지적 협업을 목격하는 쾌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근거가 희박한 음모론을 소개하고는 ‘진실은 저 멀리에’ 정도의 뉘앙스로 마무리 짓는 프로그램의 태도는 아슬아슬하다. 예컨대 20여년 전 수정헌법 2조(총기 소지 및 휴대의 권리를 규정한 조항) 지지자 사이트에서 처음 제기된 이후 개별 사망사건에 대한 세부사항이 악의적으로 생략된 채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은 음모론인 ‘클린턴 바디 카운트’라는 결론에 프로그램이 도달하는 순간이나, 뒤이어 세월호 외력 침몰설을 제기한 다큐 <세월X>의 제작자 자로를 소개하며 넌지시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대목은 제작진의 선의를 믿는 입장에서도 다소 무책임해 보인다.

물론 음모론이 끊임없이 생명력을 얻는 이유는 명확하게 설명되거나 공개되지 않은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고, 심지어 정보들이 통제되거나 은폐되고 있는 듯한 정황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근거가 불투명한 음모론이라 할지라도 공개적으로 언급되어 토론과 논박의 대상이라도 될 수 있는 사회가 그렇지 못한 사회보다는 훨씬 더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본인들이 채택한 가설을 좀 더 가혹하게 검증하는 태도를 보강한다면,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한국사회에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은 아슬아슬하지만 유효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KBS, JT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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