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맨’, 예능은 과연 우리 삶을 위로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번 설 연휴 파일럿 예능은 몇 가지 뚜렷한 경향이 있었다. 우선 가족 콘텐츠를 지향하는 명절 특집 쇼가 사라졌다. 명절 시리즈인 MBC <아육대> 정도를 제외하면 ‘큰잔치’ 분위기의 예능은 SBS <희극지왕> 정도 외에 찾아볼 수 없었다. <희극지왕> 또한 단순한 개그 한마당이 아니라 오늘날 희극인들의 예능 생존을 모색하는 장이란 성격이 짙었다. 이런 쇼 엔터인먼트 예능이 사라지면서 한동안 예능판의 큰 지분을 차지했던 노래 예능의 종언과도 이어졌다. 물론 KBS가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걸그룹 대첩 가문의 영광>이란 걸그룹 멤버들이 노래 대결을 펼치는 예능을 내놓긴 했다.

그 대신,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관찰형 예능과 현실 감각을 바탕으로 한 일상의 교감을 내세운 예능들이 이번 설 연휴 파일럿 대전에서도 대세를 이어갔다. 새로운 유사가족 커뮤니티를 그리는 MBC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 <무한도전> 자리에 정준하를 메인으로 내세운 모험을 감행한 <사십춘기>, <미우새>를 넘어서 본격 황혼예능을 내세운 KBS2 <엄마의 소개팅>,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지금까지의 삶을 반추하는 SBS <천국사무소> 등등 장르를 넘어서 보다 개인 소구 차원의 정서적 접근을 내세운 예능들이 대거 선보였다.

연휴 마지막 날 방영된 KBS2 <신드롬맨-나만 그런가?>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준비된 또 하나의 일상 관찰 예능이었다. 스타의 사생활을 관찰 카메라를 통해 살펴보고 우리와 다를 것 같은 연예인의 삶 속에서 현대인들이 흔히 갖는 여러 신드롬을 발견해 시청자들과 공감을 나누는 관찰형 예능이었다. 포인트는 단순한 관찰과 토크를 넘어서서 심리학의 관점에서 사생활을 분석하고 심리학 전문가의 심리분석을 곁들이는 시도였다. <미우새>가 코멘터리로 어머니를 내세우면서 빅히트를 쳤다면, <신드롬맨>은 학술적인 분석을 토대로 토크의 질을 높이는 것을 승부처로 삼은 것이다.



집 안에서 혼자 있는 것이 가장 편해서 웬만하면 약속을 잡지 않고 가장 친한 친구의 연락마저 스케줄처럼 느껴진다는 정용화는 로그아웃 신드롬으로, 언제나 형님으로 살아온 예술인 최민수는 형님 신드롬을, 로마 공주였던 솔비는 촛불 시위에도 적극 참여할 정도로 시국 현황에 높은 관심을 갖는 애국 신드롬 혹은 헤드라인 신드롬 등으로 분석하면서 시청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법한 다양한 신드롬을 소개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방송을 통해 누군가의 내밀한 삶을 관찰한다는 데 한계가 작용했다. 김구라, 김민종, 김희철, 정용화의 4MC진이 매우 열심히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 애쓴 점도 합격점을 줄만하고, 첫 게스트로 나온 ‘느낌의 세계에 있는 두 사람’인 최민수, 솔비는 ‘방송으로 본 관찰 영상 중 제일 재밌다’는 김희철의 말처럼 예측할 수 없는 웃음을 많이 선사했지만 관찰영상 자체가 신드롬에 끼워 맞추려는 듯한 어색함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보이는 정용화의 휴식 모습을 로그아웃 신드롬으로 정의하는 것이나, 최근 박근혜와 최순실 사태로 인해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솔비에게 애국심 신드롬이라 명명하며 이순신 장군에 대한 퀴즈를 내는 등의 접근은 관찰형 예능과 심리분석을 너무 단순하게 엮은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방송 말미에 과연 누구의 신드롬이 더 많은 공감을 얻을 것인가를 놓고 기어코 시청자 투표를 하는 설정은 이런 투박함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면이었다.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라며 역시나 몇몇 명언을 남긴 최민수의 관찰 영상을 본 솔비의 솔직한 반응은 <신드롬맨>이 살아남는다면 추구해야 할 가치다. 모든 사안을 하나의 신드롬으로 정리해 끼워 맞추고, 예언가에게서 점술을 듣듯이 전문가 한 명의 분석으로 누군가의 성향을 정리하는 방식보다는 최민수와 솔비가 공감하며 나누는 이야기가 어쩌면 더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고 진솔하고 가깝게 느껴질 것으로 생각된다. <신드롬맨>을 본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낀 부분이 어딘지 생각해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다.

현대인들을 위로해준 심리학이 드디어 예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드롬맨>은 오늘날 예능의 중요한 가치인 일상의 위안과 힐링, 치유적 성격의 재미의 지평을 넓히려는 새로운 시도이자, 이번 설 연휴 파일럿의 경향을 대표하는 성격을 가진 예능이다.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사회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든 시대에 찾을 수 있는 재미란 공감과 위로의 성격을 띠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심리학이 최근 더욱 각광받는 맥락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신드롬맨>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이번 설 연휴 파일럿처럼 현실 감각을 바탕으로 기획된 예능이 앞으로도 계속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방향을 제시하는 예고편은 끝났다. 이제 과연 어떤 프로그램이 재정비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인지, 어떤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만 남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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