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도시’ 지창욱, 게임과 현실이 혼동될 정도의 몰입감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영화 <조작된 도시>는 권유(지창욱)가 팀원들을 이끌고 적진에 뛰어들어 수백 명의 적들을 물리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헬기에서 뛰어내리고 폭탄이 터지고 여기저기서 빗발처럼 쏟아지는 총탄을 피해 팀을 이끌며 적들을 하나씩 제압해가는 장면은 너무나 짜릿하지만 너무 월등하게 모든 적들을 해치워버리는 권유의 모습은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드러낸다. 그렇다. 그건 게임 속 상황일 뿐이다.

게임을 빠져나오면 권유는 그저 PC방을 전전하는 평범한 백수다. 그가 평범하다는 건 그래서 희생양을 찾는 이들의 표적이 되는 이유가 된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살인범이 되어 검거되고 쏟아져 나오는 증거물들 속에 제아무리 항변해도 들어주는 이들이 없는 현실을 통감한다. 끝까지 그의 무죄를 주장해주는 유일한 인물은 어머니다.

그런데 이렇게 게임을 빠져나와 현실이라며 보여지는 권유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그런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점도 그렇지만, 그가 1급 살인범이 되어 수감되는 특수감옥은 결코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곳이다. 그 공간에는 또한 간수들과도 공조하고 있는 두목이 존재한다. 권유가 들어간 감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가 그토록 많이 봐왔던 감옥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의 장면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누가 봐도 비현실인 감옥 속에서의 상황들은 때론 황당한 액션들을 보여주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저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영화 도입부분에 게임 속 장면을 의도적으로 끼워 넣은 효과다. 장 보드리야르가 디즈니랜드의 존재 이유가 그 바깥에 있는 것들을 실제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듯이, 영화는 게임을 앞부분에 집어넣음으로서 게임 바깥으로 나온 상황을 실제라고 강변한다.



물론 감옥에서의 이야기와 권유가 탈옥해 진범과 벌이는 대결은 갈수록 더 황당해진다. 그건 액션만 봐도 그렇다. 자그마한 차 한 대가 거의 곡예에 가깝게 도시를 질주하며 추격전을 벌이고, 심지어 건물 창을 뚫고 지상으로까지 안착하는 장면을 현실로 보기는 쉽지 않다. 또한 권유가 물론 태권도유단자라는 설정이기는 해도 갈수록 초반에 보여준 게임 속 캐릭터의 액션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보긴 어렵다.

그런데 앞부분에 끼워 넣은 게임 장면들 때문인지 이런 비현실들 역시 몰입에는 큰 방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들이 모두 게임 속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만들면서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나기 어려운 액션들의 카타르시스를 허용하게 만든다. 여기에 권유와 그를 돕는 인물들이 어딘지 놀라운 능력을 가졌지만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아웃사이더들이라는 점은 심정적 지지를 얹어준다.



이야기는 영화의 제목이 이중적으로 암시하고 있듯이 현실인 것처럼 ‘조작된’ 것들이고 그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지만 영화는 이런 걸 깨닫게 되는 그 과정 속에 주인공과 팀원들의 면면들에 대한 정서적 지지를 만들어내면서 비현실이어도 좋은 몰입을 허락하게 만든다. <조작된 도시>는 그래서 완벽한 오락영화지만 또한 그 오락이 기꺼이 속아줄 만큼 기분 좋은 것이란 점을 내세운다.

이 가짜 같은 액션들을 가능하게 한 건 역시 지창욱이라는 배우 덕분이다. 이미 드라마 <힐러>나 [K2]를 통해 액션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바 있는 그지만, <조작된 도시>는 그의 액션이 가짜라도 믿고 싶어질 정도로 만개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지창욱은 확실히 액션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게임과 현실이 혼동될 정도의 몰입감을 주었으니. 만일 그가 하는 액션영화를 또 개봉한다면 찾아서 보고 싶을 만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조작된 도시>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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