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점점 올라가는 몰입감과 뚝뚝 떨어지는 개연성

[엔터미디어=정덕현]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는 마치 스릴러 영화 같다. 한 번 보면 눈을 뗄 수가 없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시청자들은 가해자가 다가오는 공포와 피해자가 도망치는 그 과정에 빠져든다. ‘소리’라는 새로운 추리요소를 덧붙이자 공포감과 긴박감은 더 커졌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소리는 그 자체로도 보는 이들의 감정을 긁어대는 요소다. 아주 미세한 소리도 찾아 듣는 112 콜 센터장 강권주(이하나)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소리를 더 민감하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장본인이다.

여기에 <보이스>는 범인을 추격하는 형사들마저 피해 대상으로 삼는 범인들을 등장시켜 극적인 힘을 부여한다. 물론 일반인들이 당하는 끔찍한 살인사건도 시청자들의 감정을 건드리지만, 사실상 이 드라마의 주역들이 대상이 됐을 때 긴장감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무진혁(장혁)이 그리고 다음에는 강권주가 또 오현호(예성)에 이어 박은수(손은서)까지 차례차례 범죄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물론 이 드라마의 가장 굵직한 메인 사건 역시 무진혁의 아내와 강권주의 아버지가 동일범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작은 사건들이 매회 벌어지면서도 전체적인 힘이 흩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이유가 된다.

무엇보다 <보이스>가 보여주는 사건들은 심지어 엽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사람을 죽이는데 쇠로된 공을 휘두르고, 계모는 아이를 칼로 찌르고 죽이려 한다. 연쇄살인범의 얼굴을 본 또 다른 범인은 온 몸에 불이 붙은 채 타 죽고, 쓰레기집에서는 죽어 장롱에 넣어진 주인 대신 이웃이 성형수술을 당한 채 그 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이웃 아줌마 역시 연쇄살인범에 의해 입이 찢어지고 마치 십자가에 못 박히듯 벽에 걸려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 살인 현장들은 한 마디로 지옥도나 마찬가지다. 물론 현실이 더 잔인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게다. 하지만 사람 몸을 마치 부속처럼 여기듯 마구 유린하는 범죄자들의 모습들은 너무 잔혹해 물론 시청자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지만 그것이 과연 15세가 관람 가능한 드라마인가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드라마의 몰입도는 높지만 너무 잔인하고 폭력이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이 드라마는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의 연속을 구성해가고는 있지만 너무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는 장면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9회에 방영된 오연호의 스토커 이야기는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염산테러를 한 용의자지만 그의 이야기만 듣고 너무 쉽게 풀어줬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그 스토커가 오연호와 박은수의 이야기를 엿듣는 장면도 그리 현실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개연성 부족을 이 드라마는 특유의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범이나 살해 장면들이 주는 자극을 통해 무뎌지게 만든다. 그런 개연성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강력한 장면들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드라마에 깊게 빠져든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세세히 살펴보면 자극에 경도되어 개연성이 부족한 장면들을 그저 용인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이스>에 대해 호불호가 분명하게 엇갈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나온다. 그것이 엄청난 자극을 통해서 라고는 해도 어쨌든 몰입감을 준다는 데서 호평이 이어지지만, 그 몰입감이 지나친 폭력에 의존하고 있고 때로는 허술한 개연성을 가리기도 한다는 점에서는 비판이 이어진다.

물론 <보이스>의 진짜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다. 즉 무진혁과 강권주의 가족들을 해친 범인과의 대결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것. 아마도 이 호불호의 결과가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는 이 본격적인 메인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저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진중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그 뒷얘기들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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