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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심은경 캐릭터, 도저히 공감할 수 없다
기사입력 :[ 2017-02-23 13:27 ]


‘조작된 도시’, 약자의 반란을 그리는 영화 맞나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영화 <조작된 도시>의 예고편과 시놉시스를 보고 기대를 꽤 했다. 잘만 다룬다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살인 누명을 쓴 게임 폐인이 탈옥해서 동료들과 함께 진범을 잡고 응징한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액션 영화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게임에 두뇌가 세팅된 주인공이라면 현실세계에서라면 어처구니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게이머의 논리를 다짜고짜 현실에 대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시도는 현실에 막혀 어처구니없이 망가질 수도 있고, 예상 못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재미있는 이야기와 액션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정작 만들어진 영화는 김이 빠졌다. 과연 이들이 게이머라는 것이 영화에 얼마나 대단한 영향을 끼쳤는지 모르겠다. 이들이 이전에 게임에서 만났다는 사연을 제외하면 게임 세계의 논리는 영화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영화는 이들에게 건축학교수, 해커, 특수효과 전문가라는 다른 특기도 주었는데, 이 역시 대단한 의미가 없다.

해커라는 사람들이 영화 속에서 얼마나 건성으로 다루어지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별 기대를 안 했다. 그래도 특수효과 전문가라면 조금 더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주인공이 이 특수효과 전문가에게 묻는 말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혹시 드론 같은 거 만들 수 있나?” 이 질문이야 말로 특수효과 전문가에 대해 각본가가 갖고 있는 이미지의 한계를 보여준다. 관심이 없고 지식도 없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취재도 안 한 것이다. 그 결과 영화는 이들의 몇 안 되는 특기가 나오는 장면은 빨리돌리기로 대충 넘어간다. 할 이야기 자체가 없는 것이다. 특수한 지식이 있는 루저들이 모여서 현실 세계의 거물들을 혼내준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이 루저들의 가능성에 관심이 없는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더 신경 쓰이는 건 해커인 ‘털보형님’(심은경)의 캐릭터다. 중간에 이 사람은 여자로 밝혀지는데,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목소리를 변조까지하면서 자신의 성을 위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공통된 동기를 갖고 있다. 이건 성차별에 대한 중요한 이슈로 연결된다. 물론 이 영화엔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털보형님’이 여자로 밝혀지는 순간에도 이들 그룹에 아무런 동요가 없는 건 이 캐릭터의 상황에 영화가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적어도 동요가 없는 이유는 그려져야 한다.

‘털보형님’ 캐릭터에서 불만인 점이 하나 더 있다. 이건 설명이 조금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해야겠다. <조작된 도시>에서 주인공은 성폭행과 살인의 누명을 쓰고 체포된다. 난 주인공을 수난에 빠트리기 위해 엉뚱한 사람의 죽음을 이용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그게 성폭행과 연결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 선호도와는 상관없이 허구의 세계엔 온갖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 일단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치자.



하지만 ‘털보형님’이 주인공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여자 공간이 강간 당하고 살해당하는 과정을 ‘귀여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온라인에 올리는 설정엔 도저히 동감을 못하겠다. ‘털보형님’이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쾌한 맛은 지울 수 없겠지만. 하지만 ‘털보형님’은 이 영화에서 살해당한 고등학생에게 가장 감정이입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젊은 여성이다. 한마디로 영화는 털보형님이 게이머라는 것과 해커라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젊은 여성이라는 것도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이런 식의 불평은 한 없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모두 하나로 요약된다. <조작된 도시>는 약자의 반란을 그리는 영화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약자에 대한 지식도, 관심도 없다. 모든 표면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흔해빠진 부류, 그러니까 싸움 잘 하는 근육질 주인공이 억울한 일을 당하다가 악당들을 때려잡는다는 이야기 속에 갇혀버린다. 영화 속 설정이 백수 게임 폐인이라는 이유로 그 쌈짱 주인공을 루저라고 부르는 건 자기기만이다. 액션 장르에서 이런 부류는 늘 특권층이기 때문에.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조작된 도시>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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