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좀비물과 김은희 작가를 새 플랫폼에서 만난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드라마 <시그널>로 ‘믿고 보는 작가’가 된 김은희 작가가 곧 돌아올 거란다. 그런데 갖고 돌아오는 작품이 특이하다. 그녀가 늘 하고 싶었다는 좀비물인데 그 배경이 조선시대라는 것.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함께 하는 <킹덤(가제)>은 이런 독특한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팬들의 기대감을 높여 놓았다.

사실 김은희 작가가 하고 싶었다고 해도 좀비 장르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 특성상 보편적인 시청층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비 장르가 더 이상 마니아 장르가 아니라는 걸 영화 <부산행>이 입증시킨 바 있다. 즉 좀비를 다루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우리 식의 정서를 녹여내느냐에 따라 보편적인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좀비물과 조선시대를 엮었다는 점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즉 사극이 같고 있는 보편성을 통해 좀비 장르라는 마니아적 색채를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도 있고, 혹은 그 특이한 조합 자체가 주는 흥미로운 스펙터클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라는 신분 사회가 갖는 특이성은 떼로 창궐하여 출몰하는 좀비를 마치 군도의 형상처럼 그려 넣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흔히 <전설의 고향> 같은 드라마에서 등장하곤 하던 원귀가 자신의 억울함을 과거 신파시대의 코드에 맞춰 그려낸 바 있다면,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좀비는 일단 구구절절 자신의 곡절을 쏟아놓기보다는 그 죽지 못하고 떼로 몰려다니는 존재 자체가 그 사연을 갈음한다.

이 작품이 특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끝없이 죽어나가는 존재인 좀비들과 김은희 작가의 만남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간 스릴러 장르 하나로 지금껏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김은희 작가는 한때 “어떻게 죽일까”를 매번 고민했다고 한 바 있다. 물론 <시그널>에서는 그만큼 “어떻게 살릴까”를 고민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더 넓힐 수 있었지만. 그래서 이러한 삶과 죽음의 문제가 김은희 작가라는 작품세계 속에서 어떻게 드러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또한 특이한 건 이 작품이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기존의 플랫폼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방영을 추진 중이라는 점이다.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스트리밍 형태의 방영 방식을 시도하겠다는 것. 만일 이것이 성사되고 이 작품이 그만한 성과를 가져가게 된다면 그건 드라마업계는 물론이고 영상 콘텐츠업계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즉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스트리밍 방영 방식은 국경이 있을 수 없다. 그러니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글로벌을 시장으로 상정하게 된다. 김은희 작가의 이번 조선시대 좀비물이 더 가능성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런 새로운 방식의 방영과 이 작품이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특수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조선시대라는 특수성과 좀비장르라는 글로벌한 보편성이 잘만 어우러진다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그 반응은 폭발적일 수 있다.

물론 이제 겨우 컴백소식이 알려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 소식만으로도, 또 그 소식에 담겨진 새로운 작품의 개요만으로도 이미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올 하반기에 예정된 이 작품에 팬들은 물론이고 드라마 제작자들, 방송업계 종사자들까지 이목이 집중된 건, 과연 이 작품이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