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데 통쾌한 ‘도봉순’, 박보영의 저력이다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새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은 제목에 들어가 있듯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도봉순(박보영)은 행주대첩의 여전사 박개분으로부터 남다른 유전자를 물려받은 주인공이지만 누군가에게 이상한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 그 괴력을 숨기며 살아가는 인물. 그래서 그저 겉으로만 보면 평범하고, 심지어 아이 같은 귀여움이 느껴지는 그런 인물이다.

그런데 이 도봉순이 한번 힘을 쓰기 시작하자 갑자기 무협지의 한 장면 같은 광경들이 펼쳐진다. 밀치기만 해도 장정 하나쯤은 쉽게 날려버리고, 뺨 한 대에 깡패의 치아 몇 개가 부러진다. 타이어가 터진 채 폭주하는 버스를 간단히 멈춰 세우고 논두렁에 처박힌 경운기를 한 손으로 들어 길 위로 세워 놓는다.

러블리한 귀여움과 살벌하게까지 느껴지는 괴력. 어찌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이 이질적인 면면을 하나로 엮어놓자 기묘한 색깔이 생겨난다. 한없이 귀여워 달달한 멜로의 향기가 묻어나지만, 동시에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 괴력으로 그걸 일거에 해결해버리는 통쾌함이 덧붙여진다.

그런데 왜 이 드라마는 굳이 이런 러블리와 괴력이라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 요소를 도봉순이라는 캐릭터에 녹여놓은 걸까. 그건 다분히 멜로라는 틀을 그려내되 동시에 사회에 숨겨진 폭력, 사고, 사건들에 맞서는 액션과 스릴러까지 더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에게 선입견으로 남아있는 남녀의 성차에 따른 어떤 역할구분 같은 걸 뒤집어본다는 점이다.

도봉순과 엮어지는 게임회사 대표 민혁(박형식)은 남녀 관계가 역전되어 있다. 민혁은 그녀의 괴력을 목격한 후 그녀를 자신의 개인경호원으로 채용한다. 계속해서 오는 협박전화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던 것. 그리고 아마도 이 개인경호원과 대표는 그 직업적 관계 이상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보통의 보디가드 설정의 이야기라면 남녀가 정 반대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도봉순이라는 ‘힘쎈여자’에 의해 보호받는 남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코미디를 장르로 채용하고 있지만 그래서 <힘쎈여자 도봉순>은 우리 사회의 성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즉 남성은 어떠해야 하고 여성은 어떠해야 하는 식의 통념들이 이 괴력을 숨긴 도봉순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어떤 식으로 깨지는가를 보여주는 것. 그것은 때론 사회 폭력과의 대결이 된다는 점에서(물론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폭력이 대부분 드라마에서 다뤄지지만)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어찌 보면 사회적 성적 차별에 대적하는 ‘쎈여자’의 면면을 통쾌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을 ‘힘쎈여자’라는 캐릭터로 친근하게 만든 면이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이질적인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이 역할을 다름 아닌 믿고 보는 배우 박보영이 맡았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첫회만으로도 실로 귀엽고 통쾌한 이 도봉순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는 저력을 보였다.

최근 들어 사회 문제에 대해 심지어 만화적인 톤의 코미디가 주목을 끌고 있다.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 같은 작품이 그렇다. 도무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해내지만 그것이 그토록 통쾌할 수가 없다. 아마도 <힘쎈여자 도봉순>도 그 캐릭터나 장르적 성격으로 볼 때 <김과장> 같은 계보를 이어가지 않을까. 물론 이 작품에는 박보영이 연기하는 귀엽고 러블리한 멜로도 덧붙여질 것이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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