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 양홍원 형평성 논란, 경쟁의 재연이라면 룰이라도 공정해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예견된 논란은 아니었을까. Mnet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는 그 시작부터 시끌시끌했다. 첫 회에 출연했던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이 인성 논란을 일으키며 하차를 선언한 데 이어, 2회에 출연한 양홍원은 과거 행적으로 인해 일진설이 불거졌다. 장용준 논란이 돌발적인 상황이라면, 양홍원 논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는 <쇼 미 더 머니>에 출연해 랩 실력으로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고등래퍼> 2회는 사실상 양홍원을 위한 편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에게 집중했다. 중간 부분에 등장해 스윙스가 굉장히 인상적인 래퍼라며 자신은 서서 듣겠다고 하는 장면으로 잔뜩 기대감을 높여 놓은 후, 그가 랩을 하는 장면은 맨 뒤로 미루고 미뤄 하이라이트처럼 보여줬다. 물론 실력만으로 보면 그럴 만 했다. 확실히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줬고 실제로 그 지역 예선에서 최고 점수로 1등을 차지했으니까.

즉 <고등래퍼> 측은 양홍원이 논란의 대상이 될 거라는 걸 알았지만 이를 대놓고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문제는 장용준이 논란으로 하차하고 심지어 다시보기 영상에서도 편집된 마당에, 역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양홍원에게는 “반성하고 있다”며 그냥 넘어가려 한다는 건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입장에서 그들 스스로 말하듯 그가 ‘물건’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만일 이렇게 그를 계속 끌고 갈 것이라면 거기에 합당한 룰이나 이유를 얘기해줘야 하지 않을까.

사실 논란이 된 장용준이나 양홍원의 문제가 아니라면 <고등래퍼>는 꽤 흥미로운 프로그램인 것만은 분명하다. 즉 래퍼라고 하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갖는 이미지, 어딘지 거칠고 폭력적일 것 같은 그런 면들이 어떤 부분은 맞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은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걸 다양한 출연자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아이오아이도 만나야 해”를 외치는 천상 고등학생의 면면을 보여주는 조민욱 같은 친구도 있고, 어딘지 어두운 분위기를 보이지만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기 위해 퇴학 후 힙합을 하는 신상익 같은 친구도 있다. 또 힙합 금수저라고 불리며 아버지 김구라의 후광을 오히려 하나의 넘어야 할 산처럼 느끼는 김동현도 있고, 이미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고등래퍼>에서 만큼은 고등학생이고 싶다며 자신을 굳이 먼저 밝히지 않은 마크 같은 친구도 있다. 물론 학교에서 꽤 공부를 잘했지만 힙합이 좋아 그 길로 들어섰고 경쟁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는 듯한 최하민 같은 친구도 있지만, 이미 힙합 신에서는 고등학생 래퍼로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딕키즈크루의 이수린이나 윤병호 같은 친구도 있다.

다양한 출신성분과 다양한 상황들을 가진 학생들이 <고등래퍼>라는 한 무대 위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건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경쟁을 내재화하는 교육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학생들의 면면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속내를 들어보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논쟁적인 부분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논란을 일으키는 과거 행적들을 가진 학생들을 발견하는 건 어쩔 수 없이 그것이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비뚤어진 현실이기 때문인 면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기존의 경쟁 시스템을 벗어나 자신들만의 길을 가려는 그들이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가 역시 또 다른 경쟁 시스템이라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고등힙합>은 출연자의 노래를 듣고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부여한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상위 9등에 들어간 출연자만이 다음 라운드로 갈 수 있다.

어찌 보면 오디션 형식이라 어쩔 수 없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힙합을 꿈꾸는 고등학생들의 면면을 가장 인상적으로 주목시킬 수 있는 필요악 같은 형식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떤 공정한 룰이라도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만일 장용준의 과거가 문제가 되어 하차를 결정했다면 양홍원을 굳이 계속 끌고가겠다고 하는 건 형평성의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논란들은 자칫 <고등래퍼>가 애초에 보이려 했던 의도 자체를 흐리게 할 수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아무리 힙합이라는 특정한 성격을 갖는 장르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최소한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룰의 적용은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결정하는 이들이 마음대로 적용하는 것이 결국은 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으려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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