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월계수’ 고리타분한 설정과 혁명적 캐릭터가 만났을 때
기사입력 :[ 2017-02-27 11:09 ]


‘월계수’의 성공이 향후 가족극에 제시한 가능성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종영한 KBS2 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하 <월계수>)은 등장인물 모두 가족, 연인, 아이 등을 얻으며 유쾌하고 행복하게 끝났다. 사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갈등이 점차 고조되어 폭발하고 그 사이 소소한 위트들이 가미된 스토리라인이나, 가족의 화합으로 행복을 이야기하는 주제의식은 저녁 일일 드라마를 석권한 KBS 가족극의 세계관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과 소시민이란 구도, 두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든 얽히고설키는 대우연의 관계(심지어 월계수 양복점 직원인 금촌댁(이정은)의 집 옥탑에 나연실(조윤희), 아츄커플이 연달아 세들어 산다), 지혜로운 어르신의 존재, 절대 권력 안방마님의 파워, 가진 것 많은 잘난 남자 주인공과 예쁘고 심성이 고우나 가진 것 없는 여주인공의 전쟁 같은 사랑까지 기존 가족 드라마에서 본 익숙한 재료가 듬뿍 들어 있었다. 그래서 요즘 세상에 찾기 힘든 옛날 드라마라든가, 고구마를 먹은 것 같은 신파 로맨스라는 평도 들었다. 여기에 ‘아츄커플’(현우·이세영)이 몰고 온 후반 상승세에 힘입어 5회 연장 편성되면서 기억상실증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극의 메인 줄기는 가족의 반대로 사랑의 아픔을 겪는 러브라인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에다가 한국형 신파를 잔뜩 토핑한 ‘식모와 사랑에 빠진 장남’ 수준의 멜로였다. 여성성과 인권이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 잘못 나선 돈키호테 같았다. 본격 장르물에 익숙한 오늘날 젊은 시청자들이 보기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유치함도 간질거렸다. 미사어패럴의 주주총회나 이탈리아 양복회사 코넬리와의 협업 장면들, 연실을 사랑하는 동네 양아치 집단의 위협, 기억상실증 등등은 가끔 이 드라마에 대한 애정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와 같은 평가가 틀린 말은 아니나, <월계수>는 또 다른 지점에서 평가받아 마땅하다. 흥행 성적에 신경을 써야 하는 주말드라마이자 가장 보수적인 방송 콘텐츠인 가족 드라마로써 자신의 존재에 충실했음은 물론, 또 다른 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굉장히 고리타분한 가족극을 통해 안정적인 시청률과 흥행을 기록하면서, 정체된 가족 드라마에 새로운 가능성인 성역할의 반전과 현실감각성을 부담 없이, 거부감 없이 스며들게 만들었다.

과거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가족극에 코믹 코드와 현실에 가까운 고부 관계를 등장시키면서 장르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던 것과 유사하다. <월계수>는 신파 멜로 한 편에다 복선녀(라미란)의 걸크러쉬와 민효원(이세영)의 애교와 자존감, 남자의 기를 살려주는 이동숙(오현경) 등 다양한 여성상을 농을 치듯 과장되고 장난스럽게 슬쩍 가져와 기존 가족 드라마의 공식이나 시청자들의 관성에 새로운 자극을 부여했다.



복선녀는 수납사원에서 반찬가게 사장으로 그다음 시장번영회장까지 승승장구한다. 임신까지 하고 왜 출마까지 하느냐는 남편의 볼멘 잔소리에 “남자가 여자 하는 일에 시시콜콜 잔소리하면 바깥일 힘들어져, 대답 안 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임신한 아내 대신 앞치마를 맨 근육질의 배삼도(차인표)는 역시 성공하려면 월급쟁이가 아니라 사업을 해야 한다고 일면 수긍한다.

이 드라마의 숨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민효원은 혁명적인 캐릭터다. 이세영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살린 민효원은 부잣집 철없는 막내딸이 아니라, 보는 눈, 경제적 형편 등을 떠나 주체적으로 연애를 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부족한 남자를 채워주고 내조를 통해 키워내는 온달 왕자 스토리와는 또 다르다. 부족함을 채워주고, 남자가 잘 되길 바라는 것보다 관계에 있어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을 줄 아는 자신감이다. 그의 상대역인 태양(현우)은 물론, 이동진(이동건), 배삼도 모두 여자 잘 만나 잘된 케이스가 아니다. 최근 <신혼일기>의 안재현이나 <살림하는 남자들>의 봉태규, 일라이 등 살림을 도맡고,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는 남자들이 방송가에 등장하는데 <월계수> 속 남자들은 이런 현실의 드라마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월계수>는 가족극, 주말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세대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후반부에 시청률이 급성장하는 이른바, 역주행도 이뤄냈다. 고리타분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기존의 공식에 새로움을 병행한 전략 덕분이다. 분명, 과거 <유나의 거리>처럼 우리네 삶의 페이소스를 닮은 가족극이란 찬사를 보낼 수는 없다. 주인공의 멜로라인은 여전히 보기 민망하다. 하지만 ‘아츄 커플’의 사랑을 그리는 방식과 높으신 분들이 산에 갈 때 먹는다는 파란 알약으로 대변되는 현실감각은 가족 콘텐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방송가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리멸렬 신파와 가족갈등 그 이면에 자리한 성공의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