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괜찮다지만...나영석 PD의 어깨가 너무 무겁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나영석 PD는 누가 뭐래도 tvN의 간판이다. 그가 CJ E&M으로 와서 이룬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꽃보다 할배>부터 시작해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을 모두 성공으로 일궈냈고, 여기서 파생된 <삼시세끼>를 어촌편까지 만들어내며 케이블 예능 10% 시대를 열었다. 무엇보다 CJ E&M이 나영석 PD의 이런 성과에 힘입어 그간의 투자들이 흑자로 전환됐다는 건 경영진들조차 나 PD의 능력을 인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일까. tvN의 예능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은 거의 나영석 PD의 이름이 걸쳐져 있다. 그의 브랜드 파워가 그만큼 세다는 방증이다. 다른 PD가 하는 프로그램과 나영석 PD가 하는 프로그램은 그래서 그 기대감 차이로 인해 시작점부터 달라진다. 그러니 tvN으로서는 그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다.

<신서유기>, <신혼일기>에 이어 나영석 PD는 새로운 예능을 찍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날아갔다.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와 함께 하는 이번 예능 프로그램이 <꽃보다> 시리즈의 연장이 아니냐는 추측에 나영석 PD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새로운 예능이고 그 콘셉트는 아직까지는 노코멘트라는 것.

늘 ‘믿고 보는 PD’로 불려 왔지만 이번 새 예능 프로그램을 찍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갔다는 소식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대부분이 여전한 기대감을 거론하지만 그만큼 또 나영석 PD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것은 이제 어느 정도 나영석 PD표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이 시청자들에게는 새롭지 않게 다가오는 것 때문이다.

여행이 있고 관찰이 있고 출연자들의 케미가 있다. 그리고 그 출연자들은 이미 나영석 PD의 예능을 통해 봐왔던 익숙한 인물들이 포진하고 그 위에 새로운 인물 하나를 더 넣는 구성을 갖는다. 이서진은 tvN 공무원으로 불리고 있고, 윤여정은 이미 <삼시세끼>를 통해 얼굴을 익힌 출연자다. 여기에 정유미라는 예능에는 첫 발을 딛는 인물이 주는 기대감이 더해진다.



분명 기대감이 있지만 그 포맷이나 구성 그리고 크게 보면 여행이라는 틀은 너무 반복된다는 인상을 준다. 게다가 최근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 경제는 ‘해외여행’에 대한 정서적 지지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국내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해외에 굳이 가야하는가 하는 비판적 시각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이런 다른 반응들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나영석 PD가 너무 많이 대중들에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스스로 후배 PD들과 함께 작업을 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시스템이 현재 나영석 사단이 예능을 계속 쏟아낼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그는 몇 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한다. 후배들이 전면에 서고 그는 일종의 CP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 모든 프로그램에 후배들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오로지 나영석 PD의 이름이 더 전면에 내세워지는 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위험한 일이다. 이번 인도네시아에서 찍는 새 예능프로그램은 <삼시세끼 고창편>의 연출을 맡았던 이진주 PD가 함께 하고 있고, 현재 방송되고 있는 <신서유기3>는 신효정 PD가 함께 했지만 우리는 오로지 나영석 PD 한 명의 이름으로 이들 프로그램들을 소비하고 있다.

나영석 PD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건 본인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니다. 그건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이 얹어지고 있고, 그 책임도 오롯이 그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들 때문이다. 또한 이런 방식의 일원화된 투자 방식은 tvN의 경영자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분산해야 리스크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후배 PD들이 좀 더 전면에 나와야 한다. 그래야 나영석 PD도 어떤 ‘정상화’의 과정을 가질 수 있고 그래야 그의 진가를 또다시 보여줄 수 있는 색다른 프로그램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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