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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순’ 박보영의 슈퍼파워 뒷받침하는 두 가지 에너지
기사입력 :[ 2017-03-06 13:24 ]


‘도봉순’, 어떻게 박보영에 대한 선입견을 한방에 박살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금토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이하<도봉순>)의 파워가 대단하다. 지난 주 3%대로 시작한 시청률은 2주차인 4회 만에 8%를 훌쩍 넘어섰다. 드러난 지표만 위력적인 게 아니다. 화제성이나 여론 반응 모두 호평 일색이다. 그 덕분에 뉴스와 예능 등 타 장르에 비해 대중적 성과가 저조했던 JTBC 드라마국은 저녁 8시대에서 밤 11대로 편성을 옮긴 실험과 도봉순의 매력이 맞물리며 드디어 첫 흥행 성적표를 쥐게 됐다.

초반부터 시청률이 수직상승하는 이유에는 낮은 기대치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에 사는 도봉순(박보영)이 조상 대대로 여자들에게만 전해진다는 파워를 가진 ‘여성’ 히어로물이란 점은 참신하다만, 신데렐라의 신분상승 엘리베이터 위에 성장의 아픔을 지닌 재벌 2세와 남성적인 타입의 마초남이 등장하는 삼각관계 코믹 러브스토리는 너무나 익숙한 순정만화식의 기본 설정이다. 여기에 박보영이란 이름만 들어도 그림이 그려지는 캐스팅이 겹쳐지니 뭔가 전형적으로 느껴졌다. 박보영은 문근영 등과 함께 몇 안 되는 특화된 영역을 가진 원톱 여자배우지만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라는 평가 이면에는 타입이 맞지 않은 시청자들이 유입될 여지가 그만큼 적다는 한계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봉순>은 이런 선입견을 한방에 박살낸다. 2013년 <정글의 법칙> 사태로 구설에 오르긴 했지만 영화 <과속스캔들>, <늑대소년>,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까지 사랑스런 외모에서 출발한 캐릭터를 이어오던 박보영은 여전한 귀여움과 한층 높아진 애교,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도봉순을 정말 그가 아니면 도저히 소화해내지 못할 것 같은 연기력으로 보여준다. 마음먹고 박보영이란 배우와 그가 대표하는 작고 귀여운 여성상이 가진 매력을 대 방출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박보영, 그러니까 도봉순이 가진 매력이 단순히 애교가 최적화된 동안의 외모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봉순이 가진 캐릭터의 매력과 깊이는 사회적으로 넓혀 봤을 때는 최근 <김과장>, <피고인> 등이 선전하듯 정의롭지 못한 혼탁한 시대에 나타난 정의구현과 맥락이 맞닿아 있고, 개인적으로 좁혀보면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와 젠더 이슈가 뜨거운 우리 사회의 현실을 히어로라는 판타지 속에 담아낸 대리만족의 구현체라는 점에서 만난다. 이 두 가지 지점이 그의 슈퍼파워를 뒷받침하는 근원 에너지다.

도봉순은 대대로 힘을 물려받은 돌연변이 히어로이기 이전 고졸에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만 전전한 엄마가 봐도 외모부터 빠지는 게 많다는 여성 취업준비생이다. 시간은 많고, 인기와 구직 능력이 없다보니 집에서 주로 밥을 하고 살았다. 덤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자신을 여자로는 보지 않는 인국두(지수)를 여전히 짝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레지던트인 쌍둥이 남동생에게 자격지심 없이 당당하고, 이런 상황에 받은 스카우트 제의에도 4대 보험과 복리후생에 관한 조약부터 따지고 든다. 그를 고용한 안민혁(박형식)과 갑을 관계를 인정하고 반말도 연봉에 포함된 거라고 분을 삭이면서도 초과 근무 수당에 대한 건의 등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진다.



애교 넘치는 표정과 태도와 사랑스러운 주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히어로로서의 활약도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넘치는 힘으로 불량 청소년, 동네 조폭을 혼내주고, 교통사고도 적절하게 처리한다. 그리고 아마도 드라마 전반에 흐르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그 능력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작고 별 볼 일 없을 것 같다고 소개되는 한 여자가 주체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타파해가며 자신의 쓰임과 위치와 자존을 찾아간다는 지점에서 굉장히 현실적인 공감과 쾌감을 선사한다. 이를 웃으면서, 의식하지 않으면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 도봉순이란 캐릭터가 가진 힘이자 박보영의 원숙한 연기력이 부리는 놀라운 마술이다.

그래서 <힘쎈 여자 도봉순>은 얼핏 보면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로맨틱코미디 같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의문을 추적하는 스릴러, 현실 세대의 고민을 웃음과 박보영만의 특화된 궁극의 매력에 담아낸 꽤 특별한 드라마다. 이점이 대중적 감성과 맞아 떨어지면서 박보영의 캐릭터에 시청자들, 특히 젊은 여성 시청자들의 몰입과 응원이 점점 더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재벌가의 난투극으로 예상되는 협박 사건이나 도봉동의 연쇄 사이코패스 납치 사건 등 스릴러 코드가 코믹 발랄한 러브라인 옆에서 음습하게 흐르고 늘 착하기만 했던 박형식도 그간 맡았던 것과 다른 캐릭터를 깊이 있게 보여주지만 <도봉순>이 박보영의 드라마인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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