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15주년 특집 3부작을 보는 기대와 우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가 15주년(정확한 햇수로는 16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강산은 꽤 변했다. 케이블 채널과 종편은 10년, 5년 만에 지난 수 십 년 간 쌓아온 지상파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게다가 시청자들은 TV 앞을 점점 떠나고 있다. 대중들은 자신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더 신선하고 더 새로운 밥상을 자주자주 가져다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한다. 따라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10회 한 시즌씩 세트로 기획을 하는 등 기존 편성 방식은 더 유연한 방식으로 수정되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해투>는 2003년 신동엽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은 유재석을 중심으로 다양한 포맷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살아남았다(혹은 살려뒀다). 유재석과 포맷의 변화는 지금까지 <해투>가 장수할 수 있었던 핵심이다. 따라서 지난 10주년 기념 방송에서 역대 MC들을 초청했던 것과 달리 이번 15주년 기념으로 과거 코너를 재현하는 ‘레전드 코너 리턴즈 특집’을 준비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의미 있는 기념 방송인 셈이다. 특집은 3주간 계속된다. 이번 주 스타의 어린 시절 친구를 찾아서 알려지지 않았던 스타의 과거 모습을 들어보는 ‘프렌즈’를 시작으로 16일에는 <해투> 전성기를 열었던 ‘쟁반 노래방’, 23일에는 유재석 체제의 안정기를 보낸 ‘사우나 토크’ 등 오랜 시간 시청자와 함께 추억을 쌓은 포맷들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

첫 스타트를 끊은 ‘프렌즈’ 특집부터 반응은 바로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좋은 시청률이라 할만한 6.6%를 기록하며 최근 시청률 우상향 곡선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이어갔다. 당시 MC였던 유진까지 합류하면서 시청자들은 오래전 기억 속에 있던 추억의 프로그램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프렌즈는 스타의 과거와 마주하며 스타의 알지 못했던 인간미를 드러내는 에피소드 토크를 기반으로 하는 버라이어티쇼다. 친구와 은사 등등 스타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스타의 몰랐던 인간적인 면을 만나고, 프렌즈라는 포맷 이름보다 더 유명한 ‘반갑다 친구야’라는 코너를 통해 재연 배우 사이에 있는 어린 시절 친구를 찾아내는 긴장과 감동이 하이라이트다.



그 전까지 이어오던 쟁반노래방이 단순히 몸개그와 게임이란 투 피치 예능이었다면, 프렌즈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정서적인 재미를 가미한 토크쇼였다. 가족처럼 우리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친구를 통해 잊었던 추억을 회상하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삶에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힐링 코드는 당시 최대 경쟁자였던 <웃찾사>를 이겨내는 데 밑바탕이 됐다.

이번 특집에서도 과거 프렌즈의 디테일이 대부분 복원됐다. 게스트를 부르는 대신 ‘프렌즈’ 시절 예능 선수로 활약하지 않았던 현역 MC와 패널인 전현무와 조세호의 학창시절 친구를 찾아 나섰다. 전현무가 19금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부터 조세호가 어린 시절엔 인기 많은 유복한 친구였다는 이야기 등을 통해 편안 웃음을 건넸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덕담과 응원은 서로 챙기는 친구가 있어서 힘이 난다는 감동의 메시지로 전달됐다.



요즘말로 다소 오글거리는 감성, 요즘 예능에서 다루는 리얼리티와 차이가 나는 착한 예능이란 콘셉트가 시대에 맞지 않을 것이라 우려는 15주년을 기념하는 잔칫집에서 괜한 기우였다. <해투>가 고전적인 예능의 대표로 불리는 이유이자 고전하는 이유가 MC의 역량에 기댄 ‘쇼’이기 때문이다. 반가움을 증폭시킬만한 캐스팅이라든가 요즘 시대에 맞게 특화된 장치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매주 만나는 전현무와 조세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반가움과 추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열었다. 시간을 버텨온 장수 프로그램이 가진 힘이다.

다음 주는 <해투>의 상징이자 쇼버라이어티 시대에 가장 인상적인 게임이었던 쟁반노래방을 소환하면서 더욱 큰 관심과 기대를 불러 모을 것으로 예측된다. 15주년 3부작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재미의 복원과는 별개로 추억 소환 차원의 화제성은 더욱 커질 듯하다. 단 한 가지 쓸데없는 걱정을 하자면 <해투>가 KBS 예능에 속해서 하는 말인데, 이번에 거둔 이슈와 성공을 일회성 기념으로만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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