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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잘못 모른다…‘보이스’ 통해 본 사이코패스 세상
기사입력 :[ 2017-03-13 10:23 ]


시청자들은 어째서 ‘보이스’에 눈을 뗄 수 없었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모든 사이코패스들이 살인마가 되는 건 아닙니다.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가정과 환경 사회에 영향을 받는 후천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한 인물의 예를 들어보죠. 선천적으로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유년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를 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이후에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어서 아주 걷잡을 수 없는 끔찍한 살인마가 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회에 가장 감추고 싶었던 비밀들이 이 시대의 범죄자들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죠.”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에서 강권주(이하나)는 도주한 모태구(김재욱)를 격동시키기 위해 방송을 통해 그를 자극하는 말을 남긴다. 그런데 이 대사 속에는 살인마의 탄생이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인 요소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즉 선천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어떤 후천적인 악영향이 촉발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살인마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태생 그 자체보다 그 부모나 사회 같은 주변적 상황들이 중요하다는 것.

모태구라는 희대의 살인마가 탄생하게 된 건 결국 어린 시절 아버지 모태범(이도경)이 살인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되면서다. 모태범과 모태구의 잔학한 살인의 연대기는 그 이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살인마가 되어버린 모태구가 저지르는 살인들이 자신 탓이라고 여기는 모태범은 아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면서 그는 끝까지 아들 모태구에게 그가 ‘살인마’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라고 교육시킨다. 누군가를 죽여도 되는 특별한 존재로 교육받는 모태구는 이제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결국 모태구라는 희대의 살인마는 강권주의 이 격동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무진혁(장혁)에 의해 검거된다. 하지만 모태구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자신은 피해자라고 여길 지도 모른다. 결국 자신이 그렇게 된 것이 부모와 사회 탓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타인의 고통을 공감 못하는 인물이 심지어 재계인물이나 고위 공무원 그리고 검찰이나 경찰총장까지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갖게 되는 일은 실로 끔찍한 결과를 만든다.

심각한 연쇄 살인도 살인이지만, 이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성운 통운 버스 사건 같은 비인권적 고용문제와 더불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사고로도 이어진다. 사고가 나면 그 보험금을 사측이 가져가는 계약을 해놓고 사고 위험이 있는 버스를 방치한 채 버스기사로부터 운행하게 만드는 그 충격적인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안전불감증과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사이코패스적 권력자들의 문제를 드러낸다. 칼 들고 사람을 찔러 죽이는 이들만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누군가 사고를 당할 위험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아무런 경각심 없이 방치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

<보이스>는 어쩌다 사이코패스적인 사회가 되어버린 현실에 ‘골든타임팀’을 투입해 희생자들에게는 절박한 그 골든타임을 지켜내기 위한 안간힘을 보여준다. 강권주와 무진혁의 절절함에 시청자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건, 물론 그 끔찍한 사건들이 주는 충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우리 사회가 주는 불안감을 빼놓을 수 없다. 꽃다운 나이에 몇 백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인재로 인해 세상을 떠났지만 그 골든타임에 권력을 가진 자들은 무엇을 했던가. 그렇게 안타깝게 세상을 버려도 지켜주지 못하고 잘못을 시인하지 못하는 사회란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사이코패스는 끝까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알지 못한다. 다만 희생자들의 목소리는 그 사이코패스의 귓가에서 울려 퍼지며 그를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 <보이스>가 마지막에 보여준 최후장면은 그래서 정신병동에서 무수한 정신병자들의 손에 의해 난자되는 모습보다 어둠 속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희생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끔찍하게 다가온다. <보이스>는 잔혹한 장면들의 폭력성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하려던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에 굳이 자막으로 일일이 그간 드라마 속에서 희생됐던 이들을 적어 넣은 건 그래서다.

‘허지혜씨도 강국환 경사도 복님이도 아람이도 은별이도 박복순(심춘옥) 할머니도 낙원 복지원 희생자 분들도 그리고 성운 통운 버스에서 희생되신 분들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들입니다. 우리 사회가 골든타임 안에 그분들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과 억울하고 안타깝게 희생되는 분들이 더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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