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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형님’, 김영철 하차 공약보다 훨씬 중요한 숙제
기사입력 :[ 2017-03-13 11:51 ]


‘아는 형님’, 5%대 예능에 걸맞은 형님의 품격이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아는 형님>이 염원하던 시청률 5%를 돌파했다. 간신히 넘어선 수준이 아니다. TNMS 기준으로도 5.649%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 시청률이던 4.8%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면서 주말 내내 <아는 형님>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물론, 요즘 시대에 시청률 한번 잘 나왔다고 그런 것은 아니다. 시청률 5%를 돌파하면 스스로 하차하겠다던 김영철의 예전 공략이 소환됐기 때문인데, 그 덕분에 제작진 입장에선 기쁜 소식과 함께 살짝 난감한 숙제가 한 가지 생겼다.

종편에서 5% 시청률은 의미하는 바가 있다. 하차를 시청률 공략으로 내걸 정도로 마이너한 감성으로 시작한 <아는 형님>이 이제 JTBC와 종편 예능 전체에서 큰 형님격인 프로그램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는 형님>은 초창기 투자 대비 어려움을 겪었다. 딱히 흡입 요소가 없는 포맷은 첫 회부터 흔들렸다. 의욕이 넘치는 캐릭터들은 조화롭지 못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변화를 주며 헤매다가 교실을 배경으로 전학생(게스트)를 맞이하는 게임토크쇼 ‘형님 학교’ 포맷에서부터 자리를 잡았다.

이 또한 모두가 환영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 유효한 비판이긴 한데, 교복을 입은 아재들이 장악한 교실에서 벌어지는 코미디는 젠더 이슈에 보다 민감해진 일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안겼다. 이들이 주로 쓰는 개그 코드가 외모나 몸매 품평,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인 뉘앙스가 가미된 섹드립, 망가짐의 강요, 여장 등이기 때문이다. 포맷부터 각 개개인의 유머코드까지 여성을 희화화하는 시선이 전반에 깔려 있었고, 이런 이유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게스트가 등장할 때 불편함은 극대화됐다. 관련해 <아는 형님>은 지난해 12월 방통위로부터 여성 출연자 성적 대상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대사 등으로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김희선이 출연해 히트를 친 이번 주도 사실 여성의 외모를 대상화하는 코미디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희선의 일당백 미모를 가장 큰 볼거리로 내세우고, 외모 비하로 웃음거리로 삼는 여장 콩트가 등장했다. 교실에서의 토크도 멤버들 외모 순위 매기기부터 시작했다. 예쁜 여자의 거침없는 술 에피소드는 웃음을 담는 잔이 됐다. ‘세젤예’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바닥을 구르고, 얼굴에 수박씨를 뱉고, 슬리퍼를 힘껏 찬 것은 몸개그가 됐다. 몸이 따라주지 않는 댄스와 이승엽 성대모사와 옛날 모창 등 김희선이 매우 열심히 망가지면서 방송 분량 대부분이 확보됐다.

다만, 다르게 느껴진 것은 김희선의 당당한 태도와 존재감 때문이다.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하는 코미디, 대세예능 나온 것 실감하며 가네요”라는 인사가 빈말이 아니었다. 김희선은 여자가 아니라 오랜만에 나선 방송인으로서 시청자들이 호기심과 반가움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떻게든 멤버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조급함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초조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발동한 승부욕은 여성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다행이 귀엽게 포장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아는 형님>의 분위기도 개선됐다. 마치 군부대 위문 공연장처럼 여자 게스트에 환호하던 분위기는 누그러지는 중이다. 대신, <라디오스타>에서 사라진 독한 게스트 접대를 대신 수행하고, 동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강호동의 한층 순해진 캐릭터를 중심으로 캐릭터쇼가 무르익었다. 진행과 웃음을 생산하는 이수근, 모두를 견제할 수 있는 서장훈, 김희철과 민경훈의 똘끼 듀오, 진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진 한방이 있는 이상민, 못 웃기는 캐릭터 김영철 등 멤버들이 조화롭게 성장하면서 그날의 게스트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시청자들이 매주 찾을 만한 일정한 수준의 기대가 형성됐다.

덕분에 지금까지 비가 출연한 회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처럼 게스트의 성별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코미디 코드가 여전하긴 하지만 <무한도전>이 몸만 쓰는 <무모한 도전>에서 스튜디오로 들어와 '쌍박'을 외치며 캐릭터의 내실을 다지던 때의 모습과 추억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불쾌감이 점차 희석되면서, 더 많은 시청자들을 유입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이처럼 <아는 형님>은 여전히 발전 중인 예능이다. 남은 숙제가 김영철 하차 해프닝 하나만이 아니다. 아직도 때때로 보고 있으면 방송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게임과 콩트가 주요 소재이다 보니 쉽게 지루해지는 탓이다. 일부 시청자들의 날선 비판도 설득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 쇼는 현재 방송 중인 주말 예능 중 가장 높은 온도로 들끓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동시에 유일하게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캐틱터쇼다.

따라서 제작진은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안주 대신 몇 가지 묘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같은 방송사의 히트 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는 좋은 예시다. <도봉순>처럼 코미디 코드에 조금 더 젠더 의식을 담는다면 <아는 형님>도 더욱 대중적이고 건강한 예능으로 성장할 동력원이 될 것이다. 캐릭터쇼는 멈출 수 없는 기차다. 계속 성장하고 변화해야 한다. 이제 <아는 형님>은 마이너 감성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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