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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 좋은 일만 시킨 꼴 된 이경규의 잘못된 선택
기사입력 :[ 2017-03-15 16:52 ]


“무릎이 나가!” 이경규 광고 카피, 꼰대 이미지를 어찌할꼬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 (이경규)

지금 이 시국에도 딱 어울릴 법한 개그맨 이경규의 이 발언은 어쩌면 지금까지 방송계에서 살아남은 이경규의 전략일지 모르겠다. 우리가 잘 아는 누군가와 달리 이경규는 신념을 가지지 않는 방식으로 지금껏 개그계와 방송계를 누벼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 쿵푸 흉내와 눈알 돌리기로 얼굴을 알린 이 개그맨은 지금도 각 방송사를 누비며 예능계의 MC로 맹활약 중이다. 특히 JTBC <한끼줍쇼>의 성공은 이제 환갑에 가까운 이 개그맨의 대단한 생존능력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하다. 이경규와 같은 시기에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기를 끌고 한때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까지 진행했던 이홍렬은 예전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 1980년대 예능계의 빅스타였던 주병진은 다시 예능계로 돌아와 반려견 아버님이 되었지만 예전 같은 센스를 발휘하진 못한다. 1990년대의 인기 개그맨이자 MC였던 김국진, 김용만은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는 룰로 자리했다. 하지만 그보다 선배인 이경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사실 이경규는 앞에 언급했던 개그맨들처럼 최고 중에 최고의 위치까지 오른 스타는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을 단 코너 <몰래카메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김국진이나 김구라처럼 한 시대를 풍미하는 개그맨은 아니었다. 신동엽이나 유재석처럼 한 프로그램을 통으로 든든하게 책임질 만한 진행자 역시 아니다.



이경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패널이나 모둠 진행에 어울리는 예능인이었다. 그래야 그의 주특기이자 생존전략인 치고 빠지기가 더 빛이 나서다. 그런 면에서 데뷔 시절 개그맨 이경규란 이름을 알리는 데 공헌한 눈알돌리기는 그의 평생 화두였는지도 모르겠다. 개그프로그램과 예능프로그램의 환경이 바뀌는 방송가에서도 눈치를 보며 치고 빠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눈알돌리기로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까.

다만 요 몇 년 사이 이경규는 예전 같지 않았다. 사실 이 중년남자가 밉상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젠틀맨이 아닌 데다 속물스럽고 뻔뻔하지만 젠체하거나 목에 힘주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예능계의 대부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짊어지면서 의도하건 의도치 않았건 간에 그는 꼰대의 상징인 개그맨처럼 되어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여기에는 이경규 특유의 버럭 호통을 치거나 만사가 짜증스럽고 열불이 나는 표정 또한 한몫했다.



JTBC <한끼줍쇼>는 이런 이경규를 다시 새로운 자리에 가져다놓았다. 남의 집에서 밥 얻어먹기란 뜨악한 콘셉트에서 이경규는 종종 초라한 모습을 들킨다. 어느 새 예능계의 대부가 된 남자가 초인종 앞에서 “그런데요”라는 말 한 마디의 위축되는 모습이나 밥 한 끼를 얻어먹지 못해 툴툴대는 모습에선 평소의 이경규와 다른 괴리감이 느껴진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종종 민망해하고 늙은 얼굴을 들키고 도망치려 한다.

그런 괴리감 속에 허우적거리던 이경규는 <한끼줍쇼>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미묘한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기존의 이경규에게서 볼 수 없던 조심스러운 친절함과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한끼줍쇼>에서 보여준 이경규의 변화된 모습이 오래 가지는 않는다. 최근에 한 광고 속에서 등장하는 꼰대 같은 그의 이미지 탓이다. 소화제 베나치오 광고에서 이경규는 소화가 안 될 때면 걷는다는 젊은 남자 앞에 불쑥 나타난다. 그리고 심술궂은 표정으로 “무릎이 나가, 우리는!”이라고 호통을 친다. 이 광고의 상품인 베나치오 각인 효과는 속이 뻥 뚫리는 소화제처럼 강렬하다. 동시에 이경규의 꼰대 같은 표정과 말투에 대한 각인 효과 역시 상당하다. 음료수 오로나민C와 방정맞게 춤추는 전현무가 동시에 강렬하게 각인되듯 말이다.

그런데 상생효과를 톡톡히 본 오로나민C와 전현무의 경우와 달리 베나치오와 이경규의 관계는 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모델보다는 소화제만 득을 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경규의 꼰대 이미지가 반복될수록 그의 버럭 개그를 소화시키는 것이 불편해지는 사람들 역시 늘어날 것 같아서다. 광고 속 이경규가 아니더라도 호통만 치고 정작 본인은 불통인 남녀불문 꼴 보기 싫은 꼰대들이 현실에 참 많으니까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SBS, JTBC, 광고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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