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 단 한 줄의 기획이 가져온 놀라운 마법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세영은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 1회를 보고 폐지할 줄 알았다고 했지만 필자는 1회를 보고 다른 의미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하기 전 대부분의 홍보는 20여년 만에 이뤄진 이경규와 강호동 투톱을 골자로 이뤄졌다. 사실상 정체와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두 버라이어티 업계의 거물이 만난 갱생 프로그램 같았고, 화려한 기대보다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지난 주 한 끼를 허락한 불광동 어머니는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고 하셨지만, 방송은 막상 뚜껑을 열어봐야 무슨 맛인지 알 수 있다. 이경규와 강호동의 조합도 기대만큼 훌륭했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오늘날 예능의 첨단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정서와 새로운 그림을 굉장히 단순한 구도와 익숙한 출연자로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구조는 너무나 단순하다. 두 명의 톱클래스 MC가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저녁밥을 청한다, 이 한 줄이 전부다. 사전 조율이나 동네를 둘러보는 것 이외의 촬영장 현장 답사가 필요 없다. 대본과 제작진의 가이드가 필요한 지점은 오프닝과 룰 위반의 감시여부 정도다. 지난 5개월여 동안 준 변화는 밥동무(게스트)를 초대한 것 단 한 가지다.

물론 염려는 있었다. 과연 연예인이 초인종을 눌렸을 때의 반응을 지켜보는 재미가 얼마까지 갈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연예인을 만나는 놀라움보다 방송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생각보다 TV를 안 보는 동네주민들 덕에 그 재미가 감가되는 속도는 생각보다 더뎠다. 그리고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의 쫄리는 재미보다 더 큰 새로운 재미와 기대가 커졌다.



이는 단 한 줄로 설명되는 기획이 모든 것을 끌어들여 섞고, 감칠맛을 부여한 까닭이다. 각자 다른 산맥에서 살던 두 형님이 형제가 되고, <무한도전>의 ‘하나마나 특집’처럼 연예인과 일반 동네 주민이 함께하고, 관찰형 예능과 리얼버라이어티가 섞인다. 혼밥, 혼술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1인 가구 시청자들에게 가족과 식구라는 풍경을 선사하고, 동네 골목길의 여유와 위안의 정서와 전한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방송용으로 꾸며지지 않은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은 분명 <나 혼자 산다>나 <미운 우리 새끼>를 보는 재미와 또 다르다.

유사 가족을 꾸리는 나영석 사단과 달리 진짜 식구와 현실 풍경 속에 들어간 이경규, 강호동, 그리고 게스트들은 주인공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고 구경한다. 반주를 곁들이며 티격태격하는 부부의 대화에 예능 대부 이경규는 웃기만 해도 된다. 인테리어나 주거 형태는 각각 다르더라도 우리 집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밥상 풍경, 별 다르지 않는 일상이 주는 행복과 위안이 출연자의 미션 속에 섞여 있다. 단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획에 이렇게 수많은 정서와 재미가 결합된 플랫폼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여기서 강호동은 한 번 더 놀라게 만든다. <한끼줍쇼>는 단언컨대 강호동의 2010년대 이후 필모그라피에서 가장 중요한 예능이다. 왁자지껄하게 에너지로 밀어붙이는 진행과 인터뷰로 알려진 그이지만, 이경규에게 구박을 당하는 새로운 모습과 동네의 정서에 묘하게 잘 섞이는 소녀 감성을 밉지 않게 선보이며 그동안 굳게 굳은 선입견을 녹여낸다. 그 어렵다는 이미지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가장 우악스럽고 도식적인 진행 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비호감도 많았던 MC 강호동은 이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사춘기 두 학생에게서 부모님도 못해낼 따뜻한 인터뷰를 끌어낸다. 골목에서 만난 씨름 새싹에게 진심을 담은 기와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강호동이 일상을 예능 속으로 한 발 더 끌고 들어온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한끼줍쇼>의 밥상이 얼마나 조화롭고 맛깔 나는지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적어도 ‘한끼줍쇼’에서만큼은 강호동의 안티들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어 반가웠던 <월계수 양복점>의 ‘아츄 커플’(이세영, 현우)과 함께한 이번 방송은 TNMS 기준으로 전국 4.374%를 기록하며 지난주 대비 시청률 상승은 물론, 지난 10월 19일 첫 방송(2.560%)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수치를 기록했다. 시청률만으로도 예능 왕국 JTBC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단 한 줄의 기획이 가져온 놀라운 마법은 예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수요일 밤의 일상으로 서서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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