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주가 성희롱? 방송이 개그우먼을 소비하는 불편한 방식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너네 되게 잘생겼나 봐. 너네가 100억 원 줘도 나도 너네와 안 해. 슬리피 걱정하기 전에 너네 걱정해. 미안하지만, 다 캡처하고 있다. (슬리피) 오빠 팬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상처 안 받아요. 그런데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임. 기대해도 좋아요.”

이국주는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향한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악플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발단은 그 날 방송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비롯됐다. 이국주와 슬리피가 가상 결혼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 방영됐고, 방송 이후 이에 대한 악플들이 쏟아져 나온 것.

악플은 이국주뿐만 아니라 그 상대역할로 나오는 슬리피에게까지 이어졌다. ‘누군가 자본주의의 끝을 묻거늘, 고개를 들어 슬리피를 보게 하라’ 이국주가 캡처한 이 악플에는 이국주에 대한 외모비하는 물론이고, 상대역할인 슬리피에 대한 인격 모독까지 들어 있었다.

사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이지만 출연자들이 스킨십을 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유독 이국주와 슬리피의 경우에 대해 이런 인신공격성 악플들이 달리는 건 그 밑바탕에 지독한 외모지상주의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이유를 대도 이 악플들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

그런데 이국주의 이런 정당한 대응에 온시우라는 배우가 SNS 상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글을 올렸다. “댓글로 조롱당하니까 기분 나쁜가요? 당신이 공개석상에서 성희롱한 남자연예인들 어땠을까요? 대놓고 화낼 수도 없게 만드는 자리에서 씁쓸히 웃고 넘어갔을 그 상황. 이미 고소 열 번은 당하고도 남았을 일인데 부끄러운 줄이나 아시길.”



온시우의 주장은 그간 다른 방송에서 이국주가 남자 연예인들에게 원치 않는 뽀뽀를 하는 등의 성희롱을 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쏟아지는 악플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걸 같은 사안으로 두고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외모비하 악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성희롱’ 문제제기를 하는 건 엉뚱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과연 성희롱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국주의 의지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방송의 설정에 의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이국주가 상대방 남자가 원치 않는 모습을 보일 때 뽀뽀를 하는 장면은 방송이 그녀에게 요구하는 어떤 것일 수 있다. 외모를 통해 웃음을 주는 개그우먼들의 경우, 상대방 남자에게 원치 않는 뽀뽀를 하는 상황은 흔하게 나온다. 그것이 웃음을 주기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해당 개그우먼의 진심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장면들이 주는 불편함은 우리네 방송이 웃음을 만들기 위해 개그우먼들을 외모비하와 더불어 스킨십까지 하게 만드는 데서 비롯되는 일일 것이다. 이런 상황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네 개그 프로그램들을 보면 부지기수로 쏟아진다. 때때로 외모비하 개그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지만 그렇다고 이런 개그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온다.

이국주의 도를 넘은 악플에 대한 대응은 정당한 일이다. 하지만 온시우가 주장한 ‘성희롱’은 그 진위여부와 함께 왜 그녀가 그런 모습으로 소비되고 있는가하는 방송 문화의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이국주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네 방송들이 개그우먼들을 소비하는 비뚤어진 방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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