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개콘’과 ‘1박2일’이 ‘무도’에게 배워야 하는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1박2일>과 <개그콘서트>는 KBS 예능 프로그램의 자존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박2일>이 잘 나갔던 시절에는 무려 시청률이 40%에 육박했다. ‘국민예능’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현재 <1박2일>의 시청률은 14%까지 떨어졌다. 물론 이 수치 역시 낮은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지만 연초에 20%대였던 시청률을 떠올려보면 지속적인 하락 추세임은 분명하다.

최근 들어 <1박2일>은 어딘지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애초의 모습에서 조금 벗어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번 통영편에서 노출 논란이 나왔던 것도 어찌 보면 이 최근의 <1박2일>이 여행이라는 본질에서 자꾸 벗어나 게임 같은 부차적인 재미에 집착하면서 생겨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어진 부안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악동뮤지션부터 곽진언, 로이킴, UV 같은 화려한 게스트들이 출연해서 10주년을 맞아 주제곡을 만드는 여행을 보여줬는데, 여행의 묘미를 보여준다기보다는 <1박2일>의 추억을 소비하고 출연자들의 면면이나 노래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이라고 해도 너무 여행 이외의 것들에 더 집중하는 듯한 인상은 사실 10년을 줄곧 애청해온 시청자들이 바라는 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 소소하고 평범하게 여행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으로 10주년 특집을 했으면 어땠을까. 그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이 더 <1박2일>에 바라는 건 아니었을까.

<개그콘서트>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개그콘서트>는 시청률이 8%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수치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무반응이다. 시청자들은 아예 <개그콘서트>를 ‘노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예전 <개그콘서트>가 일요일 밤 시간대를 평정하며 30% 이상의 시청률을 냈던 것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초라한 추락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개그콘서트>는 한때 실종되었던 풍자를 되살리고 있다고는 해도 그다지 큰 반향이 없는 상황이다. 어떤 면에서는 패러디의 늪에 빠져버린 느낌이다. 새로운 코너를 찾기도 어렵고 새 코너가 나와도 그다지 참신하다는 느낌이 없다. 결국 <개그콘서트>가 집중해야 할 것은 ‘웃음’이다. 그 웃음이 담보되지 않으면 어떤 현실적인 것들을 끌고 와도 <개그콘서트>가 처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잘 안 되는 상황은 오히려 무리하게 만들어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1박2일>이나 <개그콘서트>는 계속해서 PD가 바뀌어왔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강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즉 새로 온 PD는 과거의 것을 이어가기보다는 자신만의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존재감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시청자들이 바라는 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엇나감이 도리어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현재 <1박2일>과 <개그콘서트>가 들여다봐야 할 것은 새로운 어떤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이 두 프로그램이 갖고 있었던 강점들이다. 어깨에 힘을 빼야 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그 강점들을 다시금 되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1박2일>은 여행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고, <개그콘서트>는 그저 패러디에 대한 강박으로 현실 공감을 끌어들이기 전에 먼저 웃음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갖고 돌아온 <무한도전>의 초심은 <1박2일>과 <개그콘서트>에는 참고할만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무언가 엄청난 걸 하려는 시도보다는 오히려 조용히 그 안에 있는 힘들을 소소해도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현재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1박2일>과 <개그콘서트>가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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