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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한 ‘피고인’, 반환점 돈 ‘역적’, 그리고 돌아온 ‘무도’
기사입력 :[ 2017-03-22 13:23 ]


‘피고인’·‘역적’·‘무도’, 떠난 자, 바뀐 자, 돌아온 자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계절이 바뀌면 풍경이 달라지듯, 안방극장에도 미묘한 변화들이 일어났다. 막장진행과 고구마 드라마라는 비판 속에서도 시청률 1위를 기록하던 SBS <피고인>이 끝났고, 그 뒤를 쫓던 MBC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은 전체 30부작 중 16부에 접어들며 반환점을 지났으며, MBC <무한도전>은 7주 만에 새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지난 한 주 간 있었던 크고 작은 변화들을, [TV삼분지계]의 세 사람이 함께 살펴보았다. 김선영 평론가는 마지막까지 허술했던 <피고인>에 대한 아쉬움을, 정석희 평론가는 김상중이 퇴장하고 이하늬가 본격적으로 극의 중심으로 성큼 들어온 <역적>의 변화를, 이승한 평론가는 돌아왔으되 아직 채 다 돌아오지 않은 <무한도전>을 평하기로 했다.



◆ 떠난 자 : <피고인>, 끝까지 감당할 수 없었던 이야기의 허술함

“속봅니다. 차명그룹 차선호 회장이 살인 및 살인교사 혐의로 인천 공항에서 체포돼 검찰로 압송 중에 있습니다.” 도심 대형 전광판을 통해 앵커의 들뜬 목소리로 뉴스 속보가 전해진다. 수많은 시민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패한 권력자가 압송되는 모습은 요즘의 긴박한 현실 속 뉴스를 떠올리게 한다. 시청자들이 그토록 원하던 ‘사이다’를 선물하며 시작한 SBS <피고인> 마지막회는, 그러나 다음 장면에서 바로 김이 빠지고 만다. “내가 네 와이프 죽였다며. 근데 나 안 죽여?” “우리 지수가 그러길 바라지 않거든. 왜? 내가 검사니까.” 압송 차량 안에서 순식간에 맨 얼굴을 드러낸 민호(엄기준)와 정우(지성)의 유치한 설전은 이 작품의 고질적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동안 <피고인>은 플롯의 비약과 구멍으로 인한 허술한 개연성을 주인공들의 다채로운 ‘쇼’로 풀어내왔다. 정우는 자꾸만 기억을 상실하며 회복 단계에 따라 매번 다른 표정을 보여야 했고 기억을 되찾고 나서는 민호를 속이기 위해 거짓 연기를 펼쳤다. 쌍둥이 형으로 위장한 것으로도 모자라 마지막에는 정신이상쇼까지 벌여야했던 민호는 말할 것도 없다. 세심한 복선에 따른 치밀한 전개가 아니라 캐릭터들의 즉흥적 쇼에 가까운 대처로 순간순간의 위기를 벗어나고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정작 극한 격랑을 오가는 캐릭터들의 심리는 일차원적 대사로 표현된다.

이 같은 단점은 모든 갈등이 해결되는 마지막회에서 더 극명하게 나타났다. 민호의 반격은, 지루한 매뉴얼처럼 지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정우에게 사죄하는 준혁(오창석)의 결정적 증거 파일에 의해 위기를 맞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돈과 권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며 재판부와 정신감정기관까지 매수하는 만능키로 돌파구를 마련한다. 형을 살해하고 아버지의 죽음에도 일조한 민호의 무한 막장 행각을 저지한 것이 결국 연인과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해법도 허무하긴 마찬가지다. 현실을 연상시키는 뉴스로 시작한 <피고인>은 그렇게 허술한 판타지로 끝이 났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바뀐 자 : <역적>, 아모개의 퇴장 이후 녹수가 보인다

MBC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이 시작부터 주목을 받은 건 주인공 길동(윤균상)의 아비 아모개(김상중) 때문이었다. 비천한 노비 신세를 벗어나고자, 자식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절절한 부정이 어수선한 우리네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초반에 치고 빠지리라 예상됐던 아모개(김상중)가 어언 중반에 이르러서야 죽음을 맞았는데 과연 그의 난 자리를 누가 메워줄 것인지, 그것이 문제다. 물론 길동과 대척점에 있는 서이숙, 안내상, 김정태를 비롯한 연기력이 출중한 조연들이 곳곳에서 활약 중이지만 아쉬운 건 갈등 구도를 폭발시켜줄 결정적인 캐릭터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반에 아모개와 팽팽히 대립하며 화제 몰이를 해준 조참봉 부인(서이숙)과 같은 힘 있는 역할이 그립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모개의 퇴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의외의 인물이 먼저 치고 나왔다. “너는 절대 나를 이기지 못할 게야. 왠지 아니? 나는 이리 미쳤는데 넌 이렇게 멀쩡하잖니. 본시 멀쩡한 이는 미친년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녹수(이하늬)의 장악원 동료 난향(진예솔)를 향한 대사가 눈길을 끈다. 기생 신분으로 후궁 첩지를 받은 입지전적인 인물 장녹수가 비로소 발톱을 드러낸 것이다. 녹수는 연산(김지석)에게도 길동에게도 존재감 있는 인물이고 나아가 장악원 무리들이며 내시, 대관들과도 긴밀하고 다양한 관계를 맺어 갈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착실히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가령(채수빈)과는 어떤 대립각을 보여줄지, 그 또한 궁금한 상황. 자 이제 대사 한 줄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하늬는 사극 역사 속에 ‘장녹수’로 남을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돌아온 자 : <무한도전>, 아직 몸이 덜 풀린 이들의 방학일기

7주간의 휴식을 다녀온 뒤 곧바로 본편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MBC <무한도전>은 번외편 격으로 멤버들의 도토리 키재기 같은 ‘대결 하나마나’를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 휴지기 때 하이라이트 회차 코멘터리를 찍으며 불이 붙은 남자들의 사소한 자존심 대결을 고스란히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PC방에서 온라인 게임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시작해 오락실로 장소를 옮겨 고전게임 대결을 펼치고, 인형뽑기를 하고, 편을 갈라 볼링을 치고, 부루마블을 하는 나른한 하루를 고스란히 기록한 이번 회차는 굳이 말하자면 본편이라기보단 “우리 쉬는 동안 이렇게 놀았습니다”를 보여주는 편에 가깝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멤버들과 함께 왁자지껄한 하루를 보내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주며, <무한도전>은 이렇게 2주 정도의 말미를 더 벌었다.



물론 이건 호의적으로 바라봐줬을 때의 일이다. 지난 11년간 매 회 특별한 테마나 특집을 유지해왔던 <무한도전>이 갑자기 특별한 명분 없이 그저 멤버들이 하루 종일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조금은 어색한 그림이다. 늘 이런 식의 게임을 해 오던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이나 나영석 예능의 조금은 느슨한 리듬과 달리, <무한도전>은 늘 꽉꽉 눌러담아 채운 내용과 빠른 호흡으로 시청자들을 만나왔던 예능이다보니 이렇게 별 목적 의식 없이 멤버들끼리 노는 그림이 몸에 안 맞는 옷처럼 어색한 것이다. LA행이 취소되었을 때 계곡으로 떠나 한 회분을 만들었던 ‘오늘 뭐 하지’ 특집과 같은 선례가 있긴 하지만, 어떻게든 한 회분 그림을 만들어야겠다는 목적의식으로 가득했던 ‘오늘 뭐 하지’ 회차와 자기들끼리 자존심 대결을 하는 ‘대결 하나마나’는 그 긴장감부터 같다고 보긴 어렵다. 그냥, 본격적으로 돌아오기 전 잠시 몸을 푸는 중이라 이해해야 할 밖에.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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