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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 산전수전 겪은 절박한 연예인들의 순수한 진화
기사입력 :[ 2017-03-30 11:41 ]


100회를 맞은 ‘불타는 청춘’만의 성공 키워드 세 가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의 100회 특집은 거창한 이벤트나 특별한 여행이 아니었다. 친구(출연자)들은 마침 맞물린 메인MC 김국진의 생일잔치를 준비하고, 제작진은 김국진 헌정 퀴즈대회를 마련하면서 감사와 친목을 도모했다. 예능에서 중요한 멤버의 서프라이즈 생일파티는 이미 몇 번씩 본 익숙한 장면이긴 하지만 이번엔 조금 더 특별했다. 지난 12월 김국진이 괌에서 최성국을 위한 깜짝 생일 이벤트를 준비했던 상황과 대구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그 진정성은 <불청>의 첫 번째 성공 키워드다. 최성국은 김국진이 대접한 미역국에 보답하고자 음식 솜씨가 좋은 출연자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미역국만큼은 직접 끓였다. 또한 보조진행자 역할을 하는 그답게 미리 김국진의 새로운 별명에 걸맞은 케이크도 준비하며 솔선수범했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마음을 담은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 연인으로 발전한 강수지는 김국진이 가장 좋아한다는 감자전을 부치고, 카메라 앞에서 사랑한다는 고백을 전하면서 환성과 야유와 부러움과 분노를 자아냈다. 이 <불타는 청춘>의 최고 하드펀쳐인 김광규는 역시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서 종일 난처해했지만, 지난 12월, 최성국 생일파티 분위기를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해 본인의 생일을 숨기는 마음 씀씀이를 선보인 바 있다.



두 번째는 아재들의 위엄이다. 43살의 까마득한 막내 양익준에게 “돌도 씹어 먹을 나이다”라고 농을 칠 정도로 <불타는 청춘>은 요즘 유행하는 ‘아재’가 아닌 실제 아재뻘 출연자들만이 등장한다. 김국진의 경우도 <라디오스타>에 적을 두곤 있지만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예능MC와는 거리가 먼 인사다. 그런데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오늘날의 아재 코드와 다르다. 오히려 인생의 깊이가 가미되어서 그런지 주어진 기회에 고마워할 줄 아는 태도가 방송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서로를 위하는 마음 씀씀이를 통해 드러난다.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다른 야외 예능에 비해 예능 코드나 감은 떨어질 수 있지만, 이런 태도 덕분에 다른 장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어느덧 ‘사라진’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친구’ 개념을 도입한 일종의 팜시스템은 자칫 정체되기 쉬운 캐릭터쇼의 출력을 유지하는 장치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반가움과 호기심은, 썸의 감정과 함께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SBS답지 않은 제작진의 세련된 위트가 돋보이는 자막들은 새 친구와 로테이션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단번에 잡아주고, 분량을 확보한다. 아재가 예능에 녹아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 개인 스케줄 문제로 조금 일찍 떠난 양익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반타임 대타로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권선국이 남해 바다를 보고 감탄하는 장면을 리포터 놀이로 만드는 것이나, 처음 본 류태준과 격의 없이 지내는 장면을 캐치해 불청덕후 캐릭터로 녹여내는 모습들이 그런 예다.



예능 선수들이 출연하는 일반 예능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이런 식의 크루 체제를 이어갈 수 없다. 하지만 중년의 출연자들 입장에서 <불청>은 메인스트림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이다. 이런 절박함이 산전수전 겪은 여유로움과 함께 어우러져 오늘날 방송중인 모든 예능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에너지레벨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 성공 키워드는 따뜻함이다. 최성국이 작년 5월부터 주장했다는 그의 인생게임은 촬영 스케줄이나 현장상황 상 번번이 무산됐지만 김국진, 강수지 등이 겨우 호응하면서 현실화됐고, 결국 대박이 났다. 여기에 김광규의 몰래카메라까지 더해져 모두가 실컷 웃고 즐겼다. <무한도전> 이래 모든 리얼 버라이어티는 멤버들끼리 친분을 과시하면서 때로는(혹은 대부분) 과격한 장난이나 서로를 골탕 먹이는 게임을 펼친다. 그런데 이 쇼에 등장하는 게임에는 그런 과격함이나 뚜렷한 복불복의 승부는 없다. 친한 친구들과 MT를 떠나온 듯한 설레는 마음으로 서로 깔깔 거리며 웃고 떠들다가 함께 밥을 오손도손 나눠 먹는다.



“즐겁네요.” 새 친구로 첫 합류한 영화감독 겸 배우 양익준이 떠나면서 남긴 인사말이다. 100회까지 이어지는 동안 이 쇼를 본 시청자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불청>은 중년의 썸이란 초기 기획을 떠나 가장 순수한 형태의 리얼 버라이어티로 진화했다.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이나 <뭉쳐야 뜬다> <한끼줍쇼>처럼 편한 마음으로 즐겨보고 웃을 수 있는 예능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오늘날 <불청>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익숙한 형식으로 정서적으로 충만하면서도 웃음도 가득한 예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재뻘 비예능인들이 만들어낸 에너지와 웃음은 100회까지 이어지며 오늘날 공중파 예능 중 가장 흥미로운 예능 쇼라고 부르기 손색없게 발전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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