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견 듣는 자리를 왜 정당 홍보의 장으로 보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외압인가 아니면 당연한 문제제기인가. 지난 30일 자유한국당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 이유는 이 특집에 참여한 자유한국당 소속 김현아 의원이 “바른정당 창당 행사에 참석해 당원권 정지 3년 중징계를 받았다”며 사실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아니라 바른정당 의원이나 마찬가지인 그를 섭외한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측은 “형식상 형평성을 맞춘 것 같으나 실제로는 바른정당 의원 2명이 출연했고, 자유한국당은 출연하지 않은 것이어서 방송의 공정성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의 책임 소재에 있어서 MBC가 아닌 <무한도전> 제작진에 있다는 걸 명확히 했다. “제작 담당자의 불순한 의도”에 기인한 일이라는 것.

자유한국당 측이 이렇게 민감하게 나온 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제 곧 치러질 조기대선에 이 방송의 영향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말하고 있는 정치와 <무한도전>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내려는 정치에 대한 담론은 사뭇 다른 것 같다.

<무한도전>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고 또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은 틀린 게 없다. 하다못해 추격전 하나를 해도 정치적 의식을 자막을 통해서라도 담아온 것이 <무한도전>이 아니었던가. 굳이 지금 ‘국민의원 특집’을 마련한 것도 앞으로 치러질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국민의원 특집을 마련한 가장 큰 이유는 “2017년 국민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지”를 들려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설문을 통해 1만 건의 의견을 수렴했고 가장 많이 공감한 아이템인 일자리, 주거, 청년, 육아 등을 주제로 삼았다. <무한도전>이 5명의 의원(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자유한국당 김현아, 국민의당 이용주, 바른정당 오신환, 정의당 이정미)을 출연시킨 건 이들이 법제사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에 소속돼 설문으로 나온 아이템들 관련 사안들의 전문가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무한도전>은 직능적으로 의원들을 섭외한 것이지만, 자유한국당 측은 당 차원의 배분에 의해 섭외한 것으로 이 사안을 보고 있어 거기 들어간 김현아 의원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거나 정당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당 분야에서 활동해온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라는 목적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자유한국당 측의 조치는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한도전>은 대선 방송이 아니고 또 그럴 생각도 없다. 그리고 이 자리는 정당 홍보를 위한 자리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에게 국민들 이야기 좀 들으라고 하는 자리다. 그러니 지나치게 정치판의 논리를 <무한도전>에 덧씌우는 게 온당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물론 당 차원에서 서운함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로 말하면 김현아 의원이 사실상 바른정당에 마음을 두고 활동하면서 자유한국당에 소속되어 있는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울남부지법은 오늘(31일) 오후 자유한국당이 MBC <무한도전>을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신청 심리를 열 예정이다. <무한도전>은 정치판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정쟁 논리로 저들끼리 갈리고 싸우는 국회의원들의 정치판에 제발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해달라고 말하는 중이다. 정치판의 논리를 <무한도전>에까지 드리울 필요가 있을까. 제발 정치판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치를 요구하는 <무한도전>의 진심을 들어줄 수는 없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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